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COVID-19가 만들어 준 웃픈 학교 풍경

by admin posted Aug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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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아, 마스크를 바르게 쓰도록 하여라."

"갑돌아, 마스크 눈에다 쓰지 말고 입을 가리는데 써!"

"갑돌아, 마스크를 왜 뒤집어 쓰는 거니?  네 마스크 안쪽이 고동색이 되었구나. 선생님이 새 것 줄 테니 제발 마스크 좀 얌전히 쓰고 있어라!"

오늘은 COVID-19로 학교문을 닫은 지 5개월만에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한 날이다. 모든 학생들이 등교한 것은 아니다. 

내가 일하는 교육구는 온라인으로 이번 학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특수 교육을 받는 학생들 그리고 가정 형편상 집에서는 도저히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한 학생들에 한해서 등교를 허락하였다. 

그래서 이번주부터 약 60명 정도의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15명씩 한 반으로 묶어 교실에서 보조 선생님의 관리 하에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막상 학교에 등교하였다고 해도,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로 수업을 받는 것이다. 

다만 학교에 오면 학생들이 기분 전환도 되고,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를 배식 받을 수도 있기에 부모님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 60여명의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게 하기 위해 지난주 교육청과 교장 선생님들은 밤 늦게까지 컴퓨터와 전화기를 붙잡고 씨름하였다. 

학교에 등교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와 메일로 연락을 하고, 학생들을 돌볼 보조 교사와 인력을 채용하고, 여름 내내 세워 놓았던 각종 교육 계획들을 수정하느라 모두가 신경이 날카로와질 지경이었다.    

개학날, 드디어 학생들이 5개월만에 학교문에 들어섰다. 

준비를 많이 한 탓인지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거의 없었다. 

난리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바로 온라인 수업 접속! 

학교에 등교한 학생들의 반 이상이 접속할 때 필요한 아이디와 비밀 번호를 모르고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교육청 서버에 접속하는 통에 교육청 서버가 한동안 다운 되었다.  

학교에서 나눠 준 노트북 중에 고장난 것이 있었다. 

집에서 헤드폰을 안 가지고 와서 학교에서 구매한 헤드폰을 주었더니 귓구멍에 잘 안 맞는다고 불평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교육청 서버가 다운되어서 또는 선생님 집의 와이파이가 안 좋아서 컴퓨터 화면이 정지 되자 몸을 비비꼬며 자기를 벗어나려는 학생들이 생겼다. 

어떤 학생은 화장실에 가서 천년만년 있기도 하였다.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잘 알지도 못하는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개학날은 집에 와서 그만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둘째날이 되니 교육청 서버나 컴퓨터 관련 문제들은 거의 다 해결이 되었다. 

이제 학생들은 모두가 온라인 수업에 접속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15명의 학생들이 온라인 교실에 접속하는데만 15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어쨌든 둘째날에는 모든 학생들이 드디어 수업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바로 '지루함'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집에서와는 달리 옆에 무서운 엄마가 지켜보고 있지 않으니 선생님이 컴퓨터 화면에서 과제를 내어 주어도 학생들은 엉터리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어떤 고학년 학생은 전자오락을 하고 있기에 뭘 하고 있느냐 물어 보았더니 담임 선생님이 방금 자기에게 자유 시간을 주었다며 계속 전자오락을 이어나갔다.  

한 학생은 온라인 수업 중에 지겹다고 소리를 질러 마침 옆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던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있던 동화책을 들고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로 뛰어 왔다. 

그러나 개인 물건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칙 때문에 헌신적인 선생님은 그만 자기 교실로 동화책과 함께 되돌아 가야 했다.

갑돌이가 있는 교실의 학생들을 관리하는 보조 교사는 학생들이 하교 후에 갑돌이의 만행에 대해 하소연을 하였다. 

갑돌이가 도무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스크를 눈가리게로 쓰거나 귀 가리개로 쓰거나 마스크를 가지고 이런저런 장난을 하는 통에 계속 갑돌이를 지적하게 된다고 하였다. 

게다가 갑돌이가 마스크를 뒤집어 썼는데, 마스크 안쪽이 고동색이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것이다. 

아마 놀이터에서 땅에 떨어뜨렸는지 마스크가 상당히 더러워 보여서 새 것을 주겠다고 했더니 거절했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갑돌이 엄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주 공손하게 갑돌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고 공부도 잘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잘 쓰라고 엄마가 갑돌이에게 충고를 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리고 나서 보조 선생님과 함께 갑돌이 훈육 계획을 세웠다.  

세번 주의를 줬는데도 마스크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 바로 교장실로 보내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이 갑돌이의 친COVID-19 행동을 보신다면 터프하게 대처 하시리라 믿는다.   

내일은 개학한지 셋째날. 어떤 난리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제발 갑돌이가 깨끗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천년만년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볼일을 집에서 해결하고 왔으면 좋겠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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