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월호, 교회

by admin posted Apr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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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제를 선택하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다가 결국 '세월호'로 돌아왔습니다. 

세월호 얘기 하는 것 싫어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교회에서도 세월호 얘기 하시지 말라고 직접 말씀하는 분들 있습니다. 

안산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은 교인이 딸을 세월호에서 잃었는데, 장로님들 눈치보느라 위로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분통을 삭이셨다 합니다. 

심지어 같은 지역 목사님은 장로님들 성화에 못이겨 세월호 유가족 교인들을 다른 교회로 보내야만 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예수님이 목회하시던 교회 교인 자녀가 세월호에 탔다가 그런 희생을 당했다면, 그러면 담임목사이신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답은 뻔하죠. 

발벗고 나서시어 함께 슬퍼하시고 저들의 아픔과 분노를 온 몸으로 끌어안으셨을 것입니다. 

또 그렇게 유가족들 몰아내는 장로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아!' 하시며 책망하셨을 것임은 두 말할 나위 없습니다.  

이번 주는 고난 주간이고, 5년 전에는 세월호와 함께 아이들이 물에 잠긴 주간입니다. 

5년 쯤 지났으면 되지 않았냐고 하지만, 이상하게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약한 자들,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에게 마음이 먼저 갈 수밖에 없는 목사들에게 세월호는 끝내지 못한 숙제와 같습니다. 

목사들뿐 아니죠. 

복음서의 예수님을 본받기 원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두 그러할 것입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세월호는 무슨 세월호냐'고 합니다. 

'나라에서 몇 억씩 받아먹었으면 됐지 뭘 더 어찌 하라는 것이냐'고도 합니다. 

그러나 세월호는 한국 사회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입니다. 

짧게는 박정희 독재 이후, 길게는 일제 강점기 이후 퍼져온 암세포 덩어리가 드러난 것입니다. 

교회도 이 암세포를 막아내지 못했고, 일부 대형교회들은 오히려 이 암세포의 확산을 더 자극해왔습니다.     

암세포를 제거해야 할 곳에 일회용 밴드를 붙여서야 되겠습니까? 

곪아 있는 상처 피고름 다 뽑아내야지 적당히 연고만 발라주고 '이제 됐으니 가도 된다.' 해서 되겠습니까? 

나올 수 있는 피는 다 나오게 하고, 고름은 그 뿌리까지 뽑아내야만 합니다. 

그래야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는 법입니다. 

한국도 아닌 미국에 살고 있는데, 안산 조그만 동네 일이 뭐 그리 중요하고 대단하느냐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미국에 있으니 상관없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미국 뉴스보다 한국 뉴스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미국 유투브는 거의 보지 않고 한국 유투브에만 몰입하고 있다면 그 가치관의 뿌리는 한국입니다. 

역사관과 세계관의 중심은 한국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적당히 반창고 붙이는 식으로는 안됩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인간됨, 신앙, 역사관, 가치관을 위해 세월호가 바르게 해결되어야만 합니다.

예수님도 복음서에서 할 말은 분명하게 하셨습니다. 

교회에서 세월호 얘기 자꾸 하면 교회 부흥 안된다고 조언하는 선배 목사님들 계십니다. 

부흥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해야 하겠지만, 예수님은 부자 청년을 향해 '너 가진 것 다 팔아서 가난한 자에게 주라, 그래야 구원받은 것이고 나를 따르는 것이다' 하셨습니다. 

부자에게 적당히 비위 맞추는 식으로 사람 숫자 늘리고 재정 규모 늘리려 하시지 않았습니다. 

두 렙돈 바친 과부를 몇 십배 더 바친 바리새인들보다 칭찬하셨습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르시죠.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양이 생전에 출석했던 안산의 화정감리교회 박인환 목사님의 말씀입니다.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염수정 추기경에게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했다는데 제 생각엔 그건 절반만 맞은 겁니다. 그냥 예수님에게 중립이 없었어요. 예수님은 언제나 편파적이었습니다. 약한 자, 고난당하는 자들을 편드셨죠.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 균형추를 잡으려고조차 안 했습니다. 그러니 기독교는 편파적입니다. 약한 자 슬퍼하는 자에게 마음이 가야 합니다."

"그런데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깐 자본가들과 당시 집권 여당 편만 드는 교회들뿐이고, 예수 정신과 상관없는, 거리가 있는 교회들 뿐이에요. 그래서 예수를 제대로 못 믿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 거죠. 어렴풋하게 문제의식을 가졌던 게 너무나 마음에 와닿게 되면서 '어떻게 하나? 한국교회가, 교회의 주류집단이 예수와 상관없구나' 하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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