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각] 늙으면 무슨 재미로 사는가 -이인선

by admin posted Jun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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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젊어도 보았고 이제 늙어 가는 중에 있는 초짜노인인 66세의 나는 지금 교회 다니는 재미로 사는 사람이다.

나는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이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다.

내가 교회를 안 다녔으면 지금쯤 무슨 재미로 살고 있을까?

그 옛날 우리 엄마처럼 "웃을 일이 하나도 없어!" 하며 불평하고 살고 있을까?

아마 아직도 은퇴를 못했다면 일에 빠져서 평생 주일날 하루도 못쉬고 일만 하면서 살았을 것이고, 은퇴를 했다면 지금쯤은 손주들 봐주러 이집 저집 다니면서 일만, 일만 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아, 요즈음 세상의 추세대로 세상 구석구석 관광은 좀 다녔겠지. 

하지만 나는 집에 콕 박혀 책 읽고 뒹글뒹글 하는 것을 더 좋아하니 그렇게 돌아다니는 재미에 목을 매지 않았을 것이다. 

돈쓰는 재미, 돈 버는 재미로 살았을 것이라고? 

글쎄다. 워낙 돈버는 재주도, 돈 쓰는 재주도 없는 편이어서 그것도 아닐 것이다. 

어쨋든 무엇을 해도 지금쯤은 다 시들해져 버렸을 것 같다. 

그러니 술, 담배, 도박, 게임, 먹는 재미 등 찰라적인 것으로 위로받고 사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나도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지레 늙어버린, 이마가 잔뜩 찌푸려진, 그러면서도 죽기를 겁내는 짜증 만땅의 여자 노인의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니되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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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니다. 

지금의 나, 교회 다니는 나는 그와 정반대다. 

입가에 항상 웃음이 가득하며 가끔은 사십대로 봐주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젊다. (착각은 마음대로 자유라고!)

나는 일에 절대로 얽매이지 않고, 주일날이나 정식 예배가 있는 날이면 만사 제쳐놓고 교회에 간다.

교회 갈 때마다 예쁘게 꾸미고, 좋아하는 옷으로 갈아 입고 남편이랑 드라이브 해서 간다. 

화장하고 갈 데가 있는 것조차 고맙고 감사하다. 

아니면 후질근히 날마다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차려입고 갈데도 없다고 불평만 할 것 아닌가?

정말로 나는 이렇게 교회 다니면서 예수 믿고 살게 된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늙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교회다니며 사는 생활의 행복을 만끽하니까.

주님 허락하시면 죽기 전 두주일까지, 나는 교회 공예배에 빠짐없이 다닐 것이다.

"주님, 저 두주일 이상 교회 빠지면 데려가 주세요!"라고 가끔 기도한다.

언제 위에서 부르셔도 오케이~ 웃으며 눈 감을 것이니 그러니 왜 짜증을 내겠는가? 

제일 크게 웃는 사람, 제일 많이 웃는 사람이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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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 봄, 우리 가족 중에서 내가 처음으로 예수 믿고 교회 다니기 시작했다.

믿기 전에 범생이었던 내 삶의 목표는 공부 잘해서 부자되고 출세하는 것이요,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는 '착한 딸 노릇'이 고작이었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성실하셨고 부모님으로 대접받아 마땅한 분들이셨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가지고 얼마나 서로에게 유익될 수 있었을까?

잠깐은 딸을 하나님에게 빼앗겨 슬퍼하셨지만 나중에 우리 부모님은 믿고 천국 가셨으니 그것이 더 좋은 효도라고 생각한다.

그해 대학 일학년 때 처음 예수님을 믿고나서 세상 만물을 바라보니 갑자기 흑백 활동 사진이 총 천연색 활동사진으로 변한 것 같았다.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알수도 없던 것들이 주는 의미에 처음 눈이 띄였던 것이다. 

산도, 나무도, 들도, 강도, 풀포기들도 창조주의 신비를 말하고 있다는 것에.

그리하여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갖게 되었고, 삶의 의미와 목표를 알게 되니 참으로 기뻤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그분을 즐거워 하는 것이 바로 나의 삶의 목표요, 의미가 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때로부터 선교센터나 교회에 가서 시간보내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 

예배, 간증, 찬양, 기도, 교제를 하다보면 너무나 행복해서 흐뭇한 웃음이 내 입가에 가득해진다.

내 삶에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을 만났어도 다 이겨내고 살아낼 수 있었음과 인생 말년에 갈 수록 분에 넘는 행복을 누림은 모두 다 주님의 은혜 아닌가!

주님께서 내 주인이시니 내일 일을 걱정하지 않고 살수 있으므로 얼마나 감사한지!

오늘도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자매님이 내게 말을 해주었다.

"권사님 찬송하는 모습이 특별히 예뻐요~"

젊었을 때는 못 들어본 말인데 오히려 늙으니까 들어보는 말... "예쁘다". 

자화자찬하기 미안하지만 내가 봐도 66세의 나는 아직도 예쁘다. 

어스름한데서, 웃으면, 이란 두개의 단서가 붙어야 하지만. ㅎㅎ                                    

75세까지도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다 스러지더라도 괜찮다. 

겉사람은 후패해도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행복이 어디로 가랴? 

이것이 다 예수님 덕분이요, 교회 덕분이다.

나의 사랑 나의 교회! 나의 예수님! 이다.

앞으로 주님이 오실 때까지, 또는 나를 부르실 때까지 우리 교회는 나의 사랑이다.

나의 갈길 다가도록 교회에서 주님과 이웃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

아직도 오고 있는 내 인생 최고의 날들을 감사하면서.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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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아직도 문을 닫고 있어서 안타까운 요즈음, 옛날에 써 놓은 글을 읽으며 교회의 축복을 그리워한다.

우한 폐렴 이후 전혀 다른 세상이 올것이라고들 말하는데 교회는 언제나 정상화 될 것인가? 

절대로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말이 점점 실감 나는데....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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