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들은 친구의 이야기다.
30여년 전 미국 오려고 막 소양교육을 끝냈을 때 인데 어찌 알고 책장사가 따라붙고는 영어 회화 책과 테이프를 사 가지고 가라고 성화였단다.
아무리 안 산다고 해도 자꾸 와서 귀찮게 하여서 어느날 결심을 하고 쌀쌀 맞게 말을 해 주었단다.
"나는 안 사간다니까요. 미국가면 저절로 될 것을 왜 짐만 되게 가져가라고 하나요?"
정색을 하고 똑 떨어지게 말해버렸더니 그후로는 그 사람이 더 이상 안 오더라고.
아마도 그 사람은 "너 잘났다. 당해봐라~" 하며 갔을 것 같다고 웃는다.
그당시 순진한 그녀는 영어는 미국만 오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단다.
진짜 진심으로.
그런데 그 환상은 바로 비행장에서부터 깨지기 시작했단다.
믿고 믿은 전직 선생님 남편이 전혀 말이 안 통하는 사태가 눈 앞에서 벌어졌대나.ㅎㅎ
지금 삼십년이 더 지났는데 전혀 그때랑 똑같이 영어가 안되는 것을 생각하면 웃음만 난다는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과 온갖 정보로 미국에 사는 우리들보다 더 미국을 잘 알고들 이민오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3-40년전엔 우리들은 미국이라면 영화에서 보고 안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여자들은 미국에 오면 파티만 해야하는 줄 알고 롱드레스를 의례 한두벌씩 맞추어 가지고 왔다는 것이 아닌가?
한번도 못입어 보고 옷장에서 굴리다가 결국은 버리게 된 불쌍한 롱드레스의 추억, 나도 물론 두개 있었지. ㅎㅎ
요즈음 젊은이들은 한국에서 원어선생들을 통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와서 오자마자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영어...한국어와 정 반대 스타일의 언어문제는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벨탑 사건에서 교만의 문제를 언어의 혼잡으로 징벌 하신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래서 교만을 버린 사람만 영어를 마스터 할 수 있다는 근거를 사라 베리 선교사가 강변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정말 열심히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남의 나라 말이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어려운 것이다.
언어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간혹 있다지만 우리들 대다수는 꾸준히 노력하는 것 외에는 다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유엔 총장이 된 반기문씨 이야기를 들어도 영어 책을 통째로 외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한국인들, 우리는 어쨎든 무식하고도 용감하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말도 안통하면서 배짱 좋게 남의 나라에 들어 왔으니!
미국은 참 좋은 나라였다.
우리처럼 말조차 준비 없이 들어온 사람도 먹고 살게 해 주고 자기들 보다 더 잘살아도 안 쫓아내고 같이 살아 주다니...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마음껏 입가에 웃음을 붙이고 살자.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후후후 낄낄낄 큭큭큭 해해해 ~
크게 크게 웃자!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