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한국어 학교 이야기

by admin posted Aug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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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지구인들.

더위 잘들 견디고 계신가요?

 

저는 아리조나에서 산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은 지구인입니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살았고 지금은 특수교육교사가 되기 위해 막바지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줌마입니다. 예전에 제가 학생들을 만날 때면 매번 첫 만남에서 제 이름을 신비롭고 경건한 아줌마라고 소개했습니다.  신비롭다는 것은 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다는 의미이고 경건하다는 것은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줌마는 제가 중년여성이라는 뜻이지요. 아무튼 이렇게 소개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제 이름을 한번에 기억했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아리조나 한인 침례교회에서는 2015년부터 한국어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여느 한인 교회처럼 한글 학교가 있었지만 한동안 한글학교가 문을 닫았다가 2015년에 한국어 학교를 다시 열게 되었습니다.  

교회에 속한 학교이다 보니, 교육목표를 '한글로 성경을 읽을 수 있다. 한국어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로 잡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목표를 잡고 한국어 학교를 시작했지만 막상 학생들이 교인 자녀 몇 명 뿐 이고, 그나마도 한글 수업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가을을 기점으로 갑자기 미국인들이 한국어 수업에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 중 한 분만 한국인인 미국 어린이, 배우자가 한국인인 미국 어른, 케이 팝과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미국 청소년 등등 많을 때는 학생수가 30여명에 달합니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지금은 왕초보반, 기초 회화반, 그리고 고급반 이렇게 세 반으로 나누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1.5세 교포들과 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한국어를 외국어를 가르친다는 관점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자만 가르쳐서는 안되고, 좋은 글을 읽게 하고 재미있는 노래도 가르치며 다양한 언어적인 체험을 곁들여서 가르쳐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의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하듯 가르쳤다가는 지겹고 무서우며 이상한 수업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살펴보니,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한글학교에 초등학교 연령대의 교포 어린이들은 많지만, 중학교 이상 청소년들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부모님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한글을 배우지만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자기 주장을 펼치며 더 이상 한국어 수업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겹고 무서우며 숙제가 엄청 많은 한국어 수업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제가 가르쳤던 기초회화반 학생들의 열심은 대단합니다.  한 미국 어른은 단어 카드를 만들어 평상시 외우는가 하면 때때로 의문이 나면 핸드폰 문자로 질문도 한답니다. 이 분은 Neflex에 전화를 걸어 한국 드라마를 다 봤으니 새로운 것을 업로드 하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다는 군요.  한 가족이 한국어 수업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 딸 2명, 남편, 딸 친구 이렇게 가족5명이 한꺼번에 옵니다.  수업 중 단어와 연관된 티브이 프로그램을 말하면 곧장 알아듣고 기뻐합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라는 단어를 배우며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티브이 쇼가 있다고 하면, '아하! 그게 그 뜻이었구나.' 하며 손뼉을 칩니다.

 

학생들이 한국어 실력이 늘어갈 때마다 한가지 고민에 휩싸입니다. 제가 지금 공부하는 특수교육, 영어교육에 따르면 읽기가 언어습득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큰 데, 한국어로 된 쉬운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학생들이 한국어 실력을 늘리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외교부 발행 한국어 교재 외에도 뭔가 읽을 거리가 필요합니다. 하도 답답해서 교회에 부탁해서 얼마전 알라딘 미국에서 한국어로 된 어린이 성경을 종류별로 구매했습니다. 그래서 바퀴 달린 여행가방에 넣고는 '굴러다니는 한국어 도서관' 이라는 이름을 써 붙였습니다. 주일마다 어린이 성경책을 교회 책상에 배열하고는 학생들에게 빌려 가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양서들이 더 필요합니다.  특히 기초 단계의 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쉬운 한글 책 들이 필요합니다.  아리조나에 한글 책들이 가득한 한국어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을 만드는 꿈을 꿔 봅니다.  지구인 여러분, 함께 꿈 꿔 주세요!

 
 
* 신경아 사모 약력:
이화여대 사범대학 초등교육학과 졸업/ 이화여대 초등교육 석사 졸업
수원 중앙 기독 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로 1995년부터 2015년까지 근무 / 현재 그랜드캐년 특수교육 석사과정 공부 중.
아리조나 한인 침례교회 홍민택 목사와 같이 살고 있음./ 고등학교 졸업반 12학년 딸과 중학교 졸업반 8학년 아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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