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면박에 애를 끓이던 공화당 상원 중진의원들이 결국 폭발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테네시)이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연일 제동을 걸어온 데 이어 24일 아리조나주의 제프 플레이크 연방상원의원이 중간선거 불출마를 공언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정계 은퇴 또는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리는 현상이 자칫 확산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섰다.
플레이크 의원은 이날 상원 연설을 통해 "대통령, 나는 공모하거나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원에서의 의정 활동이 2019년 1월 초 나의 임기 종료와 함께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모하고 터무니없고 품위 없는 행동이 양해되고 있다"면서 "그런 행동들이 우리 행정부 수뇌부에서 나온다면 그것은 또 다른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플레이크 의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습관을 비난하면서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미국을 강하게 유지하는 규범과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에서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플레이크 의원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범죄와 국경 문제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공개 비판을 받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플레이크 의원과 연방상원의원직을 놓고 경쟁구도에 있는 켈리 워드 박사를 공공연히 지지한 것이다.
플레이크 의원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매카시즘'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조지프 매카시 전 상원의원에 비유하며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는 1954년 6월 '육군-매카시 청문회'에서 조지프 웰치 당시 육군 법률고문이 군대 내 공산주의자 색출을 요구한 매카시 의원에 맞선 일화를 소개하고 "웰치는 이 나라의 양심을 다시 깨웠다"며 "우리는 다시 그런 시기에 맞닥뜨렸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잊어버렸다"고 개탄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기 전에 전사자 유가족과의 부끄러운 공개 다툼을 얼마나 더 많이 지켜봐야 하는가, 우리는 무의미한 위험이 초래됐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 적국을 향해 얼마나 더 많은 유치한 모욕이 퍼부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이 행정부의 9개월은 우리가 더는 정상인 것처럼 가장할 수 없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며 "더는 침묵하며 열차가 탈선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더 기다렸다가는 더 큰 피해가 닥치고 더 가혹한 역사의 심판을 맞닥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크 의원은 내년 중간선거 불출마를 재확인한 뒤 "앞으로 14개월동안 정치적 비난에서 벗어나 오직 양심의 명령에 따라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플레이크 의원은 25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통해 물러나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런 해결책이 정당화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사유를 명시한 연방 수정헌법 제2조에 나오는 '중대범죄와 경범죄'라는 대목을 언급한 뒤 "좌측에 있는 사람들은 탄핵을 얘기한다. 나는 그것이 갈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상태와 승계 절차를 다룬 수정헌법 25조를 거론하면서 "수정헌법 제25조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집권 여당이자 보수 정당의 책임 있는 중진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급진적인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플레이크 의원은 24일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2020년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도전장을 던질 것이냐고 묻자 "아직까지 한참 남아 있는 일"이라며 "그때 가서 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