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각] 엄마, 돈 벌어 왔어요! -이인선

by admin posted Nov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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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J 목사님 댁에서 오는 길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저녁식사에 초대해주셔서 샤브샤브까지 잘 얻어 먹고 진짜 좋은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것은 우리 두째 딸과 동갑내기인 그댁 따님 집의 행복한 이야기 입니다.

동부 워싱턴 DC 쯤에 산다고 했던 것 같아요. 남편은 공군 사관학교를 나와서 지금 소령인데 글쎄, 일찍 결혼하여 벌써 아이가 5 명이랍니다. 열살 아래 두살 짜리까지 다섯 명! 꼭 영화 "사운드 업 뮤직"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군기 잘 잡고 잘 키우고 있는데 요즈음 세상 이야기 같지 않은 그 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선하고 재미있답니다.

엊그제 일입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모두 없어져서 한참이 됐대요. 그래서 어디에 갔나 걱정을 조금 했는데 아이들이 야단 법석 몰려서 오더랍니다. "엄마, 돈 벌어 왔어요!!!" 지전을 손에 쥐고 손을 높이 흔들면서 아이들이 몽땅 뛰어 왔답니다. "엥? 무슨..돈을 벌다니?" 이야기인즉슨 아이들이 몰려 가서 옆집 문들을 두드렸대요. "잔디에 잡초 풀을 뽑아 주면 돈을 벌게 해 주시겠어요?"라고 했대요. 딸 넷에 아들 하나인데 아들이라고 그 놈이 초인종도 누르고 그렇게 용기있게 말을 했대지요. 그랬더니 어떤 이웃 사람이 귀엽게 보았는지 물었더랍니다. "그래, 얼마나 줘야하니?" "2불요!!!" 그애들로서는 가장 최고의 값! 그래서 그 집에서는 허락했고, 그 아이들 다섯명과 또 한 친구가 합세하여 풀을 뽑기 시작했더랍니다. 그 집에서 준 돈을 보니 14불 75전이었답니다. 이게 웬 횡재냐고 아이들이 기세가 좋게 엄마에게 뛰어 온거에죠. 번 돈 중 2불 25전은 친구 몫으로 띠어 주었는데 그래도 12불 50전이나 벌어온게 아닙랍니까? 아들아이는 자기도 2불 50전은 자기 몫으로 띠어 달라고 한번 말을 하더니 여자 형제들 등쌀에 그 말은 속으로 삼키고 모두 다 엄마 앞에 고스란이 내어 놓았답니다. 그리고 "이제 돈 벌어 왔으니 엄마가 필요한 대로 차를 사던지 집을 사던지 하세요"라고 하더랍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돈 걱정 하는 말을 옆에서 들었던 모양입니다.

글쎄, 그 집에 원하지 않던 여섯째 아이가 임신이 되었다지 뭡니까? 몇 째요? 여섯 째요!!! 다섯 째를 낳고는 이제는 그만 낳겠다고 결심하고 아이 옷을 친구에게 다 주어 버렸는데 우째 이런 일이! 아이구야 맙소사! 소령 월급이 적잖지만 아이들을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가르치고 있는 바람에 집도 4000스퀘어 풑 짜리 큰 집에 월세만도 3천불이나 내야 한대요. 아래층 한 층을 아예 학교처럼 꾸미고 교재를 받아 가르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랍니다.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보고 또 새 교재를 받는데 절대로 싸게 들지 않는다네요. 싸다니요..훨씬 비싸게 드는 것이래요. 또 방과 후에는 수영이니 음악이니 가르치고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다섯 아이들을 먹이는 것만도 쩔쩔매지 않겠어요? 그런데 또 예상치 않은 아기가 생기다니 다시 군대 집으로 들어가야 할까 여덟명이 함께 타는 차를 구비해야 할까... 군대에서 제공하는 집은 지금 집의 절반 정도도 안되는 집이니 갑갑한 노릇이라고 걱정하는 소리를 아이들이 들었던 모양이래요. 그래서 그 아이들이 머리를 짜내어서 돈을 벌어 온 것이지요. 와... 그 아이들 참 대단하지요? ㅎㅎ

