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시험은 싫어!

by admin posted Apr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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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리조나에 사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은 "AZ Merit"이라는 시험을 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아리조나에 있는 공립학교 학생들은 챠터 스쿨까지 포함하여 1년에 한번씩 이 요상한 이름의 시험을 보게 된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도학력고사"쯤 되는 급의 시험이다.  

영어와 수학 이렇게 두 과목을 평가하고 요즘에는 AIMS라고 하여 과학 과목까지 추가로 시험을 보는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일년에 한번씩 "학력진단평가", "도학력고사", "과학, 수학 경시대회" 등등의 이름으로 도 단위의 시험을 본다.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주마다 이름만 다를 뿐이지 AZ Merit과 같은 주 단위의 시험을 본다.

이곳 미국 지구인들의 시험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의 지구인들과 좀 다르게 느껴진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필자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웃픈(우습고도 슬픈) 일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초등학교 3학년반을 맡고 있을 때였는데, 중간고사 전날 학교 행사 준비를 위해 학부모 회의를 열려고 하였다. 

그런데, 엄마들이 반대를 했다. 

왜냐하면 집에서 아이들 공부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집을 비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겨우 3학년밖에 안 된 아기들에게 "00고사"라는 미명하에 학교에서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커다란 시험지를 풀게 하는 것도 가혹한 일이었지만, 아기들을 감시하기 위해 엄마들이 집을 비울 수 없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시험"이야말로 학생들의 능력을 가장 정확하게 가늠해 볼 수 있는 최상의 도구이며 공부할 동기를 유발하는 최고의 방법이다라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 있었기 때문에 엄마들의 이런 태도는 매우 정상이며 참으로 헌신적이다라고 생각했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지구인들은 시험을 대하는 태도가 다소 쿨한 것 같다. 

우선 학생들은 별반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태도를 보인다.  

엄마까지 외출을 삼가 할 정도로 시험준비에 매진하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시험을 볼 때 집중력 향상을 위해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것을 먹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시험 기간이라고 따로 행사가 취소되거나 할 일을 미루거나 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미국 지구인들의 SAT 시험을 대하는 자세와 한국 지구인들이 수능에 대처하는 자세도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미국에서 "시험"에 지장을 줄까 봐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비행기 운항을 자제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미국 지구인들은 시험을 엉덩이에 깔고 앉아 있는 반면에 한국 지구인들은 그것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왜일까? 

이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시험"이라는 것이 미국 지구인들에게는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인 반면, 한국 지구인들에게는 일종의 "심판"과 "결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한방으로 12년간의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결판나는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이다.  

대학입시에서 낙방하면 죽어 버린다라는 각오로 공부했었기에, 미국 지구인 답게 SAT에 대처하는 딸을 보고는 답답해서 숨이 가빴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 말 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 말고도 다른 여러가지는 갖추고 준비해야 하므로 좀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한국에서는 한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기에 시험을 망치게 되면 대안이 없는 경우가 생긴다.  

오랜 교직 생활로 깨닫게 된 점은 이제는 예전처럼 "시험"을 맹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받아쓰기 100점이 훌륭한 국어 실력과는 별로 상관이 없고, SAT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해도 그 학생이 뛰어난 실력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 시험을 많이 보면 볼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얕은 기술과 술수만 늘게 될 수도 있다는 부작용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나의 제자들에게 "시험 부작용"을 한껏 안겨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특히 예전 나의 3학년 아기들에게 말이다.  

갑자기 어제 옆반 선생님 교실에 갔다가 우연히 읽게 된 수재(talented)와 영재(gifted)의 차이점이 떠오른다.      

수재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지만 영재는 질문을 만들어 낸다.       

수재는 학교를 좋아하지만 영재는 배움을 좋아한다.

수재는 구조를 잘 파악하지만 영재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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