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팬들의 기억에 남는 일은 잘 없지만 21년 전 '빅 유닛' 랜디 존슨(59)은 이를 이뤄냈다.
USA 투데이는 지난 3월 24일 "21년 전 존슨은 자신의 투구가 홈플레이트로 향하는 대신 새를 때렸던 악몽의 순간을 보여줬다"며 존슨의 이른 바 '비둘기 폭파 사건'을 재조명했다.
2001년 3월 25일,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존슨은 투산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다.
7회 마운드에 오른 존슨은 캘빈 머리를 상대하기 위해 공을 던졌다.
그런데 그 공은 포수 로드 바라하스의 미트가 아니라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하필 그때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던 새가 그 공에 맞았기 때문.
당시 존슨의 공은 시속 100마일(약 160.9km/h)에 가까운 공이었고, 총알 같은 투구와 충돌한 새는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존슨의 투구는 미트까지 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도, 볼도 아닌 무효 투구로 결정됐다.
이 장면은 팬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으며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587만 회를 넘기고 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중심 타자였던 제프 켄트는 죽은 비둘기를 들고 웃음을 지었고, 곧 이를 더그아웃으로 가져갔다.
존슨 본인은 처음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했지만 이후로는 본인도 이를 기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퇴 후 포토그래퍼로 전업한 후 개설한 자신의 홈페이지 로고로 죽은 새를 새겨넣기도 했다.
존슨의 소속팀이었던 아리조나도 이 사건을 다시 소환했다.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3월 24일 공식 SNS에 존슨이 비둘기를 폭파시키는 영상을 올렸다.
비둘기 사건으로 액땜했을까, 존슨은 그해 정규시즌에서 21승 6패 372탈삼진 평균자책점 2.49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거뒀다.
시즌 중에는 정규이닝 20탈삼진 경기를 완성했고, 월드시리즈에서도 7차전 구원등판하는 투혼 속에 커트 실링(56)과 동반 MVP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