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가까이 하기엔 안전하지 않은 당신

by admin posted Mar 2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ewshin.JPG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다.  며칠 전, 저 멀리 중국에서 무서운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있고, 중국의 정부에서 무서우리 만큼 강력하게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느새 그 바이러스가 한국, 일본, 주변 동남아 국가까지 퍼지고 이제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건너 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한다는 'Drive Through'  바이러스 검사를 미국에서도 하고, 중국에서 실시했던 코호트 격리를 대구에서도 하고 이태리에서도 한다니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학교에서 경험한 지나치다 싶을 만큼 철저했던 '공중위생' 문화와 규칙들이 바로 이런 때를 대비해서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도 한번 다루었다시피, 미국 학교에서는 '개근'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 물론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개근상'을 주며 칭찬을 하지만, 아픈데도 개근을 하기 위해 학교에 나오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학생 뿐 아니라 교직원들도 아프면 무조건 집에 가서 쉬라고 한다. 아픈데도 꾸역꾸역 학교에 나오는 행위는 병균을 전염시키고 일의 효율을 저하시키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 문화이다.  

참고로 독감이나 전염병으로 학교를 결석하게 되는 경우는 담임 교사에게 빨리 알려주는 것이 예의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교에 혹시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라고 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도 학생 한 명이 학교에서 컨디션이 좀 안 좋아 보이더니 아니다 다를까 그날 저녁 'Urgent Care'에 가서 독감 판정을 받았다고 담임 선생님께 저녁에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자 그 담임 교사는 다음날 선생님들과 보조 선생님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는 혹시 아프면 '독감'일지도 모른다고 알려 주었다. 학교에 다시 등교하려면 24시간 해열제를 먹지 않고도 열이 나지 않아야 한다.    

미국 학교에서 경험한 또 다른 규칙은 음식을 나눠 먹지 않는 것이다. '콩 한쪽도 이웃과 나누어 먹어라'는 가르침에 익숙한 나는 처음에는 이것이 참 매정하고 차갑게 보였다. 친구들끼리 과자나 음료를 나누어 먹지 못하게 하고, 또 학급 행사에 홈메이드 쿠키나 간식을 가져오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함 이기도 하고, 음식을 통해 균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함 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급에서 파티가 있다고 하면 되도록이면 마트에서 포장이 되어 있고 성분 표시가 되어 있는 것으로 음식을 준비해 가야 한다. 그리고 함부로 음식을 권하거나 부모의 허락 없이 자녀의 친구에게 음식을 덥석 주어서는 안 된다.    

또 한가지 좀 너무한다고까지 생각되었던 문화는 '침'과 '피'를 극도로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침을 튀기며 소리치는 행위, 침을 뱉는 행위, 깨물어서 침이 묻게 되는 경우 등은 그야말로 극도로 혐오스럽고 위험한 행위로 간주된다.  

기침을 할 때에는 반드시 휴지로 입을 막거나 팔 안쪽으로 입을 막고 해야 한다. 

화가 난다고 침을 뱉으면 바로 교장실로 끌려가게 된다. 친구를 깨물면 아마 부모님이 학교로 호출될 가능성이 90%이다.  

갑자기 학생이 코피를 흘리면 어떻게 되느냐? 

홍해가 갈라지듯이 옆 친구들이 자리를 피해 줄 것이며 선생님은 휴지를 던져주며 코를 막고 있으라 할 것이다. 그리고는 양호실로 가라고 하거나 코피가 너무 많이 난다면 양호선생님을 부를 것이다.   

피가 묻은 곳은 일회용 장갑을 낀 채 위생 물티슈로 박박 닦아내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처럼 담임 선생님이 휴지를 들고 학생의 코를 막아주고 코피를 닦아주는 일은 이곳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처럼 피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피를 통해 전염될지도 모를 질병 등 예를 들면 AIDS 때문인 듯 하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사뭇 다르다고 느낀 문화는 신체 밀착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학교의 공간들이 한국보다 넓직 넓직 하다. 그래서 학생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있을 일이 별로 없지만 설사 그러한 상황이 온다고 해도 최대한 개인간의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 

뭔가를 조용하고 은밀하게 말하려고 학생이 선생님께 바짝 다가가거나 친구들끼리 바짝 다가가려고 하면 "Oho! Personal space!"  즉 "오, 저런, 개인 거리두기를 하세요."라고 소리친다. 

어떤 선생님은 각 사람마다 각자의 커다란 비누방울 속에 들어가 있다고 상상하고 서로 그 비누방울을 터뜨려서는 안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이러므로 낯선 사람이 바짝 다가와 말을 건다거나 고개를 들이미는 행위는 아주 이상하고 무례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줄을 설 때, 자리에 앉을 때, 낯선 사람에게 질문을 해야 할 때, 이러한 개인 거리두기는 이곳 미국에서는 누구나 지키는 에티켓이다.    

미국에서 지키는 이러한 다소 낯선 그리고 정 없는 문화가 아마도 지구촌 문화로 퍼져 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은 정과 흥을 나누는 시기가 아니라 최대한 개인간의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앞으로 이러한 전 지구적인 질병의 유행이 잦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구의 물리적인 거리가 단축되는 만큼, 개인간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질 수도 있겠다. 

아무튼 지금은 가까이 하기에는 위험한 당신이다. 


Articles

2 3 4 5 6 7 8 9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