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주민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폭력을 경험해왔다. 그들은 오랫동안 실종되거나 살해된 가족 구성원을 애도해왔고, 이 비극의 반향은 여전히 미국 전역에 계속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위 구절로 시작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명령의 공식 명칭은 ‘미국 원주민의 공공안전 및 형사정의 개선과 실종 또는 살해된 원주민의 위기해결에 관한 행정명령.’
미국 내 원주민들이 경험하는 공동체 내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 차원에서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행정명령이 공포된 11월은 마침 ‘인디언 문화 유산의 달’로 지정돼 있다.
미국 원주민(인디언)들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 전통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다.
때맞춰 원주민 11개 부족이 사는 아리조나주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에선 ‘빨간 손 마스크 운동’이 벌어졌다.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관리인들은 11월 19일부터 실종·살해된 원주민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원주민을 상징하는 ‘빨간색’ 손자국이 나 있는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RedShawlDay(빨간색 숄의 날) #NativeAmericanHeritageMonth(인디언 문화 유산의 달) 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며 국립공원 관리인들은 사진을 적극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착용한 빨간 손 마스크와 빨간색 숄은 실종된 이들의 생명을 상징한다”며 “이들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 내 원주민 실종 및 살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원주민 실종 및 살해에 관한 와이오밍주 보고서에 따르면 이 주에서만 2011년에서 2020년 9월 사이 710명의 원주민이 실종됐다. 이중 85%가 청소년이었고 57%가 여성이었다.
이 지역에서 살해된 원주민 역시 최근 20년간 105명에 달했다.
미 원주민신문(Native News)은 지난달 한 사설에서 “이번 달 원주민을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인정하고, 진실에 빛을 비추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