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길 -소머즈 이윤신

by admin posted Sep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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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인생의 삶과 같다.

 

GPS를 바라보며 낭랑한 목소리 숲을 가르며 흥겨움이 찰랑일 때 가파른 산길이 왜 그리 끝없이 올라갈까. State Park 안에 있는 캠핑장이라 했는데 한 시간을 넘게 산길을 가고 있으니 스멀스멀 두려움이 몸을 감싼다. 깊고 깊은 산 골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난다. 애써 감추고 운전하는 데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뇌이며 입에서는 기도의 말문이 터진다.

 

Dodgy야 잘 지켜다오. 안전하게 데려다주렴. 갑자기 내가 무얼 잘못한 게 없나 남에게 서운하게 한 적 없나 피해준 건 없는지 아프게 한 적은 없는지 상처 준 건 없는지 머릿속 컴퓨터가 이리저리 체크해보며 수년간 수일간의 일들이 빠르게 되돌리며 점검해본다. 

 

화창한 날의 출발은 싱그런 나무들의 바람소리 콧노래에 상기된 얼굴의 미소가 끊이지 않고 재잘재잘 아가의 옹알이 시작하듯 상큼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산 넘어 넘어 작은 마을에 옹달샘이 말라버린 듯 GPS에 우리 차가 탈퇴해버렸네. 아 그제야 잘못 온 것을 인지했으니 어쩌나. 겨우 잡힌 시그널에 기대며 전화기로 다시 찾아보니 엉뚱한 곳에 와있으니 되돌려 다시 저 높은 산길을 넘어가야 한단다. 그래도 여름날이라 다섯 시 반쯤인데도 해가 중천이다.

 

괜찮아 저녁 산길이 아니니 천만다행이야 

 

길 가장자리 끝의 낭떠러지를 애써 외면하며 다시금 숙연한 마음으로 기도문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여름날이기에 밤이 늦게 방문해주니 고맙고 전화기가 터져주어 고맙고 생각해보니 고마움이 한두 가지랴. 아들이 여행을 하려면 잘 터지는 전화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며 사준 전화기의 덕을 톡톡히 본다. 염려해주는 내 살붙이가 있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아빠 닮은 내 젊은 날의 영원한 내 님을 쏙 빼닮은 아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한치의 눈도 떼지 못하고 조심조심 올라갔다 내려오길 반복하며 그래도 걱정할까 태연함의 본 고장인 듯 다독이는 손길에 애써 웃어주며 간간이 흘러나오는 한숨 소리를 재워준다.

 

언제 찾아 들어갈까 했던 캠핑장에 도착하니 아~ 이곳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었구나. 나무들과 바람소리 기쁘게 맞아주고 그제야 배꼽시계는 갈증과 배가 고프다고 앙탈을 하네.

 

한 치 앞을 모른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새기며 계획대로 되어지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말씀해주신 선배님들의 경험담을 길 위에서 몸소 행하며 가르침을 주니 함께 더불어 사는 좋은 인연이길 두 손을 모은다.

 

"6월 15일 Humboldt Redwood State Park, Burlington campground를 찾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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