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나 양, 27명에게 장기기증 '하느님 도우미 천사'돼 우리 곁 떠나다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Jan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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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에서 유학 중이던 10대 한인 소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자 장기기증을 통해 2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김유나(미국 나이 17세)양은 제주시 노형초등학교와 아라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리조나 챈들러시에 있는 트리시티 크리스천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었다. 

유나양은 지난 20일 오전 이종사촌 언니가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 동승해 가던 중 퀸크릭과 길벗 로드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진행하던 차량과 그대로 충돌해 큰 부상을 당했다. 

사고 당시 앞좌석에 있던 이종사촌과 여동생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다리 골절 등 부상은 당했지만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유나양은 심각한 뇌출혈로 지난 23일 디그니티 헬스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나양은 사고 당일 학교에서 시험이 있어 다른 때보다 집에서 5분 정도 일찍 출발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줘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양의 부모인 김제박(50·제주 믿거나말거나 박물관 대표)-이선경(45)씨 부부는 수술 중 가망이 없어서 의료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비행기에 올랐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유나양 어머니는 '천사처럼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가 천국에서 하느님의 도우미가 되어 지내고 싶다'고 했던 딸의 초등학교 4학년 때 일기를 떠올리고 "장기기증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해주면 유나도 부활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역시 신자인 아버지 김씨가 먼저 장기기증 얘기를 꺼냈고, 서로 합의했다.

항공사 승무원이 꿈이었던 유나양의 장기는 26일 전 세계 27명에게 전달됐고 이들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유나양의 이모 이수정(42)씨는 "천사가 되려고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유나양의 숭고한 나눔의 이야기는 곧바로 퍼지기 시작해 연합뉴스,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 경향신문 등 본국의 주요 신문사들은 물론 SBS, YTN 등 방송매체에서도 크게 다뤄졌다.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도 유나양의 아름다운 선행을 기리며 추모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유나양의 천국환송예배는 1월27일(수) 오후 7시부터 아리조나 열방교회에서 열렸다.

유나양을 그리워하고 기리는 교회, 학교 관계자들 그리고 친지, 친구들이 본당을 가득 채워 천국으로 가는 유나양 배웅에 나섰다.

김재옥 담임목사가 예배를 인도했고 찬송, 조부연 장로의 기도, 찬양대의 찬양이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유나는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김재옥 목사는 "유나의 아름다운 삶과 영을 하나님께 보내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유나는 자신 스스로가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었다. 부모님의 어려운 결단도 그 향기를 낼 수 있게 도왔다. 유나는 27명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퍼트리고 우리 곁을 떠난다. 유나로부터 도움을 받은 이들이 세상에 새로운 생명과 기쁨을 전하게 될 것이다. 아픔 속에 있는 유나의 부모님과 가족들에겐 하나님이 빈 부분을 채워주실 것이다. 유나의 삶은 짧았지만 귀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유나양이 다녔던 트리시티 크리스천 아카데미의 태드 토드 교장은 추모사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유나양과 같은 학교에 다녔던 김대현 군은 "너의 행복한 웃음에 걸맞게 그곳에서는 행복한 일들만 많으면 좋겠다. 너와의 기억 소중하게 오래 간직할께. 꼭 잘 도착했길 바란다"라고 추모편지를 낭독했다.

유나양의 아버지는 감사의 말에서 "교회, 학교의 많은 분들 도움에 감사드린다. 2월2일 유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간다. 뒷일을 처리해주실 이승호, 강도학 형님과 가족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오늘 참석해주신 여러분과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바란다"고 전하고 "유나에게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유나야, 두려워하지 말고 원망하지도 말고 좋은 곳에 머물렀으면 그걸로 아빠는 만족한다. 모든 사람들한테 행운과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렴"이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특히 딸 앞에서 슬프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메세지를 전할 때 숨길 수 없이 가늘게 떨리는 유나양 아버지의 목소리는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추모예배의 마지막 순서에서 참석자들은 일렬로 줄을 선 가운데 유나양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유가족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유나양 부모님과 여동생, 남동생, 그리고 이모 가족, 사돈지간인 이승호 씨 가족이 유가족으로서 조문객들의 인사를 받았다.

인사가 끝난 뒤 유나양과 같은 학교 급우들이 유나양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모은 앨범을 유나양 가족에게 증정했고, 유나양 어머니는 딸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건네 받으며 북받치는 울음을 차마 참지 못했다.

"유나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널 항상 밝고 착한 소녀였다고 기억하더구나. 참 예쁘다. 수고했고 우리 나중에 다시 즐겁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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