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각] 추억 속의 결혼 기념일 -이인선

by admin posted Oct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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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전 한글날, 결혼 기념일이 지났습니다. 47주년이니 새까만 옛날 일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새삼 "인선아! 기독교 방송국에서의 결혼식 기억이 생생하다.~ 곧 미국으로 떠난다는 네 표정이 그땐 밝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반백년 가까이 믿음으로 살아온 삶! 어떤 악도 피해 갈꺼야~"라고 추억의 한 장면을 기억하는 카톡을 써왔어요. 그래서 왜 표정이 안 밝았나 더듬어 생각해 보니 얼마나 웃긴 일이 많이 있었는지요. 한참을 혼자 웃고, 혼자만 웃기 아까와 글로 써봅니다.

그 당시는 미국에 가는 일이 흔치 않아서 미국에서 의사한다는 신랑감은 객관적으로는 나무랄 것이 없었어요. 끔직이도 가난한 전라도 출신으로 좀 왜소 초라해 보였어도 반대만을 고수할 수 없는 부모님 입장이었을꺼에요. 나 자신도 처음엔 싫다 어쩐다 배짱 부리다가 "주님 뜻이면 순종해야지... " 한번 마음 먹고는 다른 소리를 아예 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실은 선교센터에서 강제에 가까운 중매로 둘을 묶어 주었는데 남편될 사람이 다된양 난리치고 좋아하는 바람에 내 의견은 그냥 묻혀버린 거에요. 그당시 순수한 첫 믿음으로 누구랑 사는가 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중요시 한 기독교 인생관을 현실화한 첫 걸음이었으니까요.

드디어 그날, 세쌍의 새 부부가 같은 종로5가 기독교 회관을 빌려 시간만 달리 하여 결혼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한번도 볼수 없었던 요란한 들러리를 이쁜 여대생들로 열명인지 열두명을 세우고 신선한 순서들로 채웠답니다.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했던 것 중의 하나는 주례사 하는 동안 신랑신부를 하객석으로 돌려놓고, 뿐만 아니라 의자에 앉게 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퇴장할 때는 흰장갑 낀 남자 대학생 들러리들이 손을 마주들고 아치를 만들고 서있는 곳을 걸어나오게 했으니 볼만한 구경거리였답니다.

2. 근데 무엇이 우습냐고요?

문제의 발단은 신부화장이었어요. 아침부터 서둘러서 이모가 어디론가 데려간 신부화장 전문 미장원에서 다 되었다고 눈을 뜨라고 했을 때 저는 기겁했어요. 다시 눈을 감고 안뜨고 싶었어요. 생전 화장 한번 정식으로 안해봤던 24살짜리 처녀 신부. 당연히 이뻐야되고 본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야 되잖아요? 글쎄, 얼굴색은 트기처럼 검어지고, 입술은 더 두꺼워져서 뺑덕어멈처럼 해놓은 거에요. 제 입술이 이미 두터운 게 평소 싫었는데 왜 더 두껍게 만들었냐 말이에요... 나중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자기 입술은 얇다고 크게 만들었다니 그 당시 유행이었나봐요. ㅎㅎㅎ 기가 막혀서... 제가 워낙 불평같은 것 할 줄 모르는 순진과라서 뭐라고 못하고 참고 나왔으니... 내 얼굴 표정이 좋을 리가 있겠어요? 그냥 맨 얼굴로 자연스럽게 화장해 주었다라면 충분히 더 이뻤을텐데 왜 그리도 추한 얼굴로 바꿔 버렸을까요? 시간만 있으면 가짜 속눈썹 떼어 놓고 싹싹 씻고 왔으면...용기가 없어서 못했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라? 이 이야기를 고모에게 물었더니 본래보다 더 안 예쁘게 만든 신부화장은 그때가 처음 보았고 끝이랍디다. ㅎㅎㅎ 증인이 있으니까 믿어주세요! 아, 그런데 남편에게 기억 나느냐 물었더니 "아니, 난 몰랐어. 무조건 예뻣는데.." 하는거에요. ㅎㅎㅎ 얼마나 무심한지.. 평생 그래요.

