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존 매케인 전 아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1936-2018)의 딸 메건(36)이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직에 아시아계를 늘려달라는 요구를 "또 다른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라고 깎아내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정체성 정치는 특정 인종·종교·성 정체성 집단이 사회적 약자로서 구조적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집단의 권리를 요구하는 정치적 행위를 뜻한다.
ABC방송 주부 대상 시사 토크쇼 '더뷰'(The View)의 진행자 6명 중 한 명인 메건은 지난달 24일 방송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아시아계 고위직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 "아시아계 대표성 확대 요구는 또 하나의 '정체성 정치'"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더뷰' 진행자들은 연방 상원의 태국계 태미 덕워스 의원(53·민주·일리노이)과 일본계 메이지 히로노 의원(73·민주·하와이)이 바이든 행정부에 아시아계의 고위직 임명을 요구하며 "인종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은 지명자는 누구라도 반대하겠다"고 공표한 것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진행자 대부분은 두 의원의 주장에 지지를 표했으나, 메건은 "인종 다양성을 요구하는 '정체성 정치'가 직무 수행 능력보다 더 중요한가"라며 "그 자리에 최적격인 인물이 임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능력에 비례해 보상하는) '능력주의'다. 능력을 갖추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서 "진보적 좌파들은 인종과 성 정체성이 자격보다 더 중요한 건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997년부터 방송된 '더뷰'의 공동 진행자 중에 아시아계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참여한 중국계 리사 링(47) 단 한 명뿐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인종적 다양성 반영을 위해 우리(6명) 중 누군가가 자리를 떠나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동료 진행자인 변호사 겸 저널리스트 써니 호스틴은 "인종이나 성 정체성이 자격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자격을 갖춘 수많은 여성과 소수계가 백인 남성에 밀려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재능과 인종적 다양성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메건의 발언은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히 확산하며 반발을 샀다.
아버지 후광으로 '더뷰'의 공동 진행자 자리를 꿰찬 메건이 '자격' 운운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왔고, 메건 자리를 '자격 있는' 아시아계 여성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그러자 메건은 "나와 내 의견에 대한 증오가 주제라 할지라도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생각해보고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