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장벽을 건설하며 중남미에서 오는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정반대 상황을 맞았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폭증하자 멕시코 국경지역이 미국과 연결되는 도로를 일시폐쇄했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루크빌의 국경 건너편인 멕시코 소노이타는 독립기념일 연휴 동안 미 국경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일시 폐쇄했다.
이 도로는 아리조나에서 멕시코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록키 포인트'로 잘 알려진 푸에르토페나스코 해변 휴양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목이기도 하다.
멕시코 소노이타가 도로를 막은 이유는 연휴를 맞은 미 관광객들이 이 길을 지나가면서 코로나19를 전염시킬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로 육로 국경을 폐쇄키로 하고 이달 21일까지로 연장했지만 사실상 이것은 미국 입국을 막는 조치였다.
하지만 양국 모두 사태가 심각해지자 멕시코가 적극적으로 자국 입국을 막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아리조나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멕시코의 주민들은 아리조나에서 오는 방문객에 대한 철저한 검진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소노이타시는 성명을 통해 "이웃하는 아리조나에서 코로나19 감염률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사회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이 문제(도로 폐쇄)를 합의했다. 우리 마을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시의 의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관광객들에게 멕시코를 방문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클라우디아 파블로비치 아렐라노 소노라 주지사도 "멕시코에서 휴일을 보내려는 미국인들은 우리에게 더 큰 코로나19 방역 부담만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필수 활동'을 위해 검문소와 감시초소는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노이타 주민들은 길을 봉쇄하기 위해 자동차로 도로를 막기도 했다.
현지 주민들이 올린 영상을 보면 몇몇은 멕시코 시민임을 알리며 길을 건널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일을 기준으로 멕시코의 누적 확진자는 25만6000여 명으로 세계 8위를 기록 중이다.
누적 사망자는 3만600여 명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미국은 부동의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는 287만9800여 명, 누적 사망자는 12만990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