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든 곳 되고 있다" 심화되는 밸리지역 렌트비 인상 문제

by admin posted Feb 2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ew1.JPG

 

 

밸리지역 아파트 렌트비가 큰 폭으로 올라 입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이를 따라 잡지 못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챈들러의 한 콘도를 렌트해 살고 있는 벳시는 최근 관리사무실 측으로부터 렌트비를 올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현재 월 875달러에서 1440달러로 무려 560여달러가 인상된 렌트비에 벳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연인 사이인 플린과 톨린 역시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피닉스의 한 렌트집에 살고 있었던 이들 커플은 주인 측으로부터 월 렌트비를 기존 1000달러에서 1500달러로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벳시는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컴퓨터 앞에서 보다 저렴한 아파트 찾기에 열중하고 있고, 플린과 톨린 커플은 자신들의 고향인 워싱턴주로 돌아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밸리지역의 일반주택과 아파트의 렌트비는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렌트비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7% 가량 오르면서 그 상승폭이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이어 전국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피닉스를 위시한 밸리지역은 전통적으로 '살기에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물가도 적정한 편이고 주택 구입이나 렌트도 타주와 비교해 낮다는 인식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인식엔 변화가 생기고 있다.

현재 밸리 내 좋은 위치에 자리한 아파트들의 경우 방 하나는 월 평균 1600달러, 방 세 개는 2300달러에 렌트가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렌트비용을 감당하려면 입주자는 시간당 20달러 정도 선을 벌어야 생활을 꾸려갈 수 있지만 밸리 직장인들의 시간당 평균임금 수준은 17달러 선이다. 밸리 외곽지역에서는 여전히 한 달에 600달러 짜리 저렴한 아파트를 찾을 수 있긴 하지만 교통이 불편하거나 아파트에 부대시설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렌트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다 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입주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아리조나 리퍼블릭지 보도에 의하면 2018년에 총 4만4000명의 입주자들이 퇴거조치를 당했고 2019년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피닉스를 비롯한 인근 밸리지역에서 적정한 가격수준의 거주지, 이른 바 '어포더블 하우징'이 1년 동안 건설되는 비율은 4.7%다. 전국 평균과 대등한 수준이다.

하지만 렌트비 상승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인 신규인구 유입이 많아 밸리지역 렌트비는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띄고 있다. 지난해 말 연방 센서스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아리조나로 이주해 온 신규 주민수는 12만명이 넘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텍사스, 플로리다에 이어 세번째로 새 인구 유입이 많았다. 기간을 조금 확대해보면 2015년 이후 아리조나로 보금자리를 옮긴 주민들의 수는 총 55만명으로 이 역시 전국 4위 규모였다.

사람들은 몰려 들어오는데 새로운 거주지 건설이 그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탓에 아파트와 개인주택 렌트비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U.S. 뉴스 & 월드리포트는 지난해 12월 28일 보도를 통해 "미국에서 다섯번 째로 큰 도시인 피닉스가 많은 기업을 유치하며 성공적으로 경제 부흥을 이루고 있지만 급격한 렌트비 인상 등 주민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스스로가 이룬 성공에 의한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밸리지역 렌트비 인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지난 2010년 메트로피닉스지역 아파트 렌트의 공실율은 12.2%였다. 그랬던 것이 작년엔 공실율이 5.3%로 낮아졌다. 아파트 100채 중 5채 가량만이 입주 가능하다는 뜻이다.

아리조나 주택연합의 조앤 세비스 대표는 렌트비 인상 문제를 잡으려면 주정부의 노력과 함께 정치권에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렌트비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15만 채 가량의 어포더블 하우스가 필요하다"며 "이 정도 숫자의 새 주거지를 마련하려면 정치권에서 합의된 대규모 기금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때 주거 안정을 위해 아리조나 주정부가 다거주 신축주택 건립에 쏟아부었던 기금이 연간 4000만달러에 달했던 적도 있었지만 2018년을 전후해 발생한 부동산 경기 폭락으로 기금 액수는 250만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그러다 작년 아리조나 주의회는 렌트비 상승과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1회성 건설기금 1500만달러를 승인했지만 이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게 세비스 대표의 생각이다.

ASU 대학 부동산 개발부문 책임자인 마크 스태프는 "한 때 저렴한 주택과 렌트를 찾기 좋았던 메트로피닉스는 이제 미국 내에서도 적정한 가격의 살 곳을 찾기 어려운 곳이 돼 버렸다"며 "이는 사회적 문제이자 동시에 경제적 문제다. 일하는 사람들이 살 곳을 찾지 못한다면 아리조나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Articles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