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의 새벽

by admin posted Dec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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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이라 할지 아니면 한 밤중이라 할지, 새벽 아니면 밤 1시 또는 2 시쯤 잠에서 깰 때가 많습니다.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교회 생각일 때가 많고, 가족들 문제, 또는 나 자신에 대한 것 때문에 깊이 잠을 못 잡니다. 

당연히 소파에서 낮에 이 삼 십분 눈을 붙여야만 하지요.

이런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얼마 전부터는 아예 습관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낮잠 시간과 운전 시간이 겹칠 때였습니다. 

위험한 순간을 몇 차례 넘기면서, 하는 수 없이 잠자리에 일찍 들게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하고 8시에서 9시 사이에 잠자리에 듭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10시는 넘기지 않지요.

내가 좀 이상해진 것 아닌가, 괜히 불안했는데 영남대학교의 박홍규 교수 역시 그렇게 산다는 인터넷 기사를 읽고 위안을 얻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을 번역하는 등 수많은 책을 번역하고 저술한 분으로 평소에 존경하는 학자 중 한 분인데, 그분 역시 그렇게 일찍 자고 한 밤중에 일어난다는 기사를 읽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안도가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녹차를 진하게 내려서 마십니다. 

커피를 마시면 좋은데, 커피 가는 소리에 식구들이 깰 것 같아 차를 마십니다. 

새벽에 마시는 차는 머리와 마음을 맑고 차분하게 해줍니다. 

강대국 지도자들이 녹차를 마시면 핵전쟁이 없어질 것이라 법정 스님이 말씀하셨는데, 핵 단추를 누르기 전 차를 한 잔 내려 마시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하십니다.

성경을 깊이 묵상합니다. 

수 십 번 읽었을 구절인데 깊이가 다릅니다. 

당면한 삶의 문제들과 연결되며 책망, 위로, 의미(이유), 미래 계획 등에 관한 것을 큐티 노트에 길게 적습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완벽한 침묵 기도입니다. 

깊이 깊이 들어가 가족들을 위해서, 교우들을 위해서, 그리고 한국의 역사적 상황 등을 놓고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립니다. 

그리고 새벽 일찍 출근하는 둘째 아이의 점심 도시락을 만듭니다. 

양파, 벨 페퍼(Bell Pepper), 토마토 등을 썰어 후라이 팬에 볶습니다. 

시금치를 넣고, 햄을 잘게 썰어 넣고, 마지막으로 계란을 넣어 매일 거의 같은 점심을 만들어 줍니다. 

사과를 먹기 좋게 썰어 따로 담거나 또는 포도를 넣어주기도 합니다. 

요거트를 하나 넣고, 커피를 갈아 내려 통에 담아줍니다. 

40분 정도 수도승이라도 된 듯 집중해서, 일하다 먹을 아들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합니다.

그렇게 아이가 출근한 후 책을 읽습니다. 

요즘은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읽고 있는데, 목회와 삶에 중요한 고비마다 읽는 책입니다. 

아마 열 번도 더 읽은 것 같은데, 이번은 또 다릅니다. 

『고백록』은 여러 사람이 번역했는데,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서울 감리교 신학대학의 선한용 교수가 번역한 것입니다. 

『고백록』 중 가장 잘 된 번역으로, '책 중의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76세 죽음을 맞이한 어거스틴이 침대에 누워 몇 달 동안 거동을 못했습니다. 

다른 번역본에서는 없었던 내용인 듯 한데, 어거스틴이 제자에게 부탁하여 시편 51편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달라고 했습니다. 

머리조차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편 51편을 묵상하며 하나님 앞에 깨끗한 영혼이 되려 힘썼던 성자의 모습에 다소 위로를 얻었습니다. 

요즘은 새벽에 히터를 틀어도 추위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부터는 새벽에 책을 읽는 중 잠깐 이 삼 십분 정도 실내 운동 기계로 운동을 합니다. 

땀이 조금 날 정도로 운동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다시 새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열어가고, 목회와 인생의 길목 길목들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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