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0미터 국경장벽 세운다고? 또다른 땅굴파면 그만" 오히려 호황 기대하는 밀입국 알선 코요테들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Mar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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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에 장벽을 높인다고 해서 멕시코인의 미국 밀입국이 줄어들까. 

장벽말고 다른 방법을 통해 사람과 마약이 오고간다면 장벽은 무용지물이 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에서는 멕시코와 아리조나 국경 사이에 사람과 마약이 이동하는 루트로 활용되는 터널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터널은 영화 속 장치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최근 이런 터널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DEA는 1990년~2016년 3월까지 총 224개의 터널을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DEA의 조사대로라면 트럼프의 장벽 아래로 미국과 멕시코의 많은 것들이 이동하는 셈이다.

DEA에 따르면 발견된 터널의 80% 이상인 185개의 터널이 미국 영토까지 도달했다. 멕시코 국경과 접하고 있는 곳은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텍사스 4개 주지만, 땅굴의 대부분은 아리조나에서 발견되고 있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땅 속 21미터 지점에서 2009년 마약 밀수 터널이 발견됐는데 폭이 약 90cm에 길이는 824미터에 달했다. 이 터널에는 화물열차 선로와 조명, 그리고 환기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이런 터널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주로 판다. 예를 들어 3월3일 샌디에이고 지방 법원에서는 마약 밀수 혐의를 받은 70대의 한 남자가 재판정에 섰다. 그는 멕시코 최대 마약 카르텔인 '시날로아 카르텔'의 멤버로 '엔지니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대규모 터널을 굴착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판 터널은 길이 약 432미터로 미국 캘리포니아 쪽 터널 출구 근처에는 운반한 마약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 국경너머 멕시코 쪽에서 터널로 마약 등을 운반해 이곳에 보관한 뒤 미국 각 도시로 배송했다. 터널이 발견된 건 지도 때문이었다. 시날로아 카르텔의 전 간부가 미국 당국에 체포됐는데 그가 지니고 있던 지도에서 터널의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트럼프의 장벽은 효과가 있을까. 미국의 대대적인 터널 단속은 미국의 안전을 담보할까. 

'코요테'라고 불리는 자들은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게 도와주는 가이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국경의 장벽 말인가? 아무 문제없다. 터널이 있어서다. 만약 터널이 막혀 있다면? 또 다른 위치에 터널을 파면 그만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멕시코 국경을 돌며 트럼프 이후 변화된 월경을 취재했다.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 쪽에서는 높이 10미터의 새로운 장벽이 건설 중이었고 지하 5미터까지는 철판이 박혀 장벽 아래로의 침투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코요테'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고객은 더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15년 6월부터 터널 이용자는 오히려 급증했다. 국경 단속이 강화되면서 지금은 50명 정도가 국경을 넘는데 트럼프 출마 이전과 비교하면 2.5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입국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불법 이민의 시도를 차단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불안감은 국경을 넘는 '통행료'를 150달러에서 500달러로 인상시켰다. 터널의 통행료는 모두 코요테 몫은 아니다. 터널의 주인인 지역 마약 밀수 조직 관계자에게 상납해야 한다.

지금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이민자의 강제 송환이 본격화되는 건 '코요테'가 가장 바라는 일이다. 미국에 체류하는 불법 이민자는 약 110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멕시코인이다. 트럼프는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 밀수업자 등 약 200만~300만 명을 송환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송환된 사람의 대부분은 멕시코에 좌절하며 주저앉는 게 아니라 미국으로 재입국을 시도하기 때문에 그들은 '코요테'를 찾아올 것이다. 

미국과의 경제 격차가 계속되는 한 불법 이민은 끊이지 않을 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미국을 목표로 하는 자에게는 상관이 없는 셈이다.

한편 국경 장벽 건설 프로젝트에 미국내 크고 작은 건설사·엔지니어링업체·설계업체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1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가 지난달 말 연방사업 입찰 사이트에 예비입찰 성격의 사전모집 공고를 낸 결과, 지금까지 아리조나와 캘리포니아 등 미 전국의 600개 넘는 기업이 의향서를 냈다.

이번 모집에는 글로벌 시공 경험을 갖춘 거대 기업부터 소규모 설계 사무소, 부부가 경영하는 영세 시공업체까지 여러 유형의 회사들이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민 10명 중 거의 6명이 트럼프가 제안한 국경 장벽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국토안보부가 국경 장벽 건설에 들여야 할 예산은 150억 달러(17조3천억 원)에서 최대 400억 달러(4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 장벽 건설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해안경비대 예산과 교통안전국 예산을 깎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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