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에서 ESL 교실 탐방 이야기

by admin posted Oct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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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여러분, 영어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그리고 교육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ESL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English as a Second Language(ESL) 반은 어떤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게 될까요?  

궁금하지 않으신 가요?      

지난 겨울, 미국 공립 초등학교 ESL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저의 편견- ESL은 영어를 못하는 학생들만 가는 반이다 -을 박살내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제가 방문했던 학교의 ESL 수업은 학생들을 수업 중에 불러내어 따로 소그룹 형태로 하루에 20분 정도 ESL 수업을 받게 하는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주마다 ESL 수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어떤 주에서는 ESL 반을 아예 독립한 한 반으로 편성하여 교육을 한 후,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판단되면 일반 반으로 들여보냅니다. 

이중언어교육을 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영어와 모국어, 아리조나에서는 주로 스페인어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어를 더 쉽고 빨리 가르치기 위해 잠시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뿐이며, 학생들이 영어를 어느정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100% 영어로만 수업하게끔 되어 있답니다.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몰입교육 또는 이머젼 교육(immersion)과는 의도가 다른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만났던 ESL 선생님은 경력이 20년 이상인 베테랑 선생님이셨습니다. 원래는 유치원 선생님이셨는데 과목을 바꾸어 지금은 5년째 ESL 선생님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작년에 교육청에서 10명의 ESL 교사들이 해고된 가운데서도 살아 남은 실력파 선생님이셨습니다. ESL 선생님들은 교육청의 예산 편성에 따라 순식간에 해고 될 수도 있고, 계속 일할 수도 있는 불안정한 계약직 선생님들이랍니다.  

사실 미국은 교직에 정년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고 들었습니다. 대신 정년퇴직도 없다고 합니다. 해고되거나 아니면 자기가 알아서 하산하는 형태이죠. 교육청 예산에 따라 ESL, 음악, 미술, 체육 그리고 특수 교사 등은 일자리가 없어졌다 생겼다 하는 모양입니다.

실제 수업을 참관하면서 느낀 점은 ESL 교실에 온 학생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영어를 잘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리토킹이 가능한 아이들었어요.  이 반에 왜 왔을까 궁금해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읽기'와 '쓰기' 실력이 또래에 비해 부족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아이들 중에서는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아리조나의 아이들은 유치원에 입학하면 가정설문조사라는 것을 합니다. 이 설문조사에서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라고 체크하면 무조건 주교육청에서 제작한 ESL 선별 시험을 봐야 합니다. 이 시험 점수가 낮게 나오면, ESL 반에 들어가게 됩니다. 

만약, 우리 아이를 ESL 반에 넣기 싫다고 부모님이 말씀하시면 ESL반에 안 갈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ESL 프로그램을 받든 안 받든, 그 학생은 ESL 대상 학생으로 분류되며 일 년에 한 번씩 ESL 학생들을 위한 시험을 봐야 합니다. 이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이 나와야 ESL 프로그램에서 탈출하여 ESL 학생이라는 딱지를 뗄 수 있습니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유치원, 초등학교 내내 ESL 프로그램을 받아야 합니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ESL 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아리조나의 경우, ESL 학생들은 AZella 라는 이름의 영어시험을 봐야 합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분야를 골고루 테스트 하는 시험인데, 통과하려면 4 분야에서 고르게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유치원부터 3학년까지 시험문제가 똑같고, 4학년부터 5학년까지 시험문제가 같습니다. 물론 통과 기준점수는 학년마다 다르지만 유치원생이 3학년 학생들과 똑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본다는 것이 왠지 불공평하다는 느낌 마져 줍니다. 제가 만난 ESL 선생님께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어떻게 유치원생이 3학년생이 보는 시험을 보고 통과할 수 있겠냐, 언어 영재나 되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라며 불합리성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쨌든, 한번 ESL 학생이 되면 부모님의 도움과 개인의 의지 없이는 ESL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 입니다. 아빠, 엄마가 모두 밤 늦게까지 일하고, 아직 철이 없는 유치원생이 불굴의 의지로 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죠! 시험은 모두 컴퓨터로 봅니다. 마치 토플 시험처럼요.         

제가 참관했던 반의 아이들은 훌륭한 선생님의 소수정예 지도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못하고 괴로워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5학년 독해 수준이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5학년 정도가 되면 설명문을 집중적으로 읽고, 비유, 은유, 직유, 상징 등의  문학적 기법을 배우고 사용하게 됩니다. 독해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데다가 스펠링이 형편없는 5학년 학생들이 집에서 따로 공부하지 않고 수업을 따라가기는 참 어려울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안타깝고 딱한 생각이 듭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한국의 6학년 교실에서 수업내내 잠을 청하는 개구쟁이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들도 어쩌면 생각보다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 수업을 잘 못 따라 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느껴집니다. 학생들의 독해력과 글쓰기 실력을 정확히 판별해 낼 수 있는 평가도구가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한국에 사는 지구인 선생님들, 한국의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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