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공항 철조망 위로 건네진 아프간 아기와 가족 , 피닉스에 정착

by admin posted Oct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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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의 날카로운 철조망 위로 미군에게 건네진 한 아기와 가족은 그후 어떻게 됐을까? 

최근 CBS뉴스는 현재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한 가족의 사연을 보도했다.

단 9초짜리 영상이 전세계 언론에 공개되며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남긴 이 아기는 처절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 8월 19일 미군이 떠나면서 아프간이 탈레반의 차지가 되자 현지 카불 공항은 고향을 벗어나려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리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나오는 등 그야말로 대혼란이 빚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공항에 진입조차 못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아기 만이라도 먼저 대피시키려는 절박감에 가족이 철조망 위로 아기를 미군에게 넘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속 이 아기의 이름은 리야로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생아였다. 

이렇게 무사히 미군에게 건네진 아기는 얼마 후 기적처럼 부모와 공항 안에서 재회할 수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리야의 아빠인 하미드는 5년 동안 미군을 도와 통역 일을 했으며 놀랍게도 대피하던 이날 공항에서 자신의 아기를 처음봤다. 

아프간을 철수하는 미군을 돕다 정작 아내의 출산을 옆에서 지키지 못한 것이다.

하미드는 "당시 도저히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아기 만이라도 미군에게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에 미 해병대원에게 제발 아기를 받아달라고 간청했고 그들이 동의했다"고 회상했다.

하미드는 언론 인터뷰에서 “담 위의 해병에게 리야를 구해 달라고 했더니 해병이 ‘철조망 위로 들어 올리면 아기가 다칠 것’이라고 말했다”며 “나는 (아이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죽는 것보다 다치는 것이 낫다고 말하며 다시 간청했다”고 회고했다.

미군의 통역 등으로 일한 그는 탈레반의 점령 이후 주변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다는 것을 알게 된 즉시 신분증, 현금, 소지품 몇 개만 챙겨 피란길에 나섰다고 했다. 

하지만 카불 공항 인근에서 탈레반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구타하며 막았고, 하미드는 아기만이라도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미군에게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아기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몇시간 후 부부 역시 미군의 도움으로 공항 안으로 들어가 가족은 무사히 재회할 수 있었다. 

이후 하미드 가족은 난민 신분으로 현재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으나 아직 신분증이나 의료비 등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미드는 "미국 땅에 도착해서야 우리 아기의 사진과 영상이 세계적인 큰 화제가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정치인들의 화려한 말보다 이 영상이 아프간의 처절한 상황을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아기의 풀네임을 짓지 않았는데 가운데 이름(middle-name)을 마린(Marine)이라고 지을 것"이라면서 "우리 아기를 구해 준 그 해병대원을 꼭 만나 안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야는 이제 생후 8주 차가 됐고, 아직은 의료비 등 여러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하미드는 모금사이트인 고펀드미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기사가 보도된 날까지 5만 8800달러가 모였다. 

한편 미군 철군 당시 수송기 등을 이용해 아프간을 탈출한 사람은 약 12만3000명이며 이 중 70% 이상이 아프간 국적자이다. 

현재 미국 내 뉴저지, 텍사스, 버지니아, 위스콘신주 등 군기지 8곳에 분산 수용된 아프간인만 약 5만 명 가량이다.

지난달 중순 미 국방부가 처음으로 일부 언론에 공개한 텍사스주 엘패소의 포트블리스 기지에만 1만 명의 아프간인이 임시 거주하고 있다. 

당시 공개된 사진을 통해 100명씩 수용할 수 있도록 간이침대를 일렬로 늘어놓은 흰색의 대형 텐트들을 볼 수 있다. 

한쪽에는 후원받은 옷, 신발, 음식 등을 가져갈 수 있는 코너가 있다. 

국방부는 이 임시숙소 설치 작업에 ‘동맹 환영 작전(Operation Allies Welcome)’이란 작전명을 붙였다.

검증 절차를 완료한 아프간인들은 미 전역에서 새로운 생활 터전을 찾게 된다.

이들이 당장 직면할 가장 큰 문제는 ‘집’이다. 

아프간인이 향후 90일 안에 미 정부에서 받을 2275달러의 지원금으로는 집을 구할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후원단체들은 우선 노트북컴퓨터, 스마트폰, 식료품점 기프트카드 등의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아리조나주 피닉스의 데저트스프링 교회가 최근 열었던 후원행사에는 적지 않은 돈과 함께 양말, 속옷, 신발, 담요, 그릇, 세탁세제 같은 후원 물품이 후원됐다.

아리조나주는 미국에 정착할 아프간인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더그 듀시 주지사가 공식적으로 환영 메시지를 낸 가운데 1610명의 아프간인들이 아리조나에 자리를 잡게 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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