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는 1991년 아리조나주 투산 근처에서 행해진 프로젝트이다. 외부와 단절된 독립적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로, 지난해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이 주거지 시설 내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에 영감을 준 시설이기도 하다.
바이오스피어 1이 아니라 2가 된 이유는 바이오스피어 1은 우리가 사는 지구 생태계 그 자체를 의미하고, 바이오스피어 2는 지구의 생태계와는 독립된 '제2의 생태계'를 의미해서 지어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 실험의 주체는 당장 NASA가 떠오르겠지만 실제로는 그냥 심심해서 실험해보기로 결심한 바이오스피어 연구집단이다.
콘크리트와 유리 등으로 외부와 차단하여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의 내부는 5개의 서로 다른 환경 구역으로 나눠졌고, 각각의 구역은 지구의 여러 환경을 미니어처화해 구현했다. 그에 따라 아마존 등 각종 지방에 있는 식물과, 300종에 이르는 동물을 골고루 넣어서 그야말로 생태계를 축소시킨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100년간, 내부 인원을 2년 주기로 교대하여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한 야심찬 프로젝트였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실패로 끝났다.
우선 밀폐하자마자 토양에 섞여 있던 호기성 미생물이 막대한 양의 산소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원래 계산대로라면 비옥한 토양으로 인해 식물이 번성하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 생태계와 같은 순환을 이루어야 정상인데 어째서인지 이산화탄소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순환 체계에서 한 고리가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라, 모든 생태계 균형이 서서히 무너져갔다. 식물이 산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가 필요한데 이산화탄소가 사라지니 산소가 모자라게 되고, 산소가 부족하니 동물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되고, 그 때문에 식물이 만들어내는 산소가 더 줄어들고 산소가 줄어드니 내부의 실험자들은 닥치는 대로 나팔꽃을 심었는데 나팔꽃이 이상증식하면서 프로젝트를 더 빠른 속도로 실패의 길로 이끌었다.
바이오스피어 2 연구진들은 이산화탄소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수확해둔 식물을 구워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비상 대책도 세웠지만 일시적인 성과에 그치고 말았다. 공기 또한 희박해져서 모두 고산병에 걸렸다. 게다가 대기 조성이 이상해지면서 곤충들이 차례차례 죽어 식물의 수정이 불가능해지고, 그 대신 천적이 없어진 개미가 대량 번식하면서 식물 괴사가 가속화, 물론 동물들도 버틸 리 없고 식량 부족으로 집단 폐사하고 말았다. 이렇다보니 멀쩡히 자라서 인간이 식량으로 섭취 가능한 음식은 고구마나 바나나가 전부였다.
다행히 이산화탄소가 사라지는 문제는 실험이 끝나기 얼마 전에야 원인이 발견되었다. 바이오스피어 대원과 함께 이 문제를 연구하던 한 대학원생이 자기 아버지와 통화를 하다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대학의 호흡생리학자였던 그의 아버지가 하는 말이 "콘크리트가 흡수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고 그것이 사실로 입증됐다. 바이오스피어에는 콘크리트 산을 만들어 두었는데, 그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속의 석회 성분이 이산화탄소를 계속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콘크리트를 삶아서 이산화탄소를 빼내고, 재흡수를 막기 위해서 콘크리트 위를 페인트로 칠해서 겨우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미 최악으로 떨어진 돔 안의 상황을 어느 정도 타개하기 위해서 외부의 공기를 돔으로 넣는 작업을 한 차례 한 뒤라 실험의 의의가 크게 퇴색됐다.
또 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는데 바로 일조량. 유리 돔은 햇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기는 했지만, 유리에 반사되어 그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식물의 성장 속도는 느려졌다. 일조량이 풍부한 아리조나 사막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문제가 컸다. 특히 겨울과 엘니뇨 때 일조량에 의한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실험자들은 만성 영양 부족에 시달렸고 산소 부족으로 심리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쳐, 우울증이나 공격성 증가 등의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2년이 다 되어서 나올 때쯤 되니 파벌까지 생겨 있었다.
결국 100년을 계획했던 이 계획은 첫 실험자들이 실험을 끝낸 2년으로 종료되었다. 2차 실험대가 들어가기는 했는데, 그 뒤에 운영 그룹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나서 2차 실험대는 보름도 못 버티고 종결됐다.
상당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아무튼 이렇게 폐쇄적인 극소규모 생태계도 만들기에 따라서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학적인 측면과 구현적인 측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이러한 것들은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고 앞으로 우주에 생태 식민지가 건설된다면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은 훌륭한 전례로 남게 될 것이다.
한편 바이오스피어 연구회는 엄청난 분쟁을 겪었으며,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날아갔고 투자자들은 쪽박을 찼다. 그 뒤 실험 시설은 여러 대학 연구실의 소유를 거쳤고 나름 실험이나 관광지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아리조나 대학교(UofA)가 소유하고 있으며 관광용으로 사용중이다. 2009년부터는 외부와의 차단 실험은 중지된 상태이며, 대신 공기를 제외한 독립 생태계는 어느 정도 구현되어 있다. 사막 한가운데 열대 우림이 떡하니 들어서 있는 걸 보면 기술력과 자금력 위력을 체감할 수 있다. 방문하면 투어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