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우리 아이에게 특수교육이 필요하다면? 미국에서의 절차

by admin posted Feb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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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립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으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 단계가 생각보다 복잡하여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이야기 식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볼까 한다.

갑돌이의 엄마는 요즘 걱정이 깊어졌다. 이제 1학년에 들어간 갑돌이를 옆에 끼고 앉아서 스펠링 시험 공부를 시키는데, 암기를 너무나 못하는 갑돌이를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열심히 외우는데도 머릿 속에 저장을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애처롭기도 하였다. 며칠전에는 동화책을 읽어 주었는데, 읽고 나서 주인공 이름을 물으니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말만 하였다. 그저께는 간단한 덧셈, 뺄셈 문제를 푸는데 한시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며 참견을 하다가 수학 숙제를 끝내는데 1시간도 넘게 걸렸다. 갑돌이 엄마는 비록 영어에 자신이 없었지만 용기를 내어 갑돌이의 담임 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 갑돌이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다음날 갑돌이 선생님에게 답장이 왔다. 마침, 담임 선생님께서도 갑돌이의 학습 부진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갑돌이 엄마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 갑돌이가 이미 Tier-3 단계, 즉 학습 부진 담당 선생님에게 집중적인 학습 지도, 영어로는 intervention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업 향상이 그리 크지 않아 특수교육 진단을 받아야 하나를 고민중이셨다고 알려주셨다. 갑돌이 엄마는 갑돌이가 학습부진아 선생님에게서 이미 집중 교육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제서야 갑돌이가 이미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레이다망에 잡혀서 집중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공립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진이나 품행을 3단계에 걸쳐서 교육하고 관리한다. 갑돌이의 경우, 처음에는 담임 선생님이 학급 안에서 이런 저런 방법을 써 가며 갑돌이에게 학습적인 도움을 주셨을 것이다. 이것이 1단계이다. 담임 선생님 선에서 갑돌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효과가 없고, 좀 더 적극적인 지도 편달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갑돌이와 같은 수준의 또는 약간 높은 수준의 학생들과 소그룹을 엮어서 학습 부진아 전담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는다. 예를 들면 읽기 지도나 덧셈, 뺄셈 셈하기 등을 집중적으로 지도 받는 것이다. 이것도 효과가 없다면 이제는 마지막 단계, 즉 학습 부진아 담당 선생님과 거의 일대일로 특별 지도를 받는 것이다. 갑돌이는 바로 이 마지막 단계에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학교에서 부모에게 특별히 알리거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 마지막 3단계에서조차 큰 교육적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이제는 특수 교육을 고려해 볼 단계에 이른 것이다.    

갑돌이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학교 상담선생님(School Psychologist)께 곧 만나자는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갑돌이의 엄마는 "기존자료 검토 모임(Review of Exisitng Data Meeting)"이라는 미팅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미팅에는 담임교사, 특수교사, 교장 선생님, 그리고 상담 선생님이 참석하여 현재 갑돌이의 학교 생활은 어떠하고 학업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는 함께 살펴 보고는 특수교육 진단을 위해 어떤 검사들 - 즉 인지검사, 학력검사, 품행검사 등등-이 필요한지는 설명하였다. 그리고는 이러한 검사들에 대해 학부모가 허락을 하는지를 물었다. 당연히 갑돌이의 엄마는 갑돌이가 각종 검사를 받는 것을 허락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모든 진단 검사는 다행이도 무료이다. 그렇기에 갑돌이가 특수 교육을 받기 위해 따로 병원에 가서 값비싼 진료비와 검사비를 내고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학교 상담 선생님은 각종 진단 검사가 끝난 후, 검사 결과를 가지고 다시 한번 미팅을 가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한 달 후, 학교 상담 선생님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갑돌이에 대한 각종 진단 검사를 끝냈고, 검사 결과를 가지고 갑돌이에게 특수교육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의논하는 미팅이라고 하셨다. 미팅에 나가보니 지난번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 나와 있었다. 학교 상담 선생님은 그동안 했던 모든 검사의 결과들을 설명해 주셨다. 지능검사, 학력검사, 운동신경 검사, ADHD 검사 등등 여러가지 복잡한 검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결과적으로 갑돌이는 "학습 장애"와 "기타 건강장애"라는 장애명으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갑돌이에게 '기타 건강장애'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는 미국의 장애인 교육법에서 ADHD는 따로 특수교육 대상자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ADHD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타 건강장애"로 진단명을 내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학교 상담 선생님께서는 조만간 특수 교사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갈 것이라고 하셨다. 이제 갑돌이가 특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판명이 났으니 특수 교사와 함께 "개별화 교육 계획안(Individual Education Plan)"을 계획하고 확정지을 미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후, 특수교육 선생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드디어 갑돌이의 특수 교육을 시작하기 위한 모임인 것이었다. 모임에 나가니 특수교사, 담임 교사, 교장 선생님이 와 계셨다. 갑돌이는 언어치료나 작업 치료 등이 필요한 학생은 아니어서 언어치료 선생님이나 작업 치료 선생님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모임에서 특수 교육 선생님이 앞으로 갑돌이에게 어떤 교육 목표를 가지고 일주일에 얼만큼의 특수 교육이 제공되는지 설명을 해주셨다. 특수 교육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개별화 교육 계획 모임이 일년에 한번씩 있을 것이며 갑돌이에게 계속 특수 교육이 필요한지를 의논하는 미팅과 진단 검사는 3년에 한번씩 있게 될 것이라고 알려 주셨다. 드디어 갑돌이는 특수 교육 선생님에게 특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여러 번의 미팅과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특수교육을 받게 되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갑돌이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고, 갑돌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좀 더 구체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갑돌이 엄마는 이 과정을 통해서 학교 선생님들이 예상보다 전문적이고 세심하게 갑돌이를 돌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갑돌이의 예에서 보듯이 미국에서 특수교육 대상자로 결정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달에서 6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특수 교육 대상자 결정 절차가 진행이 되면 시간이 걸리기는 해도 결정은 나기 마련이다. 특수교육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어떤 이는 긴 여행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특수교육을 생각할 때는 앞으로 몇년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인생 전체를 두고 장기적인 눈으로 바라 보아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특수교육은 팀웍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라는 점이다. 부모 혼자, 학교 선생님만으로는 제대로 된 교육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여러 사람이 연합하여 이루어 내는 공동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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