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시험에 낙방을 하고나서 공부 좀하고 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시카고 가서 바쁜데다가 허리까지 다치고, 몸 컨디션이 떨어져서 잠만 많이 잤어요.
두번 째 시험을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 영 자신이 안났습니다.
암만해도 첫번째 보다도 더 잘 못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나이의 어떤 여자는 한나라의 대표도 되는데...
자존심도 상하고 속도 상했죠. ㅎㅎㅎ.
왜 잘 아는 단어들이 생각 안 나는지 모르지만 조카 약혼식 이야기를 하는데 엥게이지먼트 세리머니가 생각 안날게 무어랍니까?
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면 그다음부터 죽을 쑤게 마련이고...
26일까지 이메일로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감감 무소식이고, 27일에도...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놀러 다니려고 마음을 굳히고 미뤄두었던 엘에이 동창회 가는 비행기 표를 샀어요.
혹시 되더라도 동창회는 이미 쿠루스 표도 예약이 끝이 난지 오래 된 것이니까 다녀 올 수 있으면 다녀 오리라는 생각이었죠.
비행기 표를 산 후 가만히 생각하니 아니, 뭐 무서워 전화도 못하냐 싶어서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되었다면서 당장 내일 사무실로 나와 보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오늘이 그날이었는데 가보니까 겨우 15분 밖에 안 걸리는 곳에 그 회사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사이즈의 회사였어요.
현재 세 곳의 사무실에서 통역사가 20-30여개의 언어로 600명이 넘는데 미국 전국을 전화로 통역해 주는 업무를 하는 곳이더라구요.
24시간 주 7일을 한다고 하네요.
점점 더 회사가 크고 있어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고 아주 많은 자리를 확보해 놓고 있었습니다.
한사람당 칸 막은 책상과 의자와 전화를 하나씩 주고 일하게 하는데 사원들을 위한 시설도 아주 좋았고 아무나 근접할 수 없이 보안 상태가 되어있는 그런 사무실이었습니다.
석주일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일하게 되는데 건강보험, 치과보험, 생명보험 등 제법 괜찮은 사원 복지 패캐지도 있고...
초봉은 14불 50에 훈련을 시작하구요.
세상에 요새도 그런 회사가 있나요?
드레스 코드가 자세히 있어서 가벼운 정장을 입어야 하며, 깡패같은 옷, 소매 없는 옷 등 규제가 많이 있더라구요.
미국와서 처음으로 직장다운 직장을 60 넘어 다니게 될 모양입니다.
아니, 내 일생중에 제일 좋은 직장이죠.
정신여중에서 잠깐 미술 선생을 했던 것 외에는.
정말 꿈만 같아요!
그래서 남편과 식당에 가서 기념으로 저녁을 사 먹고 들어왔어요.ㅎㅎㅎ
근데 이제부터 잘 해야지요.
아직은 내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좀 없는데 이민 40년에 배짱 빼놓으면 무어 있느냐고요.
나는 절대로 일 빠지는 일도 없을게고 늦는 일도 없을게고...
나 때문에 행복할꺼라고 큰 소리 좀 쳤지요.
실력은 두째고 나만한 책임감있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겠느냐고요...
웬수 영어는...
무조건 열심히 하노라면 곧 발 밑으로 이겨버리는 일도 있지 않겠어요?
문제는 어제 사놓은 비행기 표인데 하필이면 바로 그날부터 근무하라고 하네요.
그 날짜의 트레이닝을 함께 시작 못하면 6개월 기한을 주지만 이 지점이 아닌 본점이나 다른 지점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며, 혹시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와 하게 되면 내 차례가 안 올 수 있다고 겁주는 거예요.
그래서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하나같이 동창회는 치우고 일을 시작하라고들 아우성이네요.
요즈음 직장얻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무슨 소리냐는 거지요.
일 시작하기 전에 한번 신나게 놀고 오려고 했더니만...
아무도 안 도와주네요.
그래서 이제 두주일 후면 일을 시작하게 되는 거예요.
축하받을만 한가요?
죄송하지만 조금 배 아프더라도 축하해 주실거지요?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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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의 되어진 것을 가만히 생각하니 오직 주님의 은혜입니다.
생각도 못하던 취직이었죠.
올해 초에 직장이라는 기도 제목을 맨 끝에 써 놓고도 입이 안 떨어져서 자주 기도하지 못했는데 이런 일을 주시다니, 처음부터 끝까지 주님의 은혜이고 말고요.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