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아들을 낳고 일 년만에 사업 전선으로 뛰어들어 장장 만 30년이나 지냈습니다. 중국식당, 일본식당, 인삼재배, 한국 식품점, 구두 수선소, 세탁소... 그리고 지난 주에 드디어 마지막 웨딩샵 사업에 이별을 고하였습니다. 정말 많이 망서리고 주저하던 일이었는데 눈 딱 감고 실행에 옮긴 일이었지요. 남의 나라에 사는 죄 아닌 죄 때문에 잘 맞지 않는 별별 일을 다 해보았던 세월들... 그 많은 힘 겨웠던 날들이 이것으로 끝을 내게 된 것이지요. 아마도 내 인생에 다시는 돈을 벌기위해 사업을 시작 하는 일은 더 이상은 없을꺼에요. 이런 때를 위해 시원섭섭이란 말이 준비된 것이지요... 그와 함께 내가 가지는 감정 중에는 부끄러움과 후회도 한 몫을 단단히 합니다만. 시원섭섭은 날마다 할일이 없어진 때문이고 그 사업 때문에 더이상 고민이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입니다. 부끄러움은 마지막 사업에 성공을 하지 못한 것이 경기침체에만 원인을 백프로 돌릴수 없고 실은 내가 너무 게을렀던 것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마침 경기가 너무나 나빠서 핑게도 되고 부끄러움이 희석이 되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죠. 그래도 나는 압니다. 죽기 살기로 일했으면 이런 일이 결코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내 인생 마지막 사업을 문을 닫는다는 시점에서 마지막 한달동안 나의 심경은 착잡하기 짝이 없었어요. 마치 게으르고 바보 같은 나를 비웃는 듯, 폐업 세일에도 장사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꼭 누가 저주의 말을 써 붙여 놓은 듯...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길을 막고 아무도 못 오게 막는 듯 하였으니요. 감당할 시련 밖에 주시지 않으리니...하는 작은 믿음을 가지고 닥치는대로 살려고 마음 먹고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마음 속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눈물요? 그런 것은 이제는 사치 같아서 내 평생 그 흔한 눈물이 나오지 않게 꾹 잘 참았구요... 눈물이라면 이 사업체를 시작했을 당시 밤마다 너무나 많이 쏟았었거든요. 아마 그때 다 쏟아 내서 더 이상 남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예요... 절망의 낭떨어지 끝에 섰었던 기억들, 잘못된 판단과 경솔한 도전을 했던 스스로를 비웃게 되는 비참한 기분들, 자신없어도, 하기 싫어도, 안 오는 손님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또 살아내야 하던 많은 날들... 나중 날에는 혹 이야기 거리가 조금은 될듯합니다만 아직은 그냥 괴롭고 부끄러워요. 지난 4 년, 스트레스로 인한 갑상선 항진증이 나타나서 몸이 마르고 피곤하기 짝이 없고 눈이 부리부리 커지는 그런 고통을 겪었기도 한, 처음부터 고난의 장이었어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절망감은 겪어본 사람 이외에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쥐꼬리 만한 수입에 엄청난 렌트는 왜 그리 자주 내야 하는지! 더구나 나같이 평생 알뜰히 살던 사람이 느끼는 속수무책의 고통이란 얼마나 힘들던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걱정을 안하던 긍정적 성격도 별수없이 그런 세월을 보내며 "이 끝은 어딜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에 지쳐 넘어지고 말았었지요. 결국은 이처럼 끝을 내게 되는 군요. 나의 고난의 장에 문 닫는 이별 연습은 그동안 얼마나 많이 했어도 슬펐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일했던 오펠리아도 날마다 눈이 퉁퉁 불어 있었어요.. 그녀의 근심과 두려움은 내가 더 이상 도와 줄수가 없습니다. 못본척 외면하는 수 밖에요. 출퇴근을 위해 양도했던 도요다 헌차 값 3천불 중 2300불을 마지막 정리청소를 조건으로 그냥 제해 주기로 하였고, 내가 몇개 가지고 가고 남겨둔 수 많은 웨딩드레스들을 그녀가 직장 찾을 동안 먹고 사는 방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 내어 준 것으로 마음을 달래주었어요. 마지막 날들을 지날 때 그러지 않아도 슬픈데 날마다 전화를 주고 받는 내 친구 고모가 한국에 여행 중이었고 남편도 시카고에 가 있고 나혼자 이 일을 당해야 했었습니다. 하기는 전화로 이야기 해 보았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지요. "빨리 문 닫고 와..." 그런 소리나 하니까요. 남이 도울수 없는 일이 세상에 참 많이 있는 것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혼자 겪어야 하는 나의 십자가이며, 살아 남기 위한 외로운 투쟁인 것이었어요. 파이팅! 나 스스로를 격려합니다. 무엇보다도 사업의 문을 닫으므로 나의 더 나은 삶이 시작된다고 굳게 믿음으로 스스로를 위로 합니다.
