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운동화' 논란 나이키에 아리조나주 "공장건설 지원 취소"

by admin posted Jul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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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출시할 예정이었던 초창기 성조기 문양의 '벳시로스기(betsy ross flag) 스니커즈'를 선보이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벳시로스 성조기에 박힌 13개의 별이 미국 독립 초기 13개 주의 노예제와 백인우월주의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1일 언론들에 따르면 나이키는 '에어 맥스원(Air Max 1) USA'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홈페이지와 쇼핑몰 등에서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결정을 취소했다. 

당초 미국 독립 243주년 기념으로 예고된 이 제품은 운동화 뒤꿈치에 원조 성조기 형태의 문양을 박아넣은 형태였다. 

벳시 로스라는 초기 성조기 제작자의 이름을 따 만든 이 성조기는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난 1770년대에 처음 고안됐다. 

현재 성조기와는 달리 좌측 상단에 13개의 식민지를 나타내는 별 13개가 원형으로 그려져 있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CCP)는 "일부 극단주의 단체가 미국의 다양성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벳시로스 성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벳시로스 성조기는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쿠 클럭스 클랜)의 행사 홍보 브로셔에도 등장한 전례가 있으며 미국 나치당이 이 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이자 현재는 인권운동가로 일하는 콜린 캐퍼닉은 '노예제를 연상시킨다'며 항의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나이키에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캐퍼닉은 NFL의 소위 '무릎 꿇기 캠페인'의 중심 인물이다.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소속 쿼터백이던 그는 2016년 8월 경기 직전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일어서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퍼포먼스를 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후 다른 종목 선수들의 동참이 이어졌고, 당시 대권 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비판하면서 '애국주의' 논란으로 비화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나이키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각 소매점과 쇼핑몰로부터 이 운동화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이키가 출시를 철회하자 이번에는 보수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이 나이키를 비난하고 나섰다. 

나이키가 미국의 역사적인 유산을 부끄럽게 여겼다는 것이 이유다.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은 "나이키 공장에 대한 국가 지원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의 더그 듀시 아리조나주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 끔찍한 결정에 대한 내 실망감을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이키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며 "나이키 아리조나주 공장 설립에 지원 예정이던 인센티브를 모두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 아리조나 경제는 나이키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미국) 역사를 의식적으로 폄하하는 기업들에 아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나이키는 아리조나주 굿이어에 1억845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소 500명 이상을 고용할 예정이었고, 아리조나주는 공장 유치를 위해 100만달러 비용을 면제해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나이키의 '벳시로스 성조기 스니커즈' 출시 철회 결정에 이 같은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나이키가 공장을 짓고 있는 굿이어의 시장 조지아 로드는 "시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굿이어 시의회가 최근 나이키와의 일자리 창출 협약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말하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이키 공장을 유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 다른 정치인들도 나이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 후보 지명했지만, 부적격 논란을 빚어 자진사퇴한 허먼 케인은 트위터에서 "콜린 캐퍼닉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더 이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캐퍼닉의 항의에 제품 출시를 철회한 나이키를 비난했다.

나이키로선 제품은 제품대로 손실 보고 새로 짓기로 한 공장은 옮겨야 할 판국에다 '역사를 폄하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덧쓰게 된 꼴이 돼 버렸다. 

이같은 역풍에 부담을 느꼈는지 2일 나이키는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의 유산에 대해 자랑스러워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국가의 애국적인 휴일(독립기념일)에 의도치 않게 불쾌감을 주고 훼방할까 하는 우려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나이키는 미국 올림픽과 축구 대표팀 등 수천 명을 후원하고 있으며 국내외적으로 3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이젠 구하려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논란의 이 신발은 지난 2일 인터넷 신발 판매 사이트 '스톡엑스'에서 1500달러 이상의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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