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각] 한국 남편 vs 미국 남편 -이인선

by admin posted Feb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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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는 부부를 만난다는 것이 왜 그렇게나 어려울까? 사랑까지 바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서로 으르렁 싸우지 않고 살기가.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계속 유지 하는 부부의 모습은 화성에나 있는 것일까? 

요즈음 이상하게도 서로에게 불평이 많은 은퇴 부부를 계속 만났었다. 한국산 남편에 대한 원성이 차고 넘친다.

남편이 나이가 들수록 좁쌀 영감처럼 군다고 눈을 흘기며 나에게만 들리게 불평을 털어놓은 미세스 A, 그녀는 너무도 화가 많이 쌓여서 폭발 직전이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내게 부인 불평을 들킬세라 살짝 늘어 놓는다. 

자기는 골프치며 돌아다니면서도 부인의 필요한 일은 전혀 신경을 써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열받은 B 부인, 아예 공식석상에 같이 다니기 싫을 정도로 싸움 모드이다. 남편이 항상 불평불만이 많은 것 자체가 몹시 불쾌하다고 한다. 

연세 많은 C 할머니는 답답하게 군다며 늙은 남편을 입도 못 벌리게 하는 데, 옆에서 보니 참으로 안쓰러웠다. 평생 모든 일을 마나님에게 의지하고 사시고 있으니 부족한 영어에 서류 등 챙길 일이 많은 중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러신 것 같다. 얼마나 힘드시면 저렇게 함부로 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할아버지도 막상막하, 가끔 남이 있어도 버럭 소리를 지르신다.

그런데 오늘 감동적인 한 미국 남편을 보고 와서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워 오랜만에 녹슨 펜을 잡아보았다. 

그녀의 집에 가게 된 것은 그녀가 보험이 없어서 최근에 수술 후 병원비를 엄청 내고 나왔다는 말을 그녀의 친구에게서 듣고 왜 그 나이에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가 없을 수가 있는가. 내가 도와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 S씨는 적어도 80세 중반 가까이 되게 나이가 들어 보이고 완전 새까만 염색머리의 얼굴에는 온통 깊은 주름이 가득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금도 외모를 돌보지 않는 생선 장사 아줌마 스타일의 몸매와 옷차림. 그런데 집에 가서 만난 그녀는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놓았다. 그녀의 남편은 세상에, 그렇게나 젊고, 잘 생기고 키도 큰 미국 남자! 약관 57세! 거라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안 전체가 깔끔하고 정리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미소가 가득한 인상이 몇곱절로 좋게 보였다. 부인이 나오면서 "아, 우리 남편은 아주 깨끗한 것을 좋아하죠."하면서 방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뒷마당에는 풀장도 있고 집 안팍 전체가 정돈이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그림들도 벽에 걸려 있고 품격이 돋보이는 가구들까지 있는 것이었다. 생선 장사 아줌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윤택이 잘잘 흐르는 집 여주인으로 당당히 자기 남편이 만든 가구들이라고 자랑하며 소개하는데 워낙 직업적으로 가구를 만드는 목수라는 것이었다. 거실에 있는 튼튼하고도 멋진 가구와 베드룸의 옷장, 침대 등 평생 걸려 하나씩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어 부인에게 증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와~자기 부인 알기를 천사 떠받듯 하는 귀한 남편! 이런분을 언제 봤던가? 

그녀를 따라 들어온 남편 이야기에는 그녀는 아직 나이가 63세 밖에 안되어 메디케어를 탈수가 없단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아니 그럴리가?"했더니 알고보니 그녀는 고아였고 진짜 생년 월일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마 적어도 십년 내지 십오년 이상을 공중에 까먹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기 법적 나이 때문에 메디케어에 들 수 없다는 것 조차 모르는 그녀. 그 남편이 몇번이나 이야기 해주었다는데 나에게 왜 진짜 나이로는 들을 수가 없느냐고 물으니..참... 또한 수입이 적지 않은 남편이 오바마케어 의료 보험비가 너무 비싸서 그냥 안들고 있다가 이번에 갑자기 병이나서 혼난다고 하면서도 걱정이나 짜증을 하나도 부리지 않으며 즐거운 이야기 하듯 하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열댓살 연하의 남편과는 자식도 없이 37년간 살았다는데 아직까지 서로 재미있게 잘 지낸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남편이 어찌 그리 자상하고 좋게 대하는지 서로 으르렁 거리는 한국 부부들을 몇 보던 끝에 너무나 신기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나 무식하고, 영어도 못하고, 촌스럽게 보이는 늙은 부인에게 최고의 선대를 하는 젊은 남편이라! 늙었다, 안 예쁘다, 무식하다 짜증은 커녕 유머가 가득하고 친절한 남편! 진짜 감동이 아닌가 말이다. 아무 상관 없는 남에게는 다 잘하고 자기 부인에게는 잘못하는 남편들. 그런 사람들은 한마디로 바보들이다. 바보들의 행진을 보는 일은 가슴아픈 일이고 S씨 남편 같은 분을 만나면 덩달아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진다. 서로 영 맞지 않아 보이지만 더 없이 행복한 두분이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어두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집에 가다가 다시 눌러 앉아 그녀의 진진한 이야기를 청했다. 