잃은 것이 있지만 얻은 것도 반드시 있다고 믿습니다. 이 사업을 시작할 때 나는 욕심이 너무 많았었어요.. 허황된 마음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것이 그것입니다. 세탁소를 팔고 나서 나는 호텔을 산다고 전국을 다 휩쓸고 다니기도 하였고, 페인트 공장을 인수하려 했기도 하는 둥 굉장한 사업도 쳐다보기도 하고 별별 사업을 다 기웃대면서 한번 마지막으로 점프를 잘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얼마나 창피하고 웃기는 일이었는지요... 사업 근성이 이 정도도 안되는 자신 파악을 그렇게도 못 했었다니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욕심 안 부리고, 먹고 사는 것만으로 감사히 살기로 작정 한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비록 많은 돈을 잃어 버렸지만 나는 아직도 건강함을 감사합니다. 이 나이에 약이라고는 비타민 C와 종합 비타민 밖에 안 먹는 체질이니 이만큼 건강한 몸을 주신것은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 일인지 모릅니다.. 돈을 잃어버리면 조금 잃어버린 것이요, 건강을 잃어버리면 모두 잃어버린 것이라는 말을 알고 있거든요.. 내 친구 하나는 자동차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되어 20년 이상을 살고 있는데 그녀가 항상 말하는 것은 "몸이 건강한 사람은 떼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는 것입니다. 나도 떼돈을 벌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임이 틀림 없잖아요? 또한 나는 할일이 많은 사람이므로...그리고 잘 할수 있는 일이 아직도 많이 있으므로 감사합니다... 우선 아직 힘이 있을 때에 할머니 노릇부터 제대로 해보기로 작정합니다. 당장 다음 달로 새 손자 아기가 나오니까 조금만 여행을 다니다가 새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힘들다고, 아이 보는 일은 큰 손해나 나는 것처럼 반대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서 힘들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조부모가 할수 있는 일중에 최고로 좋은 일이니까요. 거금 25만불을 잠깐만에 통째로 날리고 생각해보니 보통 한심한 내가 아닙니다. 평생 20불도 벌벌 떨면서 써왔는데 그 만배가 넘는 돈을 쓰레기처럼 내버렸다니... 도대체 머리를 들수 있는 일인가 말입니다. 그러나 평생 알뜰하고 소박하게 살아왔으므로 큰 돈이 드는 생활 방법을 몸에 익히지 않아서 다행이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도 나물 먹고 물 마시며 허락 된만큼만 쓰다보면 더 나빠질 것도 없단 말이죠. 그리고 바닥을 치면 올라가는 수도 혹 있지 않을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백수- 백조 생활로 접어드는 내 인생의 새 이정표!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잘한 일로 여겨지리라 믿습니다. 주님께서 버리지 않으실줄 믿으니까요.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