지난 16일, '브렉시티' 참반투표를 놓고 이를 지지하는 괴한에게 총격을 받아 숨진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과 비슷한 유형의 총격 테러를 받았지만, 간신히 살아난 아리조나 출신 가브리엘 기퍼즈 전 연방하원의원이 총기 규제 강화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2011년 1월 아리조나 주 투산의 쇼핑센터에서 지역주민들과 토론회를 하던 중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부상자 12명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사건으로 9세 소녀와 연방법원 판사 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여성 의원인 기퍼즈는 건강보험개혁법안 처리 때 찬성표를 던진 이후 여러 차례 살해 등 협박을 받았다가 결국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총기 사건을 겪어 '습격당한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됐다.
미 정계는 당시 이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미 하원은 이 사건 소식을 접하고 공화당 주도로 추진할 예정이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안의 본회의 표결을 연기했을 정도다. 미 공화당이 추진하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안은 하원에서는 통과됐으나 상원에서는 통과가 무산됐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기퍼즈 의원은 2013년 1월 총기 규제를 위한 로비 단체를 만들었고 그해 3월에는 폭력 추방 노력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존 F. 케네디 재단의 '용기 있는 인물상'을 받기도 했다.
기퍼즈 의원은 이번 콕스 의원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성명을 통해 "2011년 1월 8일(기퍼즈가 공격받은 날)이 미국 건국이념을 막지 못한 것처럼 영국의 다원주의와 민주주의 제도는 지속할 것"이라며 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콕스 의원이 증오에 빠진 남성의 손에 암살당한 일은 우리 정치에 존재하는 조악함과 타인을 향한 증오의 징후이며 우리는 이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과 콕스 의원이 총격을 당한 주민과의 만남 행사를 언급하며 "나는 머리에 총을 맞고 목숨을 잃을 뻔한 주민 행사를 (후유증으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런 행사들은 시민과 연계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기퍼즈 전 의원은 20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2011년 내가 총격을 받았을 때 현장에 같이 있다가 숨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 콕스 의원을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부적격자가 쉽게 무기를 소지한다면 우리 모두의 안전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기퍼즈 전 의원은 기고문에서 "조 콕스 의원과 나는 복잡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입법 활동을 위해서 목소리만 크고 화만 내는 사람들, 그리고 로비스트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인내와 관용, 그리고 옳은 일을 하려면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총격을 받았을 때를 비롯해 미국에서 여러 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강력한 총기옹호 로비 활동 때문에 (정치권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기퍼즈 의원은 "테러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의심되는 인물에 대해 법무장관이 무기 소지를 금지하고, 모든 총기 구매자의 형사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상원의원들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기퍼즈 전 의원은 잠재적인 테러 의심 인물에 대해 총기구매를 72시간 유보하자는 내용인 존 코닌(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의 법안에 대해 "기업형 총기 로비스트들로부터의 지지를 유지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