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의 멘토, 이재철 목사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Mar 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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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 목회 초기, 그러니까 2001년 9월쯤으로 기억합니다. 많이 힘들었는데, 그 힘듦이 좋은 분을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또 설교 테이프로 존경하고 흠모만 하던 이재철 목사님을 한 번 초빙하여 말씀을 듣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이 목사님 전화번호를 구하였고 당시 스위스에 계시던 목사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목사님에게 말씀 집회 요청을 했고 목사님은 흔쾌히 받아주시어 이듬해 그러니까 2002년 4월에 아리조나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집회 중 한 교우의 집에서 목사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교우들이 함께 하였는데, 그 중 한 집사님이 목사님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민 교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열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목사님이 신앙 생활은 "같이 사는 것"이라고 답해주셨습니다. 같이 사는 것, 목사와 교우들이 같이 살고, 교우들끼리 같이 살고, 그렇게 같이 사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같이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때론 미운 마음이 들고, 때론 말다툼도 하고, 또 때론 보기 싫을 때도 있고 ……, 그러나 그래도 같이 사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다시 대화하고, 다시 밥 먹고, 다시 웃고, 그렇게 되지요. 

저의 목회 초기에 중요한 가르침이었습니다. 목사와 교우들의 관계가 뭐 특별하고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그저 같이 사는 것, 참 쉬운 진리였고 시원한 생수와 같은 가르침이었습니다.  

목사님에게 이메일로 목회 조언을 자주 받았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생기거나,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목사님에게 이메일 합니다. 

한 번은 여자 교우들을 대하는 것과 관련하여 목사님에게 조언을 구하였습니다. 언제나 부드럽게 말씀하시던 목사님이 그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단 1분도 여자 교우와 함께 있지 마십시오.' 상담이든, 심방이든, 기도해주는 것이든, 교회 일이든, 그 어떤 이유로도 여자 교우와 단 둘이 1분 이상 있는 것은 절대 금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목사님의 말씀을 하나님 말씀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부분에서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설교를 암기하는 것으로 유명하십니다. 35분 정도 분량의 설교문 전체를 암기하여 설교하십니다. 교우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설교 내용만큼 중요하다 하시며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원고 작성과 암기에 보내신다고 합니다. 

저도 목회 초기부터 원고 설교를 했지만 암기하는 것은 잘 못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암기를 쉽게 하는 요령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원고지에 쓰지 말고 보통 대학노트 크기의 종이 두 장에 작은 글자로 설교문 전체를 타이핑하라 하였습니다. 두 장에 설교문 전체가 들어가게 되면 어떤 내용이 어느 부분이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되면 암기가 훨씬 쉽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저 나름의 요령도 생겨서 암기는 물론 설교 시간 지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5월20일부터 이 목사님 말씀 집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창립 15주년 기념 집회로 3년 전부터 일정을 잡아서 준비해오던 것인데, 작년 말 교우 한 분이 '그렇게 훌륭한 목사님을 모시고 우리 교회만 집회하는 것이 욕심 아닙니까?' 하시며 한인 커뮤니티 전체에 오픈하자고 하셨습니다. 

교우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렇게 저의 욕심과 자랑을 위해 이재철 목사님이 이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뒤통수를 한 방 세게 얻어맞았죠. 

그래서 교회 리더들과 의논하고 기도한 끝에 다 내려놓고 오픈하기로 했습니다. 

지역 교회협의회 임원들과 몇 주 전 함께 점심을 하며 이 목사님 집회를 연합집회로 하는 것을 의논하였습니다. 임원 목사님들과 장로님 모두 흔쾌히 받아들여주셨고, 5월에 연합집회로 하게 되었습니다. 

임원 목사님 중 한 분이 이 목사님 같은 분을 모시고 정말 아리조나 지역 전체가 한 마음 되고 말씀 안에서 다시 뜨거운 부흥을 체험하자고, 행사나 이벤트 치르는 식이 아니라 정말 하나님의 일하심을 발견하는 집회가 되게 하자고 하였습니다. 

그 교우 분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 정말 하나님이 그렇게 말하게 하신 것이라 하신 목사님도 계셨습니다. 

제 뒤통수를 한 방 세게 치신 하나님이셨죠.

이 목사님 설교 가운데 아직도 기억나며 잊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교회 개혁에 관한 것입니다. 

교회 개혁, 교회 개혁 많이 하지요. 요즘은 심지어 '교회 정화'라는 말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성전 정화'를 하셨는데, 정화 대상인 인간이 어떻게 교회를 '정화'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목사님은 교회 개혁 역시 사랑에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개혁의 동기도 사랑이어야 하고, 개혁의 결과 역시 사랑이어야 한다고요.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이웃을 사랑하고, 성경의 핵심이 사랑이므로 개혁 역시 사랑에서 시작하고 사랑으로 끝나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시작도 과정도 결과도 모두 사랑이어야 합니다. 개혁을 말하고 요즘은 심지어 '정화'라고 논리를 펼치는데 전혀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결국 허공을 맴도는 자기 자랑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목사님의 여러 가르침들, 교우들을 섬기고, 이웃 교회 목사님들과 힘을 합치고, 사랑의 열매로서 교회 개혁 등등, 이런 모든 말씀들이 오늘도 목회 현장에서 실수하고 넘어지는 저를 붙잡아줍니다.