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상 첫 '30개 전 구장 시구'라는 영예를 앞둔 소녀가 있다. 주인공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헤일리 도슨(8). 도슨은 지난달 22일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콜로라도 로키스 전에 앞서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22번째 시구를 했다.
손의 장애로 '로봇 손'을 착용한 도슨은 아직 팔 힘이 약해 다이아몬드백스 포수 몇 걸음 앞에서 언더 핸드로 공을 던졌다. 시구 후엔 의수에 디백스 토리 로불로 감독과 선수 7명의 사인을 받았다.
도슨은 '폴란드 증후군'이라는 선천성 희소 질환을 안고 태어났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가운데 손가락 3개는 없었다. 오른쪽 가슴 근육도 발달이 덜 돼 약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로 이민을 온 도슨의 어머니 용 도슨 씨는 사진작가 활동 중 지난 2014년 인터넷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의수를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어머니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네바다주립대에 의수 제작을 부탁했다. 대학 측은 자체 비용으로 3D 프린터 의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학원생 등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결실을 맺었다. 도슨을 위한 맞춤형 인공 손은 합성수지 재질이며, 고무 관절을 와이어로 연결한 구조다. 전기 장치는 없다. 인공 손을 장갑처럼 낀 다음 인공 손가락을 굽히거나 펴는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가격은 200달러 정도로, 미국의 일반적인 의수 제작비와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도슨은 다섯 살이던 2015년, 인공 손을 받은 기념으로 네바다주립대 야구팀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팔을 내린 채 공을 아래에서 위로 던지는 언더핸드 투구였다. 도슨은 그해 8월 메이저리그 구단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경기에서도 시구를 했다. 오리올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경찰로 일하는 아버지 그렉 도슨의 고향팀이라 온 가족의 응원을 받고 있었다. 도슨은 2016년엔 백악관 투어를 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미 대통령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장을 새긴 인공 손을 착용했다. 도슨은 이후 인스타그램에 라스베이거스 출신인 브라이스 하퍼를 만나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2017년 6월 하퍼가 속한 워싱턴 내셔널스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30개 전 구장에서 시구를 하는 꿈은 이때부터 커져갔다.
작년 9월 스포츠웹진 블리처리포츠는 '폴란드 신드롬에 대해 알리고,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시구를 하고 싶다'는 도슨의 이야기를 영상 리포트로 만들었다. 이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작년 10월 19일 LA 다저스와 벌인 월드시리즈 4차전 시구자로 도슨을 세웠다. 앞서 오리올스, 내셔널스, 애스트로스 홈 구장을 밟은 도슨은 올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초청을 받아 시구 투어를 하고 있다. 네바다주립대는 도슨이 방문하는 각 구단의 로고와 유니폼 색깔을 넣은 인공 손을 만들어주고,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전국 경기장을 찾아다니는 도슨 가족에게 무료 항공권을 제공한다. 도슨 가족은 지난달 28일 선 트러스트 파크(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들렀다. 9월 17일 에인절 스타디움(LA 에인절스)이 '30개 구장으로 가는 여정'의 종착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