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저물고 아리조나의 실리콘 데저트 시대가 온다"

by admin posted Jun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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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이 반도체 공급 부족을 이유로 공장을 미국 내에서 설립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사막이 많고 건조한 남서부지역의 아리조나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 칩 제조공장은 매일 수백만 갤런의 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공장부지 선택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아리조나주에 TSMC가 신규 칩 공장 건설을, 그리고 인텔도 기존 캠퍼스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환경정보센터에 따르면 아리조나주는 1970년과 2000년 사이에 연평균 강우량이 34.5㎝에 불과해 미국에서 네 번째로 건조한 지역으로 꼽힌다. 현재 기후 변화와 관련해 아리조나주는 심화되는 물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에서조차 향후 얼마만큼의 물을 조달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지난 3월 아리조나주 오코틸로에 있는 기존 공장 부지에 두 개의 새로운 파운더리 칩 공장에 2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반도체 생산업체  TSMC 역시 아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 이상을 투자해 최대 공장 6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고 첫 시설의 공사는 이미 시작됐다.

아리조나주는 사막지역에 건조한 날씨여서 물이 많이 부족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콜로라도강 분류가 주 북부 및 서부로 흘러 각지에 대협곡을 이루며, 남부에는 지류인 힐라강이 흐른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리조나주는 인텔과 함께 새로운 칩 공장 건설에 대한 인프라 지원을 위해 15개의 수자원 공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상수도 개선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매년 약 937만 갤런의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천연적 물 자원을 인프라를 통해 조달하는 방법 외에도 공업용수 재활용 방법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미 대만 현지공장에서 물 부족을 수차례 경험한 TSMC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수자원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90% 가까이 재활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TSMC는 물 재활용을 반도체 칩 생산의 거의 절대적 요건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밀폐된 건물의 수영장처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한다. 수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는 많은 물이 필요하지만 공장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많은 물을 추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증발하는 많은 물을 제습기로 포획해 물 저장소로 되돌릴 수 있다. 칩 공장은 한번 확보한 물을 재사용을 통해 동일한 제조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다.

인텔과 TSMC가 물 부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건조한 아리조나에 칩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은 물 공급 보다 더 중요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리조나주는 미국의 여러 지방정부 가운데 컴퓨터와 전자제품의 메카라는 점이 꼽힌다. 이런 이유로 인텔은 40년 넘게 아리조나에서 활동했다. 확립된 반도체 생태계의 본거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최신 제조시설인 Fab 42가 있으며 1만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아리조나에는 인텔 외에도 온(On) 반도체, NXP 및 마이크로칩 등이 있다. 아리조나가 컴퓨터와 전자제품의 메카이기 때문에 주립대학을 비롯해 지역 대학들은 반도체 산업에 공급할 수 있는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TSMC는 이런 인력 자원과 우수한 연구기반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 활용은 반도체 칩 제조에 주요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은 넓은 부지와 지역환경 그리고 세금 감면/인센티브 등에 있어서 아리조나가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 설비와 장비가 필요한 칩 제조공장 투자에 있어서 초기 값싼 부지 선택은 아주 주요한 고려사항이다. 아리조나는 산도 많지만 평지도 많아 토지 가용성이 높고 토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한 우수 인재를 충원하는데 주요 요소인 주택 비용도 저렴할뿐 아니라 지역경제 상황도 양호한 편이다. 여기에 주정부와 지자체들은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며 이를 위해 과감한 세금감면 혜택 및 인프라 건설에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 다음은 자연적 환경조건과 전력 사정. 

아리조나는 지진으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은 곳이다. 지진뿐만 아니라 스톰이나 태풍 등 다른 자연 간섭 역시 타지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세밀한 공정이 필수인 칩 제조업체들에게 매력적이다.

풍부한 전력 소스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아리조나의 장점이다. 아리조나는 수력발전을 토대로 저탄소로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솔트 리버 프로젝트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솔트 리버 프로젝트는 1911년에 가동을 시작한 루즈벨트 댐을 기반으로 필요한 물과 전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미국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핵발전소가 피닉스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피닉스에서 50여분 거리인 토노파 에 자리한 팔로 버디 핵발전소는 201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발전량이 가장 많은 핵발전소로서 400만명에게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정치다. 

이전만 해도 아리조나는 그랜드캐년과 사막과 같은 대자연 경관을 빼면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곳이었다. 아리조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 서쪽으로 주 경계선을 맞대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존재다. 전 세계 인재와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미국 최강, 국가 단위로 쳐도 세계 5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가 하필 옆집 이웃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환경이 아리조나를 '기업 귀한 줄 아는 곳'으로 만들었다.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가 절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년간 아리조나 주지사들은 레드(공화당)냐 블루(민주당)냐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법인세를 포함한 기업 관련 세금을 미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각종 기업 지원책을 강화해왔다. 노동자가 노조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권리법'을 도입해 강성 노조가 뿌리내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아리조나가 TSMC라는 월척을 낚은 건 이 같은 노력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그런 바탕에서 세계 반도체 3강 미국, 한국, 대만의 반도체 투자 전쟁에서 아리조나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지명이 됐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 글로벌 반도체 1위 인텔의 새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서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 미국 내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도 텍사스·뉴욕과 함께 아리조나를 유력한 후보지로 저울질하고 있다.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은 아니지만 만약 삼성전자까지 아리조나에 공장을 짓는다면? 

아리조나는 세계 반도체 빅3를 한번에 품은 글로벌 반도체 최고 성지로 떠오르게 된다. 

아리조나에 반도체 공룡들이 모여들자 미 언론들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는 가고 아리조나의 실리콘 데저트(사막)가 온다'는 보도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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