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지구인들은 학생들을 어떻게 훈육할까?

by admin posted Dec 16,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ewshin.JPG

 

 

교생실습을 하는 동안, 실습하고 있던 교실이 뒤집어지는 사건들이 몇 개 있었다.  사건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외부로부터의 문제, 나머지는 내부 문제.    교실이 몇 번 들썩거리면서 나는 미국 지구인들이 한국 지구인들과는 훈육에 있어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날아 온 학부모 지구인들이 알아 두면 다소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교실, 정확히 말하자만 실습을 하고 있는 교실 안에는 일명 "반성의 방", "고립의 방" 영어로는 "Seclusion room"이 있다. 이 방은 쉽게 말해 타임아웃(time out)을 하는 방이다. 화장실 한 칸보다 약간 더 큰 크기에 가구나 물건이 전혀 없고, 쿠션만이 한 두개 있는 사방이 흰 색으로 칠해져 있는 방이다. 이 방의 문에는 유리창이 있어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들여다 볼 수 있고, 잠근 장치나 문고리가 없기 때문에 문을 잠글 수 없게 되어 있다. 학생이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입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할 때 들여 보내는 방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방이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학교생활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방에는 단골 손님이 있다. 실습하는 3개월 동안, 이 "반성의 방"에 단골 손님이 있었다. 그는 유치원생으로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책꽂이를 사다리 삼아 높은 곳에 올라가는 통에 언제나 요란한 비명과 함께 여러 선생님들에게 들려서 공중부양 하듯이 "반성의 방"으로 들여 보내졌다. 들어가서도 계속 문을 두드리고 밀치는 통에, 학생의 담임 선생님과 특수 교사가 문 밖에서 엉덩이로 힘껏 막아서곤 했다. 하필이면 이 "반성의 방"이 우리 교실안에 위치한 덕에 한달에 몇 번씩은 괴성과 울음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번 "반성의 방"에 들어가게 되면 울음을 멈추고 평정심을 찾을 때까지 방에서 나올 수 없다. 엄마가 출동해도 나올 수 없다. 문 밖에서 선생님이 "이제 나올 준비가 되었니?"라고 물었을 때, 울음을 멈추고 예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해야만 나오게 해 준다. 처음 이 단골손님이 "반성의 방"에 던져 졌을 때는 선생님들이 핵폭탄을 들고 뛰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유치원생이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켜 교감 선생님 방에 보내졌는데, 교감 선생님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집어 던지고 땡깡을 부려 "반성의 방"에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반성의 방"을 찾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학생의 폭력적인 행동이 다소 누그러지고 난동을 부리는 시간도 차츰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뒤에는 미련하리만큼 메뉴얼대로 이 학생을 훈육하는 선생님들과 교육청에서 파견 나온 "행동수정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으리라.

요즘 한국의 학교에서도 거칠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다. 선생님들은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혼자서 속을 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하고 쎄게 학생을 훈육하려다가 고소를 당하거나 역풍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학교에 이러한 "반성의 방"이 있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을 다루는 구체적인 훈육 메뉴얼이 있다면 학생과 교사 모두를 보호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실에 닥쳤던 내부의 문제는 이러하다. 나의 멘토 교사인 바비 선생님과 여러 명의 보조 교사들은 한 학생의 엄마 때문에 매우 화가 났었다. 우리 반 학생 중에 친구들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거나 멱살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해서 여러 번 주의를 받았던 학생이 있다. 그런데 그 학생의 엄마가 바비 선생님께 교실에 와서 두 눈으로 아드님의 행동을 관찰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였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내 아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한국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아무날 아무시에 와서 보시라 하고 쿨하게 허락을 해 주었을 듯 한데, 미국 지구인들은 이 요청을 매우 불쾌하게 받아 들였다. 마치 학교와 선생님들을 신뢰하지 못하여 트집거리를 잡으러 오는 듯한 뉘앙스로 받아 들인 것 같았다.      결국 교장선생님이 그 엄마에게 15분간만 교감 선생님 입회 하에 교실 참관을 허락했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미국지구인들은 굉장히 불쾌하게 여겼다. 그 엄마가 오기 며칠전부터 교실을 정리하고 그 엄마가 방문했을 때, 각자가 어떤 임무와 역할을 해야 할지 의논하는 등 선생님들은 신경을 많이 썼다. 엄마의 방문은 아무 마찰 없이 싱겁게 끝났지만, 이 일을 통해 미국 지구인들은 '훈육', '안전', '위생'에 관해서는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 엄마가 교실의 허드레 일을 도와주러 온다거나 선생님과 어떤 일을 의논하러 오고 싶다고 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아드님의 문제 행동과 교실 상황을 연관 지어 참관을 오겠다고 하니 난리가 난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 지구인들은 공중 위생이 철저한 듯 하다. 균을 옮길 수 있는 모든 행동은 비호감 일순위이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는데도 꾸역꾸역 학교에 출석하는 행위, 코피를 흘리며 싸돌아다니는 행동, 나의 균이 가득 담긴 침을 뱉는 행위, 화 난다고 또는 기분 좋다고 친구를 깨무는 행동 등은 단체생활에서는 타도 대상이 되는 지름길이다. 한국 지구인들이 몸이 아파도 참고 공부하는 행동을 갸륵하다고 여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학생이 코피를 흘리면 한국의 선생님들은 당연하게 휴지를 건내며 대수롭지 않게 뒤처리 하는 것을 맨손으로 도와주지만 미국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위생 물티슈로 사방팔방을 닦아내며 경우에 따라서는 양호 선생님을 호출하기도 한다. 훈육방식에는 문화와 철학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느낀 훈육 방법과 절차는 한국의 그것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훈육이란 사람과 사람 간의 사적이며 주관적인 것으로 생각되고 처리되는 반면, 이곳 미국에서는 훈육은 법과 질서와 관련된 공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담임교사 혼자서 훈육을 처리하는 경우 보다는 교장 선생님을 포함하여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또는 어떤 절차에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 금방 온 지구인이라면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교장 선생님까지 알게 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지구인들의 경향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Articles

6 7 8 9 10 11 12 13 1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