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학교에서 일하기

by admin posted Sep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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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개무량(感慨無量)한 일이 생겼다. 

며칠 전, 함께 일할 보조 교사, 영어로는 Instructional Assistant를 새로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데, 당당하게 면접관의 한명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재작년 이맘때,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던 일이 생각났다. 

단 2년만에 이렇게 뒤집히다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얼떨결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미국 학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채용 면접을 하는지 약간 맛 볼 수 있었다.  

면접이 있기 전날, 교장 선생님이 면접 질문지를 몇 장 주었다.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 수 만큼 준 것이다. 

종이에는 8개 정도의 질문이 적혀 있었는데, 면접관으로 참여한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질문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질문의 내용들은 대략 자신의 교육경력이나 근무 경력을 소개하는 것, 자신의 장단점을 설명하기, 학교에서 일하게 된다면 학생들 및 동료들과 어떻게 지낼 것인지 그리고 학생들은 어떻게 다룰 작정인지를 묻는 평범한 것들이었다. 

유튜브에서 보조교사 인터뷰 꿀팁 등의 검색어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질문들이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면접은 화상인터뷰로 이루어졌다. 

교장 선생님, 동료 특수교사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면접관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면접지에 적힌 질문을 했는데, 면접에 온 사람들이 서로 비슷 비슷한 답을 하였다.  

면접지에 적힌 마지막 질문은 "혹시 질문이 있습니까?"라는 것이었다. 

나 같으면 "아니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빨리 끝냈을 것 같은데, 인터뷰에 온 사람들은 당당하게 한 두개씩 질문을 던졌다. 

한 사람은 뜬금없이 나에게 "왜 특수교사로 일하게 되었느냐?" 라는 질문을 던졌다. 

순간 내가 동양인이어서 질문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개는 시간당 얼마를 주냐 또는 일주일에 몇시간 일하냐, 어떤 일을 하게 되는냐 등의 업무 관련 질문을 하는데, 갑자기 개인적인 질문을 던져서 매우 놀랐다. 

당황한 나는 "아이들이 너무 좋고, 학생들이 변화되고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특수교사로 일합니다."라고 얼렁뚱땅 답을 했지만 당당한 태도로 질문을 던지는 응시자와 쩔쩔매며 답을 하는 면접관이 뒤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태도가 부럽기까지 하였다.  

면접이 끝난 뒤, 면접관으로 참여한 선생님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인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교장 선생님에게 달려있다.  

누가 뽑힐지 뻔히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교장 선생님은 누구를 뽑겠다 말하지 않았다. 

잘 생각해 본 후, 이번 주 말까지 결정해서 연락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공( 公)사( 公)의 구분이 확실했다.  

 

미국 학교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  

우선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그리고 신원조회를 통과하여 "Finger Print Card" 라고 불리우는 카드만 발급 받으면 누구나 지원 할 수 있다. 

일자리도 많고 보조 교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기도 하다.  

비록 시간당 보수는 다른 직장에 비해 낮다고도 볼 수 있지만 주당 약 30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의료보험에 가입시켜 주며 한번 일하는 스케줄이 정해지면 별다른 변동없이 1년간 꾸준히 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 일하러 와서 하교할  때 집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자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내가 생각하는 보조 교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생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교육적인 것을 이루어 내려고 애쓰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보면 날마다 배우는 것이 한가지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현재 그 학교의 학부모이거나 아니면 학부모 였던 사람들이 많고,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많은 경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을 벌 목적 보다는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고 의료 보험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도움도 받으려는 쪽인 것 같다.  

재작년에는 보조교사로 일하다가 공부를 하여 특수교사자격증을 따고 자기가 보조교사로 일하던 학교에서 당당하게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작년에는 할머니 보조 교사 선생님이 특수 교사가 되기 위해 낮에는 보조교사, 밤에는 온라인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의 개인적인 바램은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똑독하고 야무진 한국 아줌마들이 미국 학교의 '보조교사' 자리에 도전해서 학교에서 많은 한국 아주머니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혹시 영어를 좀 하지만 좀 더 잘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특수반에서 일하는 보조교사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영어가 느는 것을 물론이요, 미국 학교의 시스템이나 교육 철학 등을 직접 경험하고 문화를 이해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돈보다 경험을 원하는 이들이여, 어서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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