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모니카 -김률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Apr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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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는 마침내 엄마가 되었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몇 개월 후면 아기가 태어난다는 사실뿐이었다. 아들일지 딸일지, 속을 썩이는 문제아로 자랄지, 성인의 반열에 오를 거룩한 인격체로 자랄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기도뿐이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한 기도는 임신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그녀는 두 손을 모았다.

그러나 그녀의 기도가 닿은 곳은 어디였을까. 9개월 동안 모니카의 뱃속에서 꿈틀대다 태어난 아들은 그녀의 기도와는 상반된 삶을 살았다. 창녀촌은 항상 아들 근처에 있었다. 결혼을 한 후에도 아들은 변하지 않았다. 창녀촌을 기웃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들을 향한 모니카의 기도 역시 멈추지 않았다. 포갠 두 손 위로 떨어진 눈물은 작은 양동이를 채우고 웅덩이를 만들고 큰 호수로 흘러 들어갔다. 아들이 마침내 그녀가 원하는 세계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눈물투성이였다. 마니교를 벗어나 카톨릭 교인이 된 아들, 아우구스티누스. 그때 그의 나이가 서른 세 살이었으므로 그녀의 기도는 33년을 이어온 셈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모니카처럼. 내 어머니도 위대하고 친구의 어머니도 위대하고 내 아내도 어머니로서 위대하다. 예외는 없다. 28년 전, 내 아내도 엄마가 되었다. 몇 년 동안 바라던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나는 그저 아내의 빠른 몸놀림을 지켜보면 될 뿐이었다. 밤중에 울어 젖히는 아기 울음소리에 일어나려고 눈을 뜨면 아기 울음소리는 저만치 먼 곳으로 달아나고 없었다. 아내의 품에 안긴 딸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잠으로 빠져들었다. 행동이 그렇게 빠른 아내가 아니었는데 아기를 위한 모성이 작동할 때면 아내는 눈 깜짝할 사이 공기를 갈랐다. 내 손이 닿기 전 아내의 손이 먼저 딸의 몸에 닿았다. 아내의 빠른 몸동작은 하루 이틀이 아닌 몇 달 동안 지속됐고 몇 달은 몇 년으로 이어졌다. 자식은 함께 키우는 것 아니냐는 핀잔이 들려올 만도 한 데 내 귀 주위는 잠잠했다. 모성은 그런 것이었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위대함은 그런 것이었다.  자식을 키우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인 양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식을 위해 기도를 드린 모니카처럼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제 인생을 산다.

모니카의 품으로 돌아온 아우구스티누스는 진리에 목이 말랐다. 진리를 찾아 매진한 시간의 끝은 신과의 만남이었다. 신이 진리였고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이제서야 당신을 찾았습니다. 늦었지만 찾았습니다. 밤새 당신과 씨름한 야곱처럼 저도 당신을 놓지 않겠습니다.’  아들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모니카는 눈을 감았다. 죽는 순간이 행복하면 그 인간의 삶은 행복했노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모니카는 죽어 성인(聖人)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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