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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jpg


"둘째야!   어개만 꺼내 올래?"
" 나만 시키는 거야!"

시린  호호 불며  모퉁이를 돌아간다.
무구덩이에 쌓인 눈을 화풀이로 걷어차고
머리만한  뭉치를 뽑아낸  손을 뻗쳐 더듬거리는데
서늘한 허공만 손에 스친다.

에이 씨이ㅡ
머리를 들이미니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폐까지 전해지고
둥글 매끈한 무들이 서로가 자기 차례인양 손에 잡힌다.

 윗동을 , 잘라
싹둑싹둑 껍질을 베어내고 연두색 속살덩이를 심부름 값으로 준다 
사각사각 맑은 소리,  많고 단맛 깊은 시원한 겨울 
숭숭  것은 냄비에 깔아 생선을  이고 
가늘게 채를 썰어 들기름  방울 떨어뜨리고 볶다가 
반은 덜어 국을 끓이고 나머지는 나물을 만드는 알뜰한 엄마의 

그리고 
뒤뜰에 묻은 항아리 김장김치를 곁들이니 
 가족이 둘러 앉아 오순도순 정겨운 저녁밥상! 

반세기가 지난 지금,
김치 냉장고에 떠밀려 
구덩이에 겨울 무와 땅에 묻던 김장독은 추억만 남기고 
엄마의 손맛과 함께 세월 저 편으로 떠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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