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교구 신부의 잘못 쓴 단어 때문에 세례 수천 건 무효처리

by admin posted Feb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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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 주 피닉스교구에 실로 난감한 일이 생겼다.      

교구장 토마스 옴스테드 주교가 교구민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가 이런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만큼 여러분도 듣기가 거북할 것”이라고 운을 떼고 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을 정도로 사안이 난처하다.

교구 내 본당에서 사목했던 안드레스 아랑고 신부가 지난 20년 동안 세례식을 잘못 주례한 사실이 밝혀져 그동안 그로부터 받은 신자들 세례를 ‘무효’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옴스테드 주교에 따르면, 아랑고 신부는 세례식 때 예비신자의 이마에 세 번 영세수를 부으면서 “우리(We)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명)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례를 베푸는 주체를 ‘우리’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신자 공동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니라 ‘나(I)’라고 해야 맞다. 여기서 ‘나’는 주례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다. 세례를 베푸는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이고, 주례자는 그리스도 대신해 예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옴스테드 주교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교리 공지(2020년 9월 6일 자)를 인용해 아랑고 신부가 사용한 세례 양식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옴스테드 주교는 “아랑고 신부가 어떤 나쁜 의도를 갖고 세례성사의 은총을 박탈하기 위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신자들의 성사생활에 혼란을 초래한 오류에 대해 교구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아랑고 신부도 자신이 주례한 세례가 무효라는 결정이 나자 신자들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용서를 청했다. 또 “앞으로 본당 사목을 떠나 이 오류를 바로잡고, 피해를 본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아랑고 신부는 예수마리아수도회 소속이다. 브라질에서 본당 사목을 하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교목으로 일했다. 이후 2005년부터 8년간 피닉스교구 본당에서 사목했다.

피닉스교구는 아랑고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은 교구민들을 찾고 있다. 주례자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으면 세례식 사진이나 세례증명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안내했다. 교구는 해당 교구민들을 찾아 다시 세례를 베풀 예정이다. 세례는 성체성사는 물론 다른 입문성사인 견진성사와도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해당 교구민은 다시 세례를 받기 전까지 성체를 모실 수 없고, 견진성사도 다시 받아야 한다.

피닉스교구는 “이런 절차가 율법주의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성사 때 하는 말과 동작, 재료는 모든 성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교구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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