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2)

by admin posted Aug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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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특수교육기관들이 있더군요. 학교 과제 덕분에 여러 종류의 특수 교육 환경을 참관했습니다. 독립된 특수학교, 초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고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복지관, 치료 센타 등등을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오히려 근무하던 학교 안의 특수교육 환경만을 알 뿐이었는데, 다양한 형태의 특수교육의 모습을 보니 나름대로 이런 상황의 친구들은 여기로, 저런 상황의 친구들은 저곳으로 가면 좋겠다 하는  잣대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살고 있는 아리조나 피닉스는 'Autism Friendly City'  즉 '친자폐 스펙트럼 장애 도시'라고 하는 군요.  얼마전 한인 신문에 따르면 조만간 피닉스 근교에 자폐아와 그 가족들을 위한 마을이 조성된다고 하네요. 마을 안에는 24시간 의료 시설과 안전한 복지시설들이 갖추어져 있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주택들이 들어 설 예정이라는군요. 아리조나에는 장애우의 자립적인 생활을 위한 아파트나 주택 단지가 이미 몇 군데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곳 중 일반 학생은 받지 않고 장애 학생들만 다니는 특수 학교가 있습니다. 한 곳은 장애의 정도가 심해 공립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없기에 교육청으로부터 위탁 받아 교육을 실시하는 특수교육기관 이었습니다. 공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위탁을 받아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고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기에 완전한 사립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중학생들을 참관하였는데, 한반에 학생수가 10명을 넘지 않았고, 제가 참관했던 학급의 학생들은 대부분 자폐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남학생이었고, 그나마 있는 여학생 한 명은 제가 참관한 날 마침 결석을 하여 만날 수 없었습니다. 학생은 8명 정도였고, 담임 선생님인 특수 교사 1명, 붙박이 보조교사 1명은 학생들과 내내 함께 생활했고, 행동수정 전문가 선생님 1명, 직업치료 선생님 1명, 언어치료 선생님 1명, 음악치료사 등이 교실에 수시로 들락날락 하셨습니다. 그러니 교실 안에는 늘 학생 반, 어른 반으로 수업을 할 때에도 교사와 학생의 비율이 거의 1:1 또는 1:2 ~1:3 정도였습니다. 학급운영은 응용행동분석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각 학생들마다 개인별 과제판과 보상 항목 그리고 스티커 판을 가지고 있었고, 선생님들은 계속 과제와 보상을 연결시키며 학생들이 주어진 책임을 다 하게끔 환기시키고 동기화 하였습니다. 이 학급 학생들의 인지 능력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 수준 정도 인 듯 했습니다. 간단한 수, 미국 돈의 종류 등을 그룹별로 공부하고 있었고, 알파벳, 글자 따라 쓰기 등을 과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점심시간 후에 소방서로 현장학습을 가기로 했던 모양입니다. 아침 조회 시간부터 담임 선생님은 "오늘은 소방서에 간다, 소방서에서는 친구와 손을 꼭 붙잡고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 등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하였습니다. 소방서에 가서 소방차에 직접 탑승도 해 보고 소방관 아저씨도 만나 본다고 잔뜩 학생들에게 바람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중학생들이 소방서에 가니, 동네 어딘가에서 불이 나서 소방차와 소방관 아저씨들은 모두 출동을 나가는 바람에 학생들은 그냥 학교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여러분, 자폐 친구들에게 있어 스케줄 변경이란 곧 '분노 폭발'과 '세상 종말'이란 것 다들 아시죠! 예방을 중요시하는 미국 특수교육 답게, 그날 오후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습니다. 우선 덩치가 건장한 행동치료 전문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였습니다. 만약 학생 중 한 명이 분노폭발을 한다면 재빨리 그 학생을 감각활동 방(sensory room)이나 또는 심한 경우, 자해를 못하게끔 하는 하얀 방으로 데려 가기 위해 와 계신 모양이었습니다. 8명의 학생들에게는 때아닌 보상활동들이 주어졌습니다. 어떤 학생은 아이패드로 영화보기, 어떤 학생은 선생님과 자판기에 가서 음료수 뽑아 먹기, 한 학생은 색칠공부하기, 놀이터에서 놀기 등등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소방서 사건을 잊었습니다. 아마추어 단계였던 저는 그만 한 학생에게 위로한답시고 "오늘 소방차와 소방관 아저씨들을 만나지 못해 속상했겠구나."하는 멘트를 날렸다가 담임 선생님께 주의를 받았습니다. "소방서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말씀은 삼가하세요!"라고요.

제가 방문했던 또다른 특수학교는 위의 학교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의 사립 학교였습니다. 정부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않기에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100% 사립학교입니다. 이 사립학교는 정상인은 아니지만 장애가 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또는 경미한 자폐 성향을 지닌 학생들을 위한 학교였습니다. 공립학교에서 충분히 독립적으로 수업을 들으며 말썽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으나, 사회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예민하고, 언어 능력이 떨어져 수업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오는 학교였습니다. 이곳에서 고등학생의 수학수업을 참관하였습니다. '대수' 수업과 '기하' 수업을 참관하였는데 수준 높은 수업내용에 그만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을 위주로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함수 그래프로 향후 10년간의 사업 수익 예상 알아내기, 세금환급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세금환급액 계산하기, 3D 프린터로 마스코트 제작하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입체도형을 이용한 디자인 만들기 등등이 제가 본 수업내용이었습니다.  교실에는 3D 프린터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멀쩡해 보이는 학생들이 굳이 비싼 학비를 내고 이 학교에 다녀야 하나?"하는 생각이 피어오를쯤, 수학 선생님께서 많은 학생들이 공립학교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자살시도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이 학교에 와서 받아들여진다는 안정감 속에서 친구도 사귀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학생의 아빠는 학부모 모임에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드디어 자녀가 금요일 저녁 함께 영화구경을 갈 친구가 생겼다며 기뻐했다고 고백하였다는 이야기도 들려 주셨습니다. 이 학교에는 보조교사나 경찰관, 행동치료 전문가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커다란 개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Therapy Dog이라고 하네요. 응용행동분석(ABA) 교수법도 쓰이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수업내용을 통해서 충분히 동기화가 되기 때문에 응용행동분석(ABA) 교수법을  사용 할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언어치료 선생님께 "ABA 교수법이 비인간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사용하는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냐고 하셨습니다. 응용행동분석(ABA) 방법을 사용할 때에는 우선 학생과 충분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고, 먹을 것이나 컴퓨터 게임 등만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보상을 제공한다면 학생에 따라 유용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응용행동분석(ABA) 방법을 통해 얻는 효과도 많지 않느냐라고 하시면서 말이죠.  특수학교이라는 테두리안에 정말 다양한 형태의 교실들이 있죠!  위에서 소개한 기관들 외에도 공립학교 안에 있는 특수학급들도 저마다 특색 있게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캐면 캘수록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곳이 바로 특수교육 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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