근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마도 내가 너무 예뻣으면 아깝다, 잊기 힘들다며 슬퍼할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르죠. 정 떨어지라는 주님의 기획? ㅎㅎㅎ 뺑덕엄마처럼 분장한 나를 보고 위로 받을 사람 한두명 있었는지 누가 알까요? 착각은 마음대로라니까요 ㅎㅎㅎ.

2010년 막둥이 결혼식을 한국 나가서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번 더 정식 화장을 해보았는데 그때는 완전무결하게 신랑엄마 화장을 해주었습니다. 압구정동 최고 솜씨로. 본래 모습보다 훨씬 젊고 예쁘게... 거의 40년 지나서 내 결혼식 때 신부화장보다 더 예뻤으니 할말 없지요? 믿지 못할까봐 사진 올려 드려요? 그럼 결혼식 사진도 올려야 된다구요? 죄송해요. 그 언젠가 한바탕 싸우고 속상했던 날, 갈기갈기 찢어버려 남은 결혼사진이 없답니다.

3. ㅎㅎㅎ 그때 신랑은 미국서 사 들고 온 코딱지 만한 다이아몬드를 포켓에 넣었다가 잃어버렸다고 했었죠. 난처하게스리... 결혼식 전날 마지막 순간에 간신히 찾아내어 급하게 반지 집에 맡겨 의기양양 들고 들어왔구요. 신랑 입장하라니까 너무나 좋아서 뛰어 들어와서 폭소를 샀답니다. ㅎㅎㅎ 추억 속에서 지나간 모든 일이 유머로 풀어지고 있는 요즈음... 감사하며 마음껏 웃어요. ㅎㅎㅎ 히히히 후후후 지금 화나고 힘든일 있나요? 나중에 웃음보 터지는 일로 바꿔질 거에요.

주님 안에 있으면 용서 못할 일도 용서가 된답니다. 오늘도 부지런히 웃을 일을 찾아보고 웃고, 풀어야 될 일 풀어내며 살아보려고요. 우리 하나님은 유모어 많으신 하나님, 어떤 어려움도 하나님과 함께라면 행복으로 바뀔 수 있음을 믿습니다. 할렐루야.

4. 오늘 아침에는 또 어전트케어에 다녀왔습니다. 어제부터 등에서 나온 튜브 주위가 따끔 거리고 아픈 것이 아마도 염증이 생긴 것 같아서요. 관장을 하루 한번 혹은 이틀에 한번 하는데 할 때마다 샤워도 하고 목욕도 하는데 그 때마다 등에서 나오는 튜브 주위의 거즈와 반창고를 갈아 주는데 지난번에 깜박하고 알콜 소독을 등한한 것 같았어요. 두주일 동안 멀쩡히 잘 지냈는데... 암튼 하루하루 사는게 덤으로 감사히 살지만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니 정신 바짝 차려야지요!

근데 조사결과 염증은 없다고 해서 그냥 왔어요. 어디서 그럼 통증이 또 시작된 것일까요? 궁둥이까지 치고 올라온 혈전이 자꾸 올라 온다던가 아니면 골반 속의 암세포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지도 몰라요. 며칠을 주시하면서 보려합니다. 조금만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불안해집니다. 골반 속의 암이 증식을 멈추도록, 동면에 들어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5. 오늘 새벽엔 기도 후에 교회 마당을 한바퀴 돌았답니다. 얼마나 좋은지요! 하루 5천보 이상 걷고 있는지는 사흘 되었어요. 너무 많이 걸으면 하혈이 심해지니 조심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좀더 걸어야 되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날씨도 좋아서 아침저녁 선선하니 투병에 힘이 납니다.

오늘도 주님의 사랑 안에 기도해 주시려고 들러 주신 여러 교우님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주님께서 다니엘 기도회 시작하기 전에 이미 응답하셨음을 믿습니다! 할렐루야

(2020년10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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