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목받는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 ASU', 그 성장 배경은 '포용성'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Oct 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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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립대 경쟁력은 사립대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명문 대학 명단에는 주로 사립대가 포진하고 있다. 공립대는 관료주의적 행정 탓에 시대 흐름과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총장은 정치적 외풍에 휩쓸려 자주 바뀌다 보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으로 미국 대학 개혁을 주도하는 공립대가 있다. 학제적 융합 과목 신설, 대규모 교수 채용, 맞춤형 학생 관리, 온라인 학위과정 도입…. 아리조나주립대학(ASU)이다. 학부생 숫자가 6만7500여명으로 미국 최대 규모다. 마이클 크로우 총장은 '새로운 미국 대학'(New American University)을 표방하면서 14년째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리조나주립대는 '프린스턴 리뷰'가 미국 내 4년제 대학 2500여개를 대상으로 상위 15% 대학만을 뽑는 '최고 379개 대학' 2015년판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가 매년 선정하는 대학 순위에서 연속으로 '혁신적인 대학'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 대학이 아리조나주립대의 개혁의 끝이 어디일지 주목하고 있다.

아리조나주립대는 지난해 4월 온라인으로 1학년 수업을 모두 들은 뒤 학비를 내고 공부를 계속할지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2년부터 추진한 온라인 공개강의 프로그램인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의 일환이다. 단지 강의를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온라인으로 접속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업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가 공동 개발한 온라인 공개강의 서비스 '에드엑스'(edX)를 통해 이뤄진다. 아리조나주립대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는 수학, 인문학, 사회학, 행동과학 등 12개 과목이 제공될 예정이다. 2015년 8월 천문학 개론을 시작으로 인류기원학, 서구문명사가 개설됐고 나머지는 앞으로 2년 내 모두 소개된다. 입학을 위해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성적이나 고교 내신성적인 GPA 등도 필요없다. 누구든지 웹캠과 아이디 카드를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는 비용으로 45달러만 내면 온라인으로 1학년 수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다. 수업료는 학사학위를 받기 위해 2학년 진학을 결정했을 때에만 내면 된다. 8개 과목을 이수하고 감독 하에 치러지는 최종시험을 통과한 뒤 학점당 20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1학년 과정을 마치는 데 5000달러 가량이 들어가는데,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주내(인스테이트) 학생의 절반 수준, 주외 학생의 20% 수준이다. 크로우 총장은 "그동안 가족 환경 등과 상관없이 모든 이들을 대학으로 껴안아 성공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전 세계 다양한 배경의 이들에게 우리가 다가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과거 꿈조차 꾸지 못하던 이들에게도 대학을 준비하고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트 아가왈 에드엑스 최고경영자(CEO) 겸 MIT 교수도 "무크를 통해 학생들에게 학점을 주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파격적인 시도"라면서 "대학 진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손쉽게 대학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리조나주립대는 세계적인 커피체인점 업체인 스타벅스와도 협력해 스타벅스 직원들이 온라인으로 학사학위를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학 입학자격을 갖춘 스타벅스 직원이 온라인 강의로 120학점을 취득하면 학위를 따는데, 6만달러 가량의 수업료는 스타벅스 지원금과 대학 장학금 등으로 전액 충당된다. 현재 13만5000명에 이르는 스타벅스 직원 중 2000명 가량이 등록한 상태다.

아리조나주립대가 자랑하는 점은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을 모두 대학으로 끌어들이는 포용성(Inclusiveness)이다.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출신에게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온라인을 통해 전 미국인, 전 세계인에게 다가가고 있다. 대학원생을 포함해 2002년 5만7500명이던 아리조나주립대 등록 인원은 2015년 기준, 8만3300여명으로 늘었다. 웬만한 대학교 학생 숫자만큼 늘어난 셈이다. 대학 측은 인근 캘리포니아주까지 건너가 곳곳에 공고판을 내걸고 학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크로우 총장은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는 대학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학생 증원은 바로 우리 임무의 한 기능"이라고 말했다.

덩치만 키우는 게 아니라 그런 규모를 감당할 수 있도록 대학 시스템을 뜯어 고쳐왔다. 태양에너지과학관 등 새 건물을 계속 확충하는 한편 'eAdviso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사 관리를 하고 급진적이라고 할 정도로 학과와 단과대를 재편했다. 대학 측은 2006년부터 'eAdvisor' 시스템을 도입해 학생 성적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정지원이나 카운슬러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과제와 학습자료가 담긴 학내 계정 'MyASU'에 얼마나 자주 접속하는지 등에 관한 모든 학생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학생이 최단기간에 학위 과정을 마치도록 학생별 맞춤 지원이 가능해졌다. 또 커뮤니티 칼리지들과도 협력해 양측의 전공 분야를 조화시킴으로써 편입학이 쉽도록 만들었다. 매주 커뮤니티 칼리지의 학생 자료를 넘겨받기 때문에 아리조나주립대 학장이나 학과장들은 해당 학생이 언제쯤 편입학해 올지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아리조나주립대는 소규모 대학이 실험적으로 해온 학제 간 교육 등을 도입해 학과와 단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특히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STEM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여러 학문 분야가 협력해 한 학과나 단과대를 이루도록 하는 학제 간 교육이 원칙이다. 지난 10여년간 69개 학과를 없애고 30개 학과를 새로 만들었다. 인간진화·사회변화대학, 지구·우주개발대학, 기술·혁신대학, 간호·보건혁신대학 등으로 이름 붙인 단과대가 만들어졌다. 

개혁의 성과는 각종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올해 6명 배출해 공동 5위에 오르고 중국 상하이 자오통대학이 선정한 세계대학학술순위에서 전미 48위, 세계 88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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