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IEP 가 뭐람?

by admin posted May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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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들이여,  집을 살 때에는 집 문서를,  취직을 할 때에는 '고용계약서' 를 작성한다. 만약  집을 사는데 집문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취직을 했는데 고용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뭔가 이상한 것이다. 나중에 뭔 일이 터져도 전혀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의 특수교육은 개별화 교육계획안, 영어로는 줄여서 "IEP" 늘려서는 "Individual Education Plan"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이 IEP는 법적인 문서이며 강력한 규칙에 의해 작성되고 실행되는 한마디로 특수교육의 고용계약서, 청사진, 법정 증거 등등인 셈이다.

사실 한국에서 교사로 있었을 때에는 이 "IEP"가 특수교육에 있어서 이만큼 중요한 서류인지 전혀 몰랐다. 그냥 특수교사와 특수아의 학부모님과 한 학기에 한번 정도 만나서 그동안의 자녀의 학교생활을 이야기하는 학부모 면담 자료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미국에서 자녀가 특수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특수교육 종사자로서 필자는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미국에서의 특수교육은 이 IEP가 없이는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는 체계로 구축되어 있다. IEP라는 것은 장애를 지닌 학생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 어떤 특수교육 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하는지, 또 어떤 목표를 세워서 교육을 진행할 것인지를 정리해 놓은 서류이다. 이 서류에는 활동 보조 교사가 일주일에 몇시간 도움을 줄 것인지, 어떤 영역- 예를 들면, 식사시간, 화장실 용변처리, 학교에서 교실 간 이동시 도움주기 -에서 도움을 줄 것인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일반 학급에는 몇시간이나 들어 갈 것인지, 언어치료나 작업 치료 등은 누구에게 주당 몇시간을 받게 되는지도 이 서류에 다 쓰여 있다. 장애 학생의 생일, 주소, 장애 진단명, 건강 정보 등도 상세히 나와 있다. 

IEP가 중요한 이유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특수교육 서비스는 IEP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학부모가 자녀의 언어치료 시간을 늘리고 싶거나, 아니면 특수 학급이 아니라 일반 학급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IEP 회의를 다시 열어 달라고 요청하여 IEP 팀의 승인을 받고 IEP를 수정한 후, 공부시간의 변경이 가능하다. 

교생실습을 했던 학급에서는 한 학부모님이 학교에서 아이의 배변훈련 방법을 변경시켜 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 어머님은 올 봄에는 반드시 기저귀를 떼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학교에서도 좀 강력하게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이에 특수교사는 IEP 회의를 다시 열고, IEP를 수정한 후에야 학부모님의 요청을 받아 들여 주었다.

그런데, IEP를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나는 여름방학 전에 모든 IEP를 작성하고 마감하기 위해 정신없이 동분서주하는 특수교사들을 보았다. 먼저, 장애를 진단하는 기관이나 장애가 있는 학생이 교육청을 통해 입학을 요청하면, 요청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IEP를 작성해야 한다. 교육청으로부터 특수교사는 입학생 또는 전학생의 의료기록, 진단결과 서류 등등을 전달받으면, 특수교사는 그 학생을 위한 교육팀을 구성하고,  IEP 초안을 작성한다. 보통 초안이 레터지로 8~10 장 정도에 이른다. 이 IEP 초안에는 학생의 현상태 그러니까 인지능력, 언어능력, 사회성, 운동기능, 그리고 일상생활 영위능력 정도를 기록한다. 대부분 심리검사 결과나 아니면 진단기관에서 관찰 결과를 보내 온 것을 그대로 정리해서 적는 것이다. 그리고는 앞으로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교육할 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적는다. 예를 들면, "화가 났을 때, 발로 차거나, 땅에 드러 눕거나, 교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행동을 하지 않고, 대신 숨을 크게 들이키기, 고요한 장소에서 안정 취하기, 색칠 공부나 불럭 놀이 등의 전환 활동하기 등의 활동을 선택하여 자신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다. 화가 난 상황의 80% 이상의 경우에서 교사의 적절한 언어적 지도가 3번 이하여야 하며, 이러한 긍정적 감정조절이 3일 연속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 뭔 소리인가 하겠지만, 이렇게 굳이 숫자를 넣어 교육목표를 적는 이유는 6개월에 한번씩 목표를 몇%나 달성했는지를 수치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안 작성이 끝나면 특수교사, 일반학급 교사, 학부모, 심리 검사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보통 학교 심리상담선생님), 교장 선생님, 언어나 운동 치료 선생님으로 이루어진 교육팀을 IEP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하므로 시간을 잡기가 매우 어렵고 힘들다. 만약 부득이하게 참석을 못하게 되면, 학부모에게 미리 전화나 메일로 허락을 받아야 하며, 학부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한다. 심지어는 전화로 통화를 하며 회의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학부모님은 IEP 회의에 오셔서 특수교사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이며 유쾌하고 가볍게 회의를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학부모는 변호사를 데리고 와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 지구인들의 경우, 대체로 이 IEP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도는 알고 있는 듯 했다. 학부모님들은 대체로 부부가 같이 참석한다.

IEP 회의를 통해 IEP 초안에 적힌 내용을 모두가 특히 학부모가 동의를 하면, 특수교사는 IEP를 확정지어 IEP 확정본을 회의가 있은 날로부터 2-3일내에 학부모에게 보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특수교육 서비스는 IEP 확정일로부터 2-3일내로 학생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그 후에는 1년간 IEP에 따라 학생의 특수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IEP 확정본을 자세히 읽어보면, IEP 회의 중 학부모가 말했던 내용들이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다. 이것은 나중에 혹시 법정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어떤 정보들을 주고 받았는지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자녀가 특수 교육을 받는 지구인들이여, 이제부터 IEP를 눈을 크게 뜨고 읽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IEP 회의에는 되도록이면 엄마, 아빠가 모두 참석하기를 바란다. 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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