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초보 특수교사의 생존기

by admin posted Aug 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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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달리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미국은 바로 지금이 새 학년 새 학기이다.  쇼핑센타나 마켓에는 "Back to school" 이라고 크게 써 붙이거나 따로 상품 코너를 마련해 놓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가족들을 맞이한다. 

필자도 이번에 처음, 미국 학교의 새 학기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직접 신학기를 경험하면서,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녀 본 적이 없는 지구인들에게 이런 것은 좀 전해주면 도움이 되겠다는 것들이 있어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필자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을 때에는 보통 3월 2일 개학 첫날 처음으로 자기가 몇  반으로 배정 받았는지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자기의 담임 선생님도 그날 처음 만나게 된다.  

대체로 개학 첫날은 단축수업을 하고 집에 일찍 온다. 새 학년 교과서는 지난 학년에서 미리 받고 봄방학을 맞이하기에 학생들은 개학 둘째날부터 새로운 교과서와 함께 각종 학용품 및 준비물들을 챙겨서 학교에 오게 된다.  

요즘은 학교마다 조금씩 달라, 어떤 학교는 봄방학인 2월 중에 학교 홈페이지에 미리 새 학년 반 배정과 담임 선생님을 발표하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가 살고 있는 아리조나 피닉스에서는 대체로 개학 전 주에 "Meet the Teacher" 라고 해서 정해진 날, 주로 저녁 시간에 학교에 나와 반 배정표를 받고, 자기 반 교실로 가서 담임 선생님을 만나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필요한 안내문들을 받아가게 된다. 이 날 나눠주는 안내문은 대체로 일년동안 필요한 개인별 학용품 목록, 교실에 기부를 바라는 물건들, 예를 들면, 크리넥스, 포스트잇, 물티슈, 마카펜, 풀, 등등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밖에는 스쿨 버스를 탈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이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올 것인지 등의 등 하교 방법 등을 조사하기도 하고, 일년동안 교실에서 자원 봉사할 날짜 등을 신청 받기도 한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 날 참석한다.  엄마, 아빠가 모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 학년 첫날, 학생들은 모두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의 정해진 지점에 반별로 줄을 서고, 수업 시작 5분전에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아이들을 인솔해서 교실로 들어간다.  

필자가 여러 교실을 돌아다니며 살펴보니, 저학년이나 고학년이나 상관없이 거의 모든 교실에서 학생들이 안내문에 적힌 대로 준비한 학용품들과 각종 물품들을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하나씩 꺼내 이름을 쓰고, 정해진 장소에 잘 정리해서 넣어두는 활동을 한다. 이 일을 거의 하루 종일 한다. 딱하게도 개학 첫 날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학생들은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운이 좋을 경우, 선생님이 주는 물품으로 정리를 하거나 한다. 

지구인들이여, 새 학년이 되면 반드시 개학날에 준비물을 챙겨 보내기 바란다. 안 그러면 자녀가 매우 쑥쓰럽고 머쓱해 진다.  

센스가 있는 지구인이라면 담임 선생님이 기부해 주었으면 하는 물건(휴지, 연필, 풀, 물티슈, 마커펜 등등)을 알아 두었다가 개학 날 자녀의 손에 들려 보내면 선생님이 좋아하신다. 물건들을 정리할 때 한꺼번에 정리해서 비치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학교들은 개학날이라고 단축수업을 하지는 않는다. 오직 수요일에만 한 두시간 일찍 끝날 따름이다. 그래서 유치원생들조차 개학날부터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된다. 

점심 식사는 학교 식당에서 한다. 보통때는 체육관이나 강당으로 사용하다가 점심 때가 되면 접이식 책상과 의자를 펼치고 식당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전 교생이 학년별로 20분~30분정도시간을 정해 놓고 식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일 번 타자로 식당을 이용하는 학년, 주로 유치원이지만 점심식사를 10시 30분정도에 하게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전교생이 차례로 학교 식당을 이용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초등학교의 생활지도는 생각보다 매우 엄격하다. 대체로 긍정적이고 상을 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과 비교하여 아주 엄격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 생이라고 해서 마냥 귀여워하거나 용서가 되는 법은 없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정해진 벌을 받게 된다.  

줄을 서서 복도를 걸어 가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마음대로 돌아다니거나 뛰거나 떠드는 학생들은 신기 할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 선생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뛰거나 돌아다니면 유치원생이라고 할지라도 "행동"에 문제가 있는 학생으로 의심받기 쉽다. 

처음에는 미국 학생들의 이러한 "바른" 태도가 너무나 놀랍고 이들을 이렇게 교육시킨 비법이 궁금했는데, 요즘에는 왜 이렇게 장난치는 학생들이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비법은 바로 "댓가를 치르는 것"에 있었다. 즉 복도에서 뛰면, 선생님이 뛰었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하거나 아니면 "경고"를 주며,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즉시 제재를 받고, 반항할 경우 "타임 아웃"을 당하게 되는데 있었다. 그리고 학칙이 생각보다 엄격하여, 꼭 주먹으로 싸우지 않더라도 말로 놀리거나 빈정거리는 것만으로도 정학을 당하기도 한다. 선생님에게 말대꾸를 하거나 눈을 치켜 뜨는 행동등을 하면 바로 경고를 받거나 교장실로 보내지기도 한다.    

미국 초등학교의 교과 내용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어려워졌다. 유치원생들은 이미 알파벳 읽고 쓰기를 넘어서서 간단한 낱말을 읽고 쓰며, 숫자 20 범위 안에서의 덧셈과 뺄셈을 익히게 된다. 4, 5학년 학생들의 경우, 세계 지리와 역사를 배우고 문학 장르, 문학적 표현법- 은유, 직유, 비유 -등을 익힌다. 미국 학교가 한국에 있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비해 아주 쉬워 학교만 보내 놓으면 저절로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는 말은 옛날 추억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엄마, 아빠 지구인들은 자녀를 위해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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