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초연결 시대의 고독

by admin posted May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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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이클라우드,( i-cloud)와 인터넷 연결망의 위력에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나의 손길이 머문 곳에는 어김없이 고장이 발생하여 '마이너스의 손' 이라는 제 2의 이름을 가진 나. 

역시나 학교에서 준 노트북에 뭔가 문제가 발생하였다. 

서류를 작성하여 인터넷 망으로 연결된 학교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 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되었던 것이다.  

학기말이어서 비슷한 작업을 여러가지 해야 하는데 정말 난감하였다.  

어설픈 영어 실력으로 교육청의 컴퓨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컴퓨터 아저씨는 수화기 너머로 이것 저것 묻더니 나를 화상 회의 Zoom으로 초대하였다. 

Zoom을 통해 내 컴퓨터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었다. 

컴퓨터 아저씨는 마침내 자기 사무실에서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여러 번 까딱거리더니 우리집 책상 위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를 고치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휴교 하기 전의 일이다. 

교직원 회의에서 교장 선생님이 내가 근무하는 교육청 관할 내의 모든 학교들의  복사기와 프린터를 교체한다고 하였다.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이 이것 저것 새로운 프린터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사오정 귀를 지닌 나는 그깟 프린터기 교체하는 일로 왜 이렇게 심각하게 떠들어대는지 의문이 들었었다. 

그런데, 새 프린터기를 경험하고 나서 나는 신세계가 펼쳐 졌음을 깨달았다. 

선생님들이 왜 그렇게 심각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새로 들여 온 프린터기는 학교의 인터넷 망과 아이클라우드에 연결되어 있었다.

즉 교육청에 있는 모든 복사기와 프린터기는 학교의 모든 컴퓨터와 아이클라우드에 연결되어 있어서 인쇄를 할 일이 있으면 일단 컴퓨터의 인쇄 버튼을 누르고는 아무 프린터기에 가서 내 인쇄물을 출력 할 수 있는 기계였다. 

또 컴퓨터에서 실수로 출력 버튼을 눌렀어도 프린터기에 가서 내가 출력하고자 하는 인쇄물을 출력되기 전에 지울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말로 듣기에는 이것이 무엇이 그리 획기적이냐 하겠지만 사무실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출력할 문서가 많은데 누군가 복사기나 프린터기를 차지하고 비키질 않아 신경질 났던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안에 있는 프린터 심지어 옆 동네 학교에 있는 프린터에서 내가 필요한 문서를 어느 때나 출력 할 수 있다는 것이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켜 준다는 것을 알 것이다.

 

비록 학교 건물에 들어 갈 수는 없지만 집에서도 각종 서류를 열람 할 수 있고, 동료 선생님들과 동시에 구글 문서를 수정하며 문서작업을 할 수 있고, 화상 회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심지어 은퇴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송별 슬라이드를 함께 만들기까지 한다. 

이 뿐만 아니다. 

선물도 주고 받을 수 있다.  

학부모회에서는 선생님들에게 이메일로 아마존 상품권을 쏘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업무를 보고 일처리를 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

 

그러나, 라디오를 통해 요즘 자살율이 크게 증가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고 고립되면서 불안감, 우울증, 약물남용, 가정폭력등이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휴대폰, 이메일, 아이클라우드, Zoom 등의 초연결 장치들이 발달하였는데도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독감은 더욱 짙어진 것 같다.  

이메일로, 화상 회의로, 아이클라우드에 있는 문서를 공동작업 하면서 나의 동료들과 하루에도 몇차례 연결되고 대화를 나누는데도 나는 그들과 아직 친하지 않다.

친구 되기가 싶지 않다. 

초연결 사회가 되면서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며 일을 하게 되었지만 마음이 연결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집에서 화상 회의 프로그램 ZOOM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자기 집 거실에서, 부엌 식탁에서 나를 만난다. 

나는 한쪽 벽만 깨끗한 방 안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덧셈, 뺄셈,  글쓰기, 이것 저것을 가르친다.  

이렇게 가르치니 서로 병을 전염시킬 염려가 전혀 없다. 

폭력을 휘두르거나 교실을 뛰쳐나가거나 할 일도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꽃단장을 하고 아까운 휘발유를 써가며 등하교를 할 필요도 없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경제적인가!  

그러나 학생도 고독하고 나도 고독하다. 

서로 화면 속에서 만나는데도 만난 것 같지 않다. 

인터넷 연결로는 학생들의 감성을 느끼고 다듬어 줄 수가 없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지성보다 감성이 더 강한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마음을 보살펴 주어야 하는데, 인터넷 연결로는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초연결 시대를 경험하는데도 몹시 고독하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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