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몬타나 시골에 갔을 때 일이다. 요즘 모텔은 예약할 때부터 의례히 크레딧 카드 번호 달라고 하는데 거기서는 이름만으로 다 되었다. 전화번호 조차 달라고 하지 않았다. 도착하여 방에 들어갈 때도 돈 내라는 소리는 하나도 안하고 키가 방에 꽂혀 있다며 그냥 들어가라 하지를 않나, 일주일 있는 내내 한번도 크레딧 카드 번호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조바심이 나서, 내가 떼어먹고 가면 어쩔라고 이렇게 안 챙길까?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였다.ㅎㅎㅎ 드디어 떠나는 날, "체크로 낼꺼지? 체크 써서 그 방 테이블에 올려 놓고 가라"고 했다. 와~ 우리를 언제 보았다고 이렇게 믿어줄 수가 있을까? 하루 이틀치도 아니고 오백불 가까운 큰 돈인데! 물론 시골과 도시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람들이 워낙 우리가 미국 처음 왔을 때의 그 상태를 유지하고 사는구나...감동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잊었던 미국의 옛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아, 그리운 옛날의 미국이여!
시카고 교외에서 우리는 30년 동안 문을 잠그지 않고 살아도 한 번도 도적 맞지 않고 잘 지냈다. 한두번 열쇠를 집 안에 넣고 잠근 일이 있은 뒤로 그렇게 했는데 여러 식구에 그게 얼마나 편했던지. 한번은 남편이 차사고를 냈다. 경찰이 내게 전화해서 "너의 남편은 운전을 잘 했는데 어쩌다 사고가 났다. 여기 경찰서에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하고 전화를 해주었다. 친절하고도 순수했던 사람들... 그 때는 운전 때문에 걸려도 지금처럼 호된 벌금 없이 안전운전 영화만 보여주고 보내주었었는데... 애초에 한마디 영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말도 잘 못하던 우리를 받아주어 먹고 살도록 지도해주고 답답할 때 참아준 나라.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의심과 불안에 쩌든 우리를 안심시켜 무장해제시켜준 미국... 참 감사하다. 40년 지난 지금 미국은 몸살을 하고 있다. 얼마나 변해버렸는지! 언제부터일까 점점 미국은 서로 불신하는 세상, 도적과 사기꾼이 득시굴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까지도 자동차 문도, 집문도 꼭꼭 잠그고 살고 있으니까.
어제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러 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즉시 증명서를 발급해 주더니 이번에는 열흘 안에 집으로 배달을 해준단다. 아마도 가짜 주소로 받는 사람들을 경계함이리라. 나는 알고 있다. 한국 사람 중에 어떤 이는 들어올 때부터 나라에서 돈 타 먹을 계획을 가지고 온 사람도 있다는 것을. 돈 있는 사람들의 자식들마저 가난한 사람들이 타먹어야 할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짜로 아기낳고 공짜로 얻어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랑한다고. 비싼 차 타고 다니면서도 푸드 스탬프 타 먹는 것을 똑똑한 일로 쾌재를 부른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의사들은 메디케어로 사기를 쳐서 나라돈 수십만불을 축낸 사람도 있다는 것을. 물론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도 그렇게 나라법을 악용하여 나라를 등쳐먹고 약해지도록 했지만부자나라가 된 한국사람들까지 그렇게 한다는 것은 더 부끄럽고 미안하다. 지금의 혼란과 파탄은 세계적인 경제공황이 제일 큰 이유가 되겠지만 세계 각국에서 들어온 이민자들이 정부 혜택을 남용한 것 때문에 더 가중 되었으리라. 그들 때문에 경제뿐 아니라 모든 방면으로 서서히 질이 내려간 것임을 부인할수 없다. 고백할 것은 옛날에 나도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낼까만 궁리했었으니 미국에 미안하다. 다시 젊은 그 시절로 되돌아 간다면 세금을 어찌하면 더 낼까 고민하며 살고 싶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이 에누리 없이 잘 내주고 있으니 조금은...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이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주고 돌봐주었는가? 남한에서는 북한에서 탈북해 온, 같은 말을 쓰는 같은 나라 사람들 조차 제대로 살도록 도와주지 않아서 그렇게 어렵게 온 사람들이 살수가 없어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돕기는 커녕 그들을 사기쳐 먹고 등쳐먹고... 우리들은 미국 와서도 동족에게서 사기 당하면 사기 당했지 본토인들에게는 그런 일 당해 본적이 거의 없다.
왜 미국 사람들은 자기들만 잘먹고 잘 살지 않고 이민자들을 그렇게나 많이 받아들여 돌봐 주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세운 나라여서 약자를 돕는 단체와 활동이 아주 많고, 개개인들도 돕는 정신이 원래 많이 있는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여러번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타이어를 갈아준다던가 친절히 길을 안내해준다던가 배러리 충전을 해준다던가하는 천사들이 되어주었던가! 나는 이곳에 달랑 200달러를 가져와서 그동안 먹고 살았고 대다수 미국인들 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아 왔으며, 아이들 넷을 낳아 최고 교육을 빚은 조금 졌지만 큰 돈 없었어도 잘 받게 했으며, 그 넷 모두 아무런 차별 안 받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자기 뜻을 펼 수 있었음은 천번도 만번도 더 감사하는 감사제목이다.
우리 모두 잊지 말 것은 미국에서 6.25 때 한국전에 참전하여 생명을 잃거나 부상, 실종 또는 포로 당한 사람을 다 보태면 13만 7천명이 넘는다는 것. 애초에 두번째로 많이 도와준 영국에 비하여 삼십배가 넘는 178만 9천명이 참전을 했었다. 그리고 전쟁고아들과 가난한 나라와 부모가 감당 못하여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얼마나 많이 데려다가 친자식처럼 키워주었는가? 우리 뒷집에 입양된 여자애는 일주일이나 솔로 박박 문질러서야 옷장 가득 준비 되었던 공주의 옷을 입힐 수가 있었다. 길에서 울고 헤매던 그 애가 한국서 입고 온 옷은 얼마나 얼마나 더러웠던지... 아이구, 지금까지 창피하다. 그 아이는 지금 최고의 대학을 나와서 제대로 풀렸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은 은혜 망각증에 걸려 있는 것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은인의 나라, 우리들의 후손이 살아야 할 땅 미국, 내게 허락된 나의 사랑하는 나라, 나의 제2의 조국이 이 혼란과 어려움들을 잘 이겨내고 다시 옛날같이 살만한 나라가 되기를 축복하여 마지 않는다. 다녀 볼수록 한 없이 넓고 아름다운 땅, 美國... 주님의 축복으로 다시 살아나소서! 이 나라를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의 정신이 살아나서 예전처럼 서로 친절하고 믿어주고 도와주는 복된 나라가 되소서! 마음을 다하여 축복한다.
God bless America!!! (201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