그 가정이 이 세상에 생길 때도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 댁 따님이 대학생 때였는데 왠 멋진 총각이 그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더랍니다. 미 공군 사관학교를 막 졸업한 잘 생기고 씩씩한... 너무나 훌륭한 청년에 모두가 뿅~반했대요. 물론 나이 비슷한 자기들끼리도 따님은 성가대 지휘를 하고, 그 총각은 합창 단원으로 노래를 너무 잘하기도 해서 대번에 서로 끌리기도 했었대요. 그래서 그 청년은 아버지를 한번 모셔와서 그 따님을 보게 만들었는데 그분도 역시 목사님 이셨다지요. 대번에 두 부모님들이 의기투합 통할 수 밖에요. 다들 통한 것은 좋으나 문제는 어른들이 결혼을 서둘렀다는 거예요. 왜냐구요? 오끼나와로 근무지가 바뀌는데 아귀같은 일본 여자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그 수 밖에 없다나? 어른들이 좀 주책이었죠?ㅎㅎㅎ 이제 시작이니 아직 좀 더 시간을 갖고 사귀기를 원했는데도 그렇게나 서둘렀다 합니다. 그래서 계략을 세웠는데요, 아주 멋진 장소로 젊은 둘을 데리고 가서 한 사람씩 설득 작전을 폈대요. "그런 사람 놓치면 또 못 만난다. 기회 놓치면 안된다.."라고. 그때 그 아이들 나이가 21살 24살!!!! 대박! 처음 만났던 것이 9월인데 결혼은 다음 일 월.. 꼭 넉달 만에 그렇게 속전속결로! 그렇게 결혼을 해서 첫 아이를 그해 12월에 낳았대지요. 그리고는 평균 일년 반 만에 하나씩 아이를 낳아서 지금 5명이고 이제 11월에 6 명이 된다는 것이에요. 우리 딸은 같은 나이에 이제야 첫 아이를 낳는데 말이지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똑똑한지요? 우리 교회에 한두번 왔는데 보았거든요. 물론 아빠도 너무나 늠름하고 멋진 장교인데 아직도 설흔 몇이니 얼마나 젊겠어요? 엄마도 너무나 앳띠고 예쁘고 어려요. 설흔 둘에 벌써 여섯아이 엄마니 믿어지겠어요? 아빠가 군대식으로 아이들을 너무나 품행단정하게 키워서 예배 시간 내내 조금도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는 거예요. 여자애들은 꼭 치마 입히고 시간 규칙을 엄수하는 등 구식으로 그렇게 키운답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런 그 아이들은 서로 서로 도와주면서 잘 자라고 있어요. 첫째가 다섯째를, 두째가 넷째를...그런 식으로요. 이제 새 아기를 가진 엄마를 도와준다고 "엄마는 릴렉스만 하세요"라고 하면서 일 못하게 하고, 아이들끼리 무엇이든지 다 한다고 하니 얼마나 기특해요? 

아이들마다 공부를 잘하고 야무진데 그 중에도 둘째 딸은 무척 주목이 간답니다. 그 아이는 피아노에 앉아 연습할 때도 원하는 소리가 될 때까지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친다고 합니다. 자기가 세운 목표를 이루어야만 하는 꾸준하고 집중력이 강한 아이래요. 그 목사님 집에는 그 아이들의 사진이 주렁주렁 걸려 있습니다. 정말로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죠. 너무 아기를 많이 낳는 딸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만 그 어린 것들의 재롱과 귀여움을 생각하면  따님 걱정은 사그러 든답니다. 딸은 엄마가 걱정 할까봐 여섯째 임신 사실을 고백을 못하고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아무리 힘들어도 돈 벌어다 주는 아이들이 있는 한, 이 가정 문제 없겠죠?ㅎㅎㅎ 다 커서 부모님들께 효도할 아이들이 여섯명이라..보통 재산이 아닙니까? 부디 이번에도 순산하고 또 이렇게 모두 건강하고 똑똑하게 잘 자라서 미국의 재목들이 다 되며 한국을 빛내줄 주님이 쓰시는 별들이 다 되기를... 그런 날이 속히 올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우리 한국의 젊은 부부들도 고무를 받아 아이들을 더 많이 낳았으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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