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스토리 넷

by admin posted May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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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1 : 

아침에 출근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물었습니다. 

"엄마, 나 없이도 살 수 있어?"

엄마는 딸의 말을 장난으로 받으며 대답합니다. 

"엄마는 우리 딸 없이도 잘 살지."

전화기 넘어로 딸아이는 말을 이어갑니다. 

"엄마, 난 엄마 없인 못살아. 그래서 먼저 가나봐. 사랑해."

이상하다고 느낀 엄마는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 여기 불이 났는데 문이 안 열려. 엄마밖에 생각이 안 나네. 사랑해 ......"

딸은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기를 떨어뜨렸습니다. 

그 시간에 지하철 방화 사건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된 엄마는 "엄마도 우리 딸 없이는 못 사는데 어떻하지?" 하며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스토리 2 : 

이제 막 선교훈련을 마치고 새로운 지부에 부임했던 한 대학교 선교단체의 청년 간사는 동료 간사에게 "숨을 쉴 수가 없어.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나를 위해 기도해 줘"하는 말을 남긴 뒤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부푼 가슴을 안고 출근하던 첫 날 지하철에서 그랬습니다.

스토리 3 : 

대구 지하철을 탔던 남편으로부터 마지막 전화를 받은 아내는 5시간 뒤 성경책을 꼭 품은 채 눈을 감고 있는 남편의 시신을 병원에서 확인했습니다. 

남편이 참사를 당한 시각은 30여 년을 한결같이 출석하던 교회의 기도 모임에 참석차 집을 나간 지 30여 분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스토리 4 : 

작은 개척교회 김 목사는 중학교 2학년 딸을 잃었습니다. 

그날따라 학원에 가기 싫어 꾀를 부리는 아이를 억지로 보냈다며 사모님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벌써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져가고 있는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 스토리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들이 우리보다 특별히 죄가 더 많다거나 심판 받을 이유가 더 중하여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님은 두 말할 나위 없습니다. 

다만 이 스토리들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닫습니다.

3년 동안 포도원에 심어 가꾸었건만 아무런 열매도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를 향해 주인이 "찍어 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느냐" 호통을 칩니다. 

과원지기가 주인에게 사정하기를, "1년만 더 유예기간을 주십시오. 다시 잘 파고 거름을 주어 보겠습니다. 그러고도 안 되면 그때는 찍어 버리겠습니다" 합니다. 

누가복음 13장에 나오는 말씀이죠.

우리는 모두 1년 유예기간을 사는 인생들입니다. 

저 자신 개인적으로 정말 그러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은혜로 심판을 유예받았는데 그 기간 동안 "두루 파고 거름" (8절) 주어 열매 맺는데 혼신을 다해야 하리라 다짐합니다. 

"두루 파고," 즉 회개와 성찰로써 마음 밭 갈아엎고 좋은 마음 착한 마음 옥토가 되게 할 것입니다. 

"거름," 즉 말씀의 거름, 실천의 거름, 기도의 거름 풍성히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유예기간에 두루 파고, 거름 주는 일에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백야드 봄농사가 작년만 못합니다. 

한 두 가지 빼고는 거의 모든 작물이 시원치 않습니다. 

큰 나무 그늘에 가려 야채들이 자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물 주는 방식을 바꿔서 그런 것인지 고민하며 나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작년과 분명히 다른 것이라면 거름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매년 거름을 주었기 때문에 올 해 한 번은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 했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인 것만 같습니다.

내 영혼의 밭에도 거름 주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목사니까,' '다 아는 건데,' '옛날에 해봤어' 하며 쉽게 넘어가고 타성에 젖습니다.

'아직 삼 사십 년은 더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며 다시 신발끈을 맵니다. 

아니, 1년 유예기간 밖에 없다면 오늘 하루가 소중합니다. 

할 일을 하나하나 정리해보니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오늘도 "두루 파고 거름"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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