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날궂이 -아이린 우

by admin posted Jan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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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하늘이 컴컴 해지더니
제비들이 낮게 날고
거센 바람이 
나무가지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동네 어귀 
길봉이네 할머니가 
산발을 한채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래 고래 악을 써댄다
 
어른들은 
비 설것이로 발길이 분주해지고
강아지는
봉당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눈만 껌뻑이며 심각하다
 
어느샌가 개미들의 행렬도
자취를 감췄다
 
부엌 쪽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겨온다
아마도 장떡을 부치나 보다
 
날궂이 음식으로 으뜸인 장떡은
얄팍하고 낭창낭창하게 부처야
제맛이다
 
아버지는 사랑방 마루에서서
천기를 보시는것 같다
 
장마철엔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쭉 깔고 엎드려서
만화책을 쌓아놓고 읽으며
오징어 다리를 뜯어야 제맛이었다.
 
*날궂이: 국어 사전에도 없는 소중한 우리 겨레말로 날이 궂으려고 할때 평상시와 다르게 나타나는 이상한 전조들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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