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 교육의 딜레마

by admin posted Feb 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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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요즘. 암암리에 컴퓨터 모니터 뒤에서 선생님들의 수업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학부모들의 눈길이 느껴진다.  

비로소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다른 아이들은 어느 만큼 수업에 참여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점은 부모님들의 잔소리로 인해 학생들의 과제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 그리고 교사들이 은근 감시당하고 평가받는다는 느낌이 들다 보니 수업 준비를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점은 학생들의 수업 광경이 그대로 노출되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학습의 격차가 학생들 간에 많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특수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온라인으로 수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부모님들이 자녀의 학교생활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감을 잡게 되었다. 

학부모들 중에는 이제서야 특수교육 수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일반 수업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어떤 학부모들은 자녀의 영어와 수학 시간에는 일반반에서 빼서 특수교육을 받게 하지 말고 다른 시간들을 이용해서 특수교육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그러한 요청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불가능하다.  

특수교사의 시간표는 학생들 등교시간부터 하교시간까지 조금도 쉴 틈이 없이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학년초에 이것 저것 사정을 감안하여 한번 시간표를 짜게 되면 여러 사정들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조정이 거의 불가하다.  

특수 교육을 받는 시간을 줄이거나 아니면 주어진 시간표대로 따르거나 둘 중 하나 뿐이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일반 학급 진도를 잘 따라가면서 특수교육도 많이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것은 비현실적인 바램이다. 

하나를 얻으면 나머지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내가 맡은 학생들 즉 학습장애, ADHD, 고기능 자폐를 지닌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이 영어읽기, 영어 글쓰기, 수학을 특수반에서 공부한다.  

여기에 더하여 언어치료, 작업치료를 추가로 받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경우, 하루에 1시간에서 많게는 2시간정도 일반 교실에서 나와서 특수 교사에게 수업을 받게 된다.  

학교생활에서 점심시간 그리고 쉬는 시간, 음악, 미술 체육 시간을 제외한 1시간은 정말 많은 시간이다. 

매일 1시간 이상씩 교실 밖으로 나와 딴 수업을 받게 되면 일반 수업의 진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 학생의 담임 선생님도 이 아이가 우리 반 학생인지 아니면 특수교사 학생인지 헷갈리게 되는 지경이 된다. 

가뜩이나 일반 수업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 거기에 매일 1시간씩 수업 결손이 일어나니 특수 교육이 오히려 일반 교육과정에서 더 뒤쳐지게 하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되도록이면 자녀가 학교에서 항상 보조교사의 보살핌을 받기를 원한다.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그리고 점심 시간에도 어른이 옆에 붙어서 공부하는 것, 먹는 것, 친구 사귀는 것 등등을 보살펴주고 관리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치원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누군가가 옆에 붙어서 매 순간마다 도움을 주게 되면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부작용이 생긴다.  

본인이 독립적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자립심을 기르지 못하게 되고 계속 남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아니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는 공주, 왕자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또 반친구들도 어른이 항상 옆에 있는 반 친구를 도와주려고 하거나 친구가 되려고 다가가지 않게 된다. 

보조교사가 고등학교까지 따라 붙을 수 있다면 그나마 상황이 낫겠지만 미국의 경우 중학교부터는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학교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때까지 자조 능력을 기르지 못하게 되면 중학교에 가서 자퇴를 하고 홈스쿨링을 하거나 아니면 중학교 내에 있는 특수 학급으로 진학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특수교육도 너무 과하면 역효과가 난다. 

보살핌도 지나치면 '무능한 어른'을 만들게 된다. 

특수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자립'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학생을 교육할 때 그 학생이 10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는 항상 머릿속에 그리면서 교육해야 한다. 

10년 후에도 엄마의 지시에 따라 밥 먹고 학교 가고 공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 해 보며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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