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아리조나 선거 및 주민발의안 투표결과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Nov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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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존 매케인 '웃고' 조 아파이오 '울고' 

 

 

미국 대선 선거인단 11명이 걸린 아리조나주는 '초경합주'로 분류되면서 그간의 공화당 색채를 벗어던지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를 모았지만 이변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리조나 유권자들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94만3309표를 몰아주며 86만1702표를 얻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배를 안겼다. 트럼프는 아리조나 유권자의 50% 지지를 얻으며 45% 지지에 그친 클린턴을 제치고 아리조나 선거인단 11표를 가져갔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어 온 아리조나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아리조나를 대표하는 정치인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이 베트남전에서 비행기가 격추돼 포로로 잡혔던 일을 비난해 빈축을 샀고, 아리조나 주민 상당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계획을 내세우며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인종차별, 여성 비하 막말 등은 아리조나 유권자 표심 이탈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악재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선거를 한 달 여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아리조나에서 트럼프에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이민자들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아리조나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설 것이란 전망과 클린턴 후보 러닝메이트였던 팀 케인이 11월3일 피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30분 동안 히스패닉어로 연설을 하면서 아리조나 표심을 크게 흔들었다는 평가는 클린턴에게 유리한 판세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초경합주 아리조나를 잡기 위해 미셸 오바마 영부인, 클린턴과 민주당 내 경선을 벌였던 버니 샌더슨 전 후보, 클린턴 후보의 딸 첼시 클린턴이 피닉스, 템피, 투산, 플래그스탭 등 아리조나 각지를 돌며 총력전을 펼쳤기 때문에 아리조나에 푸른색의 민주당 깃발이 꼽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아리조나 주민들의 보수적인 성향과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은 결국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다 내년 오바마케어 보험료가 아리조나에서는 최고 116%가 오를 것이라는 최근 뉴스는 '민주당을 지지해봐야 이런 상황이 더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비록 아리조나 주민들의 선택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였지만 그것이 아리조나 주민 전체의 생각을 100% 반영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개표가 진행된 결과를 살펴보면 이번 대선 투표에 참여한 아리조나 주민 비율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54.8%에 불과했다. 최근 10여 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2012년 대선 당시 74%, 2008년 78%, 2002년과 2004년 70%와 비교해보면 투표율이 확연히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덜 나쁜 '차악'을 가리는 대통령 선거라는 오명이 붙은 것처럼 '막말' 트럼프와 '거짓말' 클런턴 중 누굴 선택하느니 차라리 기권을 한 주민들이 많았던 게 이런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을 수 있다.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 비교적 손쉽게 재선 성공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이자 5선 의원인 존 매케인이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해 6번째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존 매케인은 8일 선거에서 53.2% 지지율을 획득하며 41.3% 지지율에 그친 민주당의 도전자 앤 커크패트릭을 비교적 손쉽게 물리쳤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내 경선에서 켈리 워드 전 주상원의원을 큰 표 차이로 이겼지만 결선에선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매케인 의원의 가장 큰 약점은 1936년 생의 고령이라는 부분이었고 상대후보 커크패트릭은 '매케인인 6번 째 임기 도중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며 그의 나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아리조나 대표정치인이자 1987년부터 연방상원의원직을 30년 동안 잘 수행해온 매케인에 대해 아리조나 유권자들은 표로써 다시 신뢰를 보냈다.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 합법화 법안은 통과 실패

대선과 더불어 큰 관심을 모았던 기호용 마리화나(대마초) 판매 합법화 법안인 주민발의안 205는 통과에 실패했다.

21세 이상 성인들이 기호용 혹은 오락용으로 마리화나를 재배 또는 판매 및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발의안 205는 찬성 47.8%, 반대 52.2%로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2010년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 및 사용 법안이 통과된 바 있어 이번 선거에서 아리조나에서도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 합법화 법안이 찬성표를 더 많이 얻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아리조나 주민들의 정서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법안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수 백만 달러의 홍보비용을 지출하며 통과와 저지에 결사적으로 나섰지만 도로 위에서 마리화나에 취해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다거나 학생들 사이에서 마리화나 사용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는 쪽의 생각들이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아리조나를 제외하곤 이웃한 주인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그리고 메사추세츠, 메인주에선 이번 투표를 통해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 합법화 법안들이 통과됐다.

 

불체자 단속 '악명' 조 아파이오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장 낙선 

1993년부터 무려 23년 간 '미국 내 최장수' 셰리프 국장이자 불체자 단속을 이유로 인종차별적 표적수사로 악명을 떨쳤던 조 아파이오가 결국 낙선했다.

아파이오는 이번 선거에서 지지율 44.8%에 그치며 55.2% 지지율을 확보한 민주당 소속 경쟁후보 폴 펜존에게 무릎을 꿇었다. 불체자 단속 당시 위법적인 지시와 관련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아파이오는 법원의 출두명령을 무시하다 체포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거에서도 지고 철창 신세를 질 수도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이기도 한 조 아파이오 '철권통치' 시절은 막을 내렸다.

 

최저임금 인상법안은 통과

아리조나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순차적으로 인상하자는 내용을 담은 주민발의안 206은 통과됐다. 59.1%의 주민들이 찬성표를 던졌고 40.9%가 반대했다. 이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현행 시간당 8.05달러인 최저임금은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인상돼 시간당 12달러가 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또한 종업원 15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체의 경우 최소한 연간 40시간의 '병가 수당(Sick Time Payment)'를 지불해야 한다. 15명 이하 종업원을 고용한 사업체는 연간 24시간의 '병가 수당' 지급이 의무화 된다.

 

연방/주 상.하원 및 카운티 주요 직책은 공화당이 우세

존 매케인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이번에 선거 대상이 아니었던 제프 플레이크 의원과 함께 아리조나를 대표하는 2명의 연방상원의원은 모두 공화당 출신이 계속 이어가게 됐다. 9석이 걸린 아리조나주 대표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5석, 민주당이 4석을 차지하면서 비교적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주 코퍼레이션 커미셔너(공 3: 민 0), 마리코파 카운티 슈퍼바이저(공 4: 민 1), 마리코파 카운티 검찰총장 및 재무장관, 교육감 등은 모두 공화당 인사들이 독차지 했다.

30석의 자리가 있는 주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17:13으로 우위를 보였고, 주 상원의원에서도 공화당 17: 민주당 13으로 역시 공화당 강세였다. 

공화당 소속의 더그 듀시 주지사와 더불어 아리조나 주의회는 상.하원 모두에서 공화당 입김이 앞으로도 강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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