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낮 최고기온이 화씨 120도까지도 치솟는 피닉스의 아스팔트는 그야말로 불 위에 달궈진 프라이팬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여름철 도로로 산책을 데리고 나갔던 애완견 발이 화상을 입는가 하면 유튜브에서는 달궈진 피닉스 도로에 날계란이 익어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돌기도 한다.
이런 한여름의 열기는 단지 뜨거운 아스팔트 문제와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낮 동안 충분히 달궈진 아스팔트는 저녁이면 품고 있던 열기를 내뿜으면서 '열섬화' 현상을 일으켜 도심 전체의 밤 온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특히 피닉스와 같이 여름이 길고 고온이 이어지는 지역의 경우 도시 전체 온도를 내리기 위한 방법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이런 가운데 피닉스시는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 실험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여름철 기온이 점점 상승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시는 오르는 도심 기온을 잡기위한 방법 중 하나로 도로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는 해결책을 도입했다.
LA 공항 옆 동네 웨스트체스터의 일정 구간에 'CoolSeal'이라 불리는 흰색 도료를 아스팔트 위에 칠한 뒤 이 지역의 온도가 얼마나 내려가는 지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흰색 도료가 칠해진 3마일 구간의 기온을 측정한 결과, 평균 약 10도 가량 온도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었다고 로스앤젤레스시 측은 밝히고 있다.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 아스팔트와 달리 흰색 도로는 빛을 반사시키고 이를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기온을 낮추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흰색 아스팔트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되긴 했지만 이를 도입하기엔 여러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만만치 않은 비용이 문제다.
1마일 길이 도로에 이 도료를 칠하기 위해선 4만달러 가량이 들고 7년 마다 한 번씩 다시 도색을 해줘야 한다.
또한 빛의 반사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지역을 평소 지나다니는 한 주민은 "한 번은 도로에 반사된 햇빛이 앞 유리창 정면으로 들어와 시야에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시 측은 "도로 반사로 눈부심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의 불만은 아직 정식으로 접수된 바가 없다"며 "처음 칠할 땐 흰색이지만 도료가 마르고 나면 조금 어두운 회색으로 변하는만큼 빛 반사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아직 시험단계인만큼 위험이나 불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피닉스시는 "아스팔트를 흰색 도료로 칠하는 프로젝트 도입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로스앤젤레스시의 시범 결과가 보다 구체적으로 나오면 이를 검토한 뒤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