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대기만성(大器晩成), Late Bloomer의 가치

by admin posted Jul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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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요즘 "자사고 폐지" 문제로 시끌 벅쩍 하다. 한국에는 여러 종류의 고등학교가 있다. 최근에 없애느니 마느니 난리가 난 "자립형 사립학교"를 비롯하여, "과학 고등학교", "외국어 고등학교", "국제 학교" 등이 있고, 검정고시를 봐야 학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각종 "대안 학교"들이 있다. 

미국도 여러 종류의 학교들이 있다. 유명한 사립학교,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 특성화 된 챠터 스쿨, 예술 학교, 온라인 학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를 집에서 가까운 동네 고등학교로 보내지 않고 왜 이런 특별한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교육 철학이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대체로 자녀가 대학 입학 준비를 잘 하기 위해 보내는 것 같다.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서는 양질의 AP 과목을 제대로 들을 수 없고, 수능 시험이나 SAT 시험을 준비하는 학교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쿨 버스를 탈 수 없을지라도, 또는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학교에 보내는 것이리라!

좋은 성적과 만점에 가까운 SAT 점수를 받아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20대에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이 거의 모든 부모들의 자녀를 향한 꿈일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온통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이다. 많은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Facebook)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평균 연령이 28세이고 구글(Google) 직장인들의 평균연령은 29세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바짝 공부하여 성공적인 대학 입학 그리고 꿈의 직장 입사는 일반적인 성공 공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TV를 켜면 온통 어린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이 화면을 장식한다. 영화배우나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10대에 이미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아야 한다고들 입을 모은다.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전문적인 레슨과 훈련을 받으며 각종 대회에서 스펙을 쌓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이러한 세계적(?) 경향에 찬물을 끼얹는 책을 읽고 있다. Rich Karlgaard가 쓴 "Late Bloomers"라는 책이다.  "Late Bloomer"란 우리말로 대기만성형 인간을 말한다. 즉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 끝에 뒤늦게 성공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일찍 성공하고 유명해진 사람들의 갑작스럽고 실망스런 추락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이다. 엘리트 코스를 통해 일찍 꽃피게 되면 그만큼 부작용이 있는 것일까? 두 번째는 예전에 가르쳤던 장애인 제자들 중에 기대 이상으로 씩씩하고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다.  

인간의 뇌는 20대가 지나면 더 이상 발전하거나 나아지니 않고 쇠퇴한다는 생각에 조금씩 의문이 생기고, 꾸준히 노력하면 계속해서 발달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Karlgaard는 대기만성형 인간의 한 예로 타미 슐츠(Tammie Jo Shults)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2018년, 그러니까 작년에 Southwest Airlines 보잉737기가 이륙 20분만에 엔진 고장 및 기체의 유리창 파손으로 인근 공항에 비상착륙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고로 승객 7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하였다. 56세의 타미 슐츠가 이 비행기의 기장이었다. 사고 당시 타미 슐츠는 한쪽 엔진이 고장 나고 기내 유리창이 파손되어 비명과 구토하는 승객으로 아수라장이 된 게다가 승객 한 명이 유리창 밖으로 빨려 나갈 뻔한 상황 속에서도 5분안에 31000피트 상공에서 10,000 피트 상공으로 비행기를 하강시키며 침착하게 관제탑과 교신을 주고받으며 비행기를 착륙 시켰다. 그녀는 비행기 착륙 후, 조종실에서 나와 승객들 한명 한명을 안아 주며 위로 해주기까지 하였다. 타미의 놀랍도록 침착한 대처는 모든 미국인들을 놀라게 하였으며 많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타미 슐츠는 어떤 엘리트 교육을 받았을까? 그녀는 뉴멕시코의 Tularosa라는 주민이 2900명 밖에 되지 않는 깡시골에서 자랐다고 한다. 캔자스에 있는 MidAmerica Nazarene University 라는 아이비 리그와는 상관없는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 공군에 입대하려고 했으나 떨어졌고,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다. 대학원 역시 유명 대학 순위에는 이름조차 끼지 못하는 New Mexico University였다.  대학원 재학 중에 해군 장교 예비 학교(Officer candidate school at Naval Air Station Pensacola)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 비행 훈련을 받은 타미는 비행기 조정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재능이 꽃 피기 시작해 미국에서 여성 최초로 F/A-18 호넷 전투기를 조종하게 되었으며 1991년 걸프전에서는 비행 훈련 때 가상 적기 조종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 소령까지 진급한 타미는 전역 후 93년부터 사우스웨스턴 항공사의 조종사로 일했다고 한다. 타미가 보여 준 숙련된 기술, 침착성, 빠른 상황 판단력 등은 짧은 시간 바짝 공들여 얻어진 재능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 끝에 꽃피워진 결과이다. 자칫하면 비행기가 추락하고 승객 대부분이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강철 멘탈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우리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을 따름이지 대기만성형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는 우리 주변 여기 저기에 있다.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백종원씨도 그렇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그러하다. 65세에 KFC를 창업한 Harlan David Sanders도 그러하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도 그러하다. 성경에서 모세는 80세가 되어서야 비로서 민족의 지도자로 나서게 되었다. 다윗도 비록 15세에 왕으로 소명을 받았지만 정작 온전히 통일 왕국의 왕위에 오른 것은 38세가 되어서이다.   

무엇이든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은 시간이 걸린다. 속성, 인스턴트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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