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배포한 앱에 대해 인앱결제(IAP·In-App Payment) 수수료를 피해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HB2005)이 3일 아리조나주 하원을 통과했다.
경제 매체 CNBC 보도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하원은 이 법안을 31대 29의 표결로 통과시켰다.
법안이 시행되려면 상원 투표, 주지사의 수용 여부 등 아직 많은 문턱을 거쳐야 하지만 이번 표결 결과는 애플이나 구글에는 중대한 패배이고 개별 앱을 운영하는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등이 소속된 앱 공정성 연합(CAF)에는 승리로 평가된다.
이 법안은 아리조나주에 있는 기업과 소비자에 적용되며 '다운로드 100만회' 이상 되는 앱에 대해 인앱결제 강제 금지 조치를 하도록 했다.
또한 애플과 구글이 서드파티 결제 시스템을 선택한 개발자들에게 보복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담고 있다.
이 법의 도입을 주장해온 아리조나주하원의원 레지나 콥(공화당)은 애플이나 구글은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찬반 논의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아리조나 주의원들은 다루는 내용이 연방 정부 소관일 수 있는 점과 절차 등 문제를 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콥 의원이 법안을 아리조나 주하원 세출위원회에 발의한 것은 2월 10일이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은 공식 제출 전부터 본격 로비에 나섰다.
'HB2005' 저지를 주도한 것은 애플 로비스트인 로드 디리던이다.
그는 곧바로 아리조나 주지사 핵심 참모를 역임한 인물과 하원 의장 출신을 동원했다.
아리조나주 상공회의소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반대진영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HB2005'는 하원 세출위원회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공화당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했다.
법이 통과되고 난 뒤 애플의 로비 강도는 더 거세졌다.
콥 의원은 "거의 모든 로비스트들을 고용한 애플과 구글을 (상대하느라) 힘든 주말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애플과 구글은 아리조나 주하원의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앱공정성연합은 아리조나주 입법에 대해 "오늘 아리조나주는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디지털 시장으로 전진하게 됐다"고 논평했다.
양사의 앱 수수료 정책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8월 본격 떠올랐다.
세계적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정면으로 대항하면서다.
에픽게임즈가 인앱결제를 거부하고 기존보다 20% 저렴한 가격에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자체 구매 기능을 도입하자 애플과 구글은 즉각 앱장터에서 포트나이트를 지워버렸다.
에픽게임즈는 양사의 조치에 대해 비판하면서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애플을 제소했다.
에픽게임즈의 움직임에 세계 최대 음원 업체인 스포티파이, 데이팅 앱 전문업체인 매치그룹 등도 지지를 보냈다.
인앱결제는 구글·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 지난해부터 자사 앱스토어에서 팔리는 앱 등에 대해 강제 적용하면서 개별 앱 개발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앱결제 수수료가 30%에 달할 정도로 앱 운용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이들 2개사가 떼어가는 데 따른 것이다.
아리조나 주의회에서 인앱결제 강제를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애플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식이 각각 2.45%, 2.57% 하락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앱결제 수수료 부과권리를 상실할 경우 앱장터에서의 애플과 구글 영향력은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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