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일생에 한번하는 세대는 이제 다 가버린 것일까?
웨딩샵을 3년 하면서 구경한 세상 풍속도…한마디로 끝까지 간 모습들이다. 거룩하고 순결하여야 할 결혼이 땅에 떨어진 도덕 윤리의식으로 속되기 짝이 없다.
숫처녀 숫총각의 결혼은 아예 천연기념물이다. 옛날부터 그랬다고? 흠...글쎄… 물론 서로에게 첫번 남자가되거나 첫번 여자가 되는 경우도 눈을 씻고 찾아 볼수가 없다. 아주 어려서 결혼하는 사람들 중에 간혹.. 100쌍 중에 한 두 쌍이 될까말까이다.
거의 90프로 이상 임신했거나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두 셋을 데리고 온다. 물론 이미 함께 살고있는 것은 불문가지이고…
아비 다른 애들을 여럿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은데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 앟고 당당하다. 아비 다른지 어찌 아느냐고? 인종이 다르니 한눈에 보인다는....
미국 사람들은 이상하다. 묻지도 않는데 "두번 째 결혼이니 흰색 말고 다른 색으로 달라"고 하고, "세번 째 결혼이니 간단한 드레스로 …"한다. 그래서 아예 장미및 빨간 드레스, 핑크, 보라, 베이지.. 각양 각색 다른 색갈의 드레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회사들이 참 많다.
우리 웨딩샵에서 한 여자에게 4년 동안 4번 드레스를 판 것이 기록이다. 금방 금방 이혼하고 다른 남자에게 결혼 한 것이다. 재주도 참말 끝내주는 여자..
젊은이들만 결혼하는 게 결코 아니다.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들도 결혼한다. 어떤 젊은 여자와 나이 많은 여자가 함께 들어오면 아주 조심스럽게 누가 결혼 하는 것이냐고 물어야 한다. 엄마가 적령기의 딸을 제치고 결혼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몇번 그랬지만 자칫 손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실수하면 안되니까… 어떤 여자는 자기, 자기 엄마, 그리고 시어머니 세 여자가 한 해에 다 결혼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글쎄 엄마도 그냥 엄마만 있는게 아니고 자기 의붓엄마도 있고 남편의 의붓엄마도 있고… 최고로 다섯명이 결혼을 다시 할수도 있겠다...아니 딸까지 치면 여섯?
노아 시대 사람들처럼 시집가고 장가가는 일에 열심이 가히 말세적이다.
우리 교회 새신자 환영회에서 나는 인사말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한 것처럼 사업을 광고하기로 했다.
"저는 웨딩샵을 하고 있는데요. 미국 사람들은 보통 너 댓 번씩 결혼을 합디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한번만 하지 마시고 부지런히들 하셔서 우리 사업을 번창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사람들이 뒤집어졌고 나도 며칠을 혼자 우스워서 자다가도 킥킥댔었다.
그동안 제일 고령의 신부는 83세의 할머니! 손녀들이 모시고 와서 재미를 보며 난리를 꾸몄다. 몸도 가늘지 않아서 제일 큰 사이즈도 맞지 않았다. 3 XL 사이즈 드레스에 딴 단을 양 옆에 넣고 크게 늘쿼서 만들어 주었다. 더 기막힌건 그 할머니는 기저귀까지 차고 있었다. 망녕도 유분수라고 생각했지만 손녀딸들의 효도가 아름답다고 높이 살판이었다.
제일 징그런 신부 하나가 생각난다. 어디서 꽃미남 멕시코 신랑을 꿰어 찬 백인 여자인데 남자가 돈을 보고 결혼하는 것 같았다. 그녀에겐 아버지가 남겨준 집 한채가 있는데 그것을 팔아서 결혼을 한대나… 그 집 판 돈이 금방 안 나오니까 지연이 되고 있었는데 그녀는 날마다 와서 드레스를 입어보고 또 입어 보았다. 우리 일하는 여자는 그 여자에게 잘해주면서도 문밖에서 차에 내리는 그녀를 보면 싫어서 숨는 시늉까지 했다. 공주처럼 난리를 치는데다가 팬티도 안 입고 오기 때문이었다. 기가 막혀서! 일하는 여자가 안 온날 내가 옷을 입히는데 알 몸을 드러내고는 자기 변명을 했다. "오늘 아침 모든 옷을 다 빨래 기계에 넣고 빠는 중"이란다. 그런데 다음날 오는 것을 보니 또 아무 것도 안 걸쳤다. 어제 빤 내복이 그날까지 아직도 안 마른 모양이었다. 야키!
별별 사람이 다 많은데 세상이 얼마나 악해가는가 피부로 느낄 수가 있는 사업이다. 조금만 뭐가 잘못되면, 예를 들면 약속 날자보다 며칠 늦게 웨딩가운이 온다든지 하면(보통 오더하고 4개월 쯤 기다려야 회사에서 만들어 보내준다) 잡아 먹을 듯 난리치고 "물어내라, 돈 깍아 달라" 그런 아우성이 없다. 그들의 악함에 질려 버릴 때가 얼마나 많은지!
자기들이 결혼 그까짓 것을 한다고 신데렐라나 된 듯 자기 도취에 빠지고 까다롭게 굴며 공주 행세를 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는 때도 있다. 어떤 여자는 2-30벌 씩 입어 보기만 하고 사지 않기를 몇 번이나 한다. 더 예쁜 것을 찾아 온 동네 모든 웨딩샵을 다 쑤시고 다니는 것이다. 게다가 혼자 오지 않고 열 댓명씩, 자기 아이, 식구들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 온 가게를 휘젖고 다니며 두어 시간씩 입어보고 또 입어보고 난장판으로 옷들을 늘어놓고 휭하니 나가 버리면 기가 막힌다. 그날 가장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웨딩가운은 얼마나 무거운지 몇벌 옮기려면 진땀이 나니....
그래도 가끔 참으로 친절하고 이해심있고 감사가 남아있는 여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물어 보면 좀 떨어진 시골에서 오거나 좋은 크리스챤인 경우가 더러 있었다. 입어보고 자기들이 대강 정리해주고 떠나기도 한다. 값을 깍으려 들지도 않고 왠만하면 대 여섯벌만 입어보고 사준다. 한 번 와서 꼭 한 드레스만 골라 찾아 입고 사주는 수도 어쩌다가 한번씩 있는데 그런 날은 횡재한 기분…ㅎㅎ
어떤 할아버지가 다 늙어빠져서 하나도 안 예쁜 할머니를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다. 한쪽 눈까지 조금 이상한 그 할머니를 보물처럼 아껴주며 척척 드레스며 베일이며 구두며 들러리 옷 다섯 벌이며 액세서리며 우리집에서 파는 것은 몽땅 사주고 돈을 척~ 한꺼번에 다 내고 갔다. 자기는 돈 밖에 없대나,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고 할머니를 싸안듯 모시고 떠났다. '그가 귀해서 귀히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귀히 여겨서 그가 귀해지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런 행복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으면 하기도 하지만… 흔치는 않다. 고약한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세상따라 악해지지 말아야지…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겨야지... 말씀을 생각하고 순수함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나 우리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이나 하나같이 마음이 물러 빠져서 해달라 하는 대로 다해주고 져주고 말 때가 거의 다이지만 그것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비결임을 일찍 터득했던 바이다.
오늘도 웨딩샵은 별별 도전에 직면할지도 모르지만 원래의 목적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지낼테다. 신부를 최고로 아름답게 행복하게 만들어 진짜 공주로 느끼게 도와야 할 것…
썩은 속은 두째치고 불경기에 잘 살아 남을 수 있기만 바란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