지금으로부터 37년 전, 20 세의 청년으로 한국에 나온 J. 그당시 그녀의 법적 나이는 계산해 보니 26세, 진짜 나이는 40세쯤? 인연은 그녀의 편물 솜씨. 천사가 인도하였을까, 어쩌다 들른 그녀의 편물점에서 자기 스웨터를 짜 달라 했다는 것. 스웨터 하나가 끝나면 조카 아기 옷이랑 케이프도, 이것 저것도 더 짜 달라면서 허구헌 날 그녀의 편물점에 와서 살더란다. 아마 그때는 그녀도 아직 젊고 아름다웠겠지. 비밀은 땅까지 끌리는 매혹적으로 긴 머리칼! 그는 가냘픈 몸매의 이국 처녀의 긴 머리칼에 반한 것이렸다. 날마다 와서 퇴근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집까지 바래다 주는 일을 몇달을 반복하면서 정이 들게 하였단다. 날마다 한병씩 마시던 술과 골초 담배 문제가 보여 그녀가 싫다고 말하니 나쁜 친구와도 다 끊고 술도 끊어 버리고 "내 여자가 싫어하는 것은 안한다!"라고 선포하더란다. 담배는 그녀가 허락한 한도였던 일주에 두갑 정도만 피기로 약속을 했고.... 그것을 지키는 것을 보고 믿음이 가서 자기 집으로 들어오도록 허락하고 결혼을 하여 미국에 들어 왔단다. 미국에 와 보니 시부모님도 담배 골초들이어서 네 사람이 피는 담배로 창문을 열면 검은 연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보고 이건 더 이상 안되겠다 생각하여 온가족 모두 다 완전 금연을 선포하였단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초없이 한결같이 산단다. 아이도 못낳고, 영어도 못하는 그녀가 어찌했으면 온 식구들을 휘어 잡고 자기 마음대로 했던 것인지 너무 재미있다. '무서운 써니'라는 닠네임으로 불렸다는데 아마도 온 가족이 키 작은 동양여자의 오기를 다 받아주는 착하디 착한 분들이었을 것이다. 한때는 가구점을 해서 돈도 엄청 많이 벌기도 하였는데 그 사업이 오바마 정부가 들어 선 후에 차차 잘 안되어 접고, 지금은 남의 가게에서 일하는데도 일년에 최소 6-7만불을 벌고 가끔 직접 주문을 받는 고급가구 제작도 해서 상당한 수입을 계속 올린다는 것. 어디 가도 친절하고 성실히 일하니 그만 둘까봐 주인이 절절매는 그런 사람. 집에서도 언제든지 밥하기 싫다면 대신 음식도 만들어 주기까지 하는 최고의 남편! 남편 자랑이 끊이지 않는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 신기했다. S씨는 남편 덕에 평생 일할 필요도 없이 지냈고, 아기도 가진 적이 없이 단 둘 뿐인데 아이들이 없이도 전혀 부족한 것이 없다고 한다. J는 무엇이든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 뿐 아니라 교회도 성실히 다니고 있다고 금상첨화의 자랑까지 한다. 와...어떻게 남편 복을 그렇게나 받다니! 어찌 그런 복이 부모 복도 못받은 고아에게 내렸을까? 이런 일도 세상에 있으니, 하나님도 참으로 재미있으시고 공평하신 분이시다. 그런데 왜 남편이 저리도 젊은데 그렇게 퍼지고 말았을까? 여자는 죽을 때까지 가꾸어야 한다던 어떤 권사님 말씀을 해주고 싶었다. 집과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는 말. 

늙어 갈수록 더 다정한 미국 남편 이야기로 무뚝뚝하고 조급한, 꼰대 한국 남편들이 도전 받기를 원하며 이글을 써 보았다.

조급하기론 둘째 가기 싫은 내 남편에게 먼저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왈, "미국 남편들 중에 인내심이 많은 인격적인 사람들이 많지!"하고 금방 꼬리를 내리는 것이었다. 한국 아줌마들이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똑똑하다는 것도 인정하고 그런 부인들을 두고 살면서도 충분히 감사할줄 모르는 불평분자 남편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하는 것이었다. 자기도 그 중의 하나라는 것을. ㅎㅎ 오늘의 미션 성공!

한국 아줌마들이여! 부인들도 끝까지 말을 고분히 할 수 있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남편이 참을성이 없다고 따라서 못 참으면 한순간 집구석이 지옥이 되는 것을 나도 수없이 경험한 바이니까 "이왕 버린 몸 끝까지 참자"라고 참을 인을 각인해두자.ㅎㅎㅎ 예수 믿는다면서 자기 옆의 한사람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면 말이 되는가?

J와 S 부부가 지금처럼 끝까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빈다. S씨가 그 좋은 남편을 위해 외모도 가꿔서 나이차 20년을 뛰어 넘고, 세상에서 제일 이쁜 한국 아줌마의 위상을 제발 높여주기만 바라며 이글을 맺는다